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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Jul 14. 2022

끈기로 살아남은 동물

호모 페르티낙스(Homo Pertinax)

치타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출처: https://tenor.com/view/cheetah-running-gif-11585360


치타는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육지에서 가장 빠른 동물이다. 120km/h에 육박하는 속도까지 달릴 수 있으며, 공식적으로 100m를 5.95초로 달린 치타도 있다. (인간의 최고 기록은 우사인 볼트의 9.58초이다)


그런데 이렇게 빨리 달리기 위해서 치타는 상당한 희생을 감수해야만 했다. 온몸이 빨리 달리는데만 최적화되어 진화하다 보니 그에 상응하는 약점들이 생긴 것이다. 공기저항을 줄여주는 작은 머리와 턱 때문에 무는 힘이 약해졌고, 달리기에 최적화된 발톱은 사냥할 때는 불리하게 작용하게 되었다. 게다가 호랑이처럼 상대를 압도하는 '으르렁' 소리는커녕 작은 고양이처럼 귀엽게 '야옹' 거릴 수만 있다.


그리고 치타의 또 하나의 치명적인 약점 본인의 최대 장점인 달리기를 오래 지속할 수 없다는 것이다. 즉 지구력이 육지동물들 중 최하 수준인 것이다. 전속력으로 달릴 수 있는 거리는 300m가 채 되지 않으며, 전속력으로 달리고 나서는 30분가량이나 쉬어야 한다. 심지어 쉬느라고 먹이를 앞에 두고 먹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다 보니 치타는 힘겹게 사냥한 먹이를 다른 동물들한테 자주 빼앗기는 가여운(?) 존재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런 치타와 정반대의 동물이 있다.


이 동물은 느린데 지구력이 육지 동물들 중 끝판왕에 속한다. 그야말로 끈기로 생존한 동물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출처: Giphy

바로 인간이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서 호모(Homo)종으로의 신체적 변화를 단순히 '걷는 행위' 때문이라고 설명하기는 힘들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짧은 다리와 긴 팔, 으쓱 높게 솟은 어깨, 눈에 띄지 않는 발목 그리고 머리와 목과 어깨를 연결하는 더 많은 근육이 특징이다. 데니스 브램블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만약 자연선택이 인간이 뛰는 것을 선호하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여전히 유인원처럼 생겼을 것이다."

- University Of Utah. "How running made us human: Endurance running let us evolve to look the way we do." ScienceDaily. ScienceDaily, 24 November 2004.
* 본인 번역
인류의 '끈질긴 사냥' 방식은 남아프리카 중앙 칼라하리 사막에 거주하는 수렵채집 부족에 의해 현재도 이어지고 있다. 이 부족은 섭씨 42도에 가까운 무더운 날씨에도 35km에 가까운 거리를 5시간가량 끈질기게 뛰어 쿠두같은 영양을 사냥한다.

- wikipedia.com 중 -
* 본인 번역


인간이 창이나 화살과 같은 도구를 발명하기 전까지 사냥을 하는 방식은 그야말로 막무가내로 죽을 때까지 뛰는 것이었다. 사냥감이 지칠 때까지 정신력으로 버텨가며 따라 뛰어서 사냥을 하는 말 그대로 '끈질긴 사냥'방식이었던 것이다. 연약한 신체를 갖고 느리기까지 한 인간이 혹독한 자연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끈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이유를 다른 데서 찾는다. 바로 '뛰어난 지능'에서.


유발 하라리는 인간이 연약한 신체를 갖고도 지구의 지배 종이 될 수 있었던 이유를 '인지 혁명'에 있다고 보고 있다. 그리고 현 인류를 지칭하는 명칭 중 하나인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의 뜻 또한 '현명한(Sapiens) 사람(Homo)'으로 인류의 지능을 강조하고 있다. 즉 인간을 다른 동물과 구별하는 방점은 '지능'에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이러 뛰어난 지능이 꽃피기 전에 생존을 가능케 했던 것은 무엇일까? 나는 그것이 앞서 말한대로 인간의 '끈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는 호모 사피엔스이기 전에 호모 페르티낙스(Homo Pertinax), 즉 끈기 있는 인간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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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Milad Fakurian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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