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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Aug 16. 2022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

나는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말을 경계하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말의 정확도는 어느 정도 인정하는 편이다.



신입사원일 때 단기 아르바이트를 뽑는 역할을 1년 넘게 한 적이 었다. 그때 내가 발견한 "어떠한 지원자가 일을 잘할지 못 할지"(단기 아르바이트의 경우 일의 능숙도보다는 꼼꼼함과 적극성이 중요했다)를 예측할 수 있는 '하나'는 지원자의 전화받는 태도였다. 더 정확히는 기존 아르바이트 담당자가 전화했을 때 그것을 대하는 지원자의 태도.


대부분의 사람이 그러하듯 단기 아르바이트 담당자들도 상대방이 누구냐에 따라 태도가 급격히 달라질 수 있음을 몇 번의 시행착오를 통해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일부러 지원자들의 인터뷰 시간을 조정할 때 내가 직접 전화하기보다는 기존의 아르바이트 담당자들에게 전화를 하게 하고, 인터뷰 종료 후에 기존 아르바이트 담당자에게 지원자들의 전화받는 태도가 어땠는지 물어보면서 나만의 데이터를 쌓아봤다.


다시 말하면, 인터뷰 전에 전화받는 태도를 확인할 경우 선입견을 갖고 지원자를 대할 수 있기에 인터뷰 종료 후에 이러한 의견을 들었고 인터뷰를 통해 내가 느낀 느낌과 비교해보았다. 그리고 내가 알게 된 것은 대부분 이 둘은 일치다는 점이다. 나의 느낌과 기존 아르바이트 친구의 느낌이 모두 좋았던 지원자들의 경우 거의 대부분 실제 일을 수행함에 있어서도 좋은 결과를 보였다.


때로는 지원자의 숫자가 적어서 인터뷰를 통해 느낀 점과 전화받는 태도에서 부정적인 낌새를 느낌에도 어쩔 수 없이 채용할 때가 있었는데 이때는 높은 확률로 사고가 터지거나(지각, 무단결근, 일처리 실수 등) 전반적인 일의 결과가 좋지 않았다.



최근에 다양한 모임참여하면서도 '하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어떠한 모임의 분위기와 전반적인 참여자의 만족도를 예측할 수 있는 '하나'는 모임장이 언제 모임 장소에 도착하느냐였다.


어렸을 때 나는 지각을 밥먹듯이 했는데 이것이 상대방은 물론 나 스스로에게도 상당히 안 좋은 것임을 인식하고나서부터 시간 약속을 최대한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약속은 최소 30분 전에 약속 장소 근처에 가서 책을 읽으며 기다리는 편이다. 모임에도 대부분 이렇게 일찍 가게 되는데 분위기가 좋은 모임의 경우 모임장들이 대부분 나보다 일찍 와서 준비를 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모임장이 약속시간보다 늦는 모임은 대부분 그 분위기가 좋지 않았고 나도 만족도가 낮았다.


이러한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것을 통계적으로 확인해본 적은 없지만 내 경험상 어림짐작으로 한 80~90%의 확률이지 않을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하나'에 의존하려는 나의 경향성을 주기적으로 주의하며 제어하고 있다. 왜냐하면 반대로 생각해보면 이 '하나'를 통한 예측이 틀릴 확률이 10~20%나 되기 때문이다. 흔히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라고 부르는 현상이다.


(...) 희문이는 몇몇 친구들 의견으로 ‘초등학생들은 1박 2일보다 무한도전을 좋아한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수민이는 선생님 말만 듣고 ‘남북통일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설득력이 있나요? 아마도 고개를 갸웃거릴 것 같아요.

왜 그런가요? 아마도 너무 적은 학생 수(10명)를 조사해 내린 결론이거나 대표성이 없는 자료(남북통일 전문가가 아닌 이영근 선생님)로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죠. 이렇게 일부를 통계로 조사하거나 대표성이 없는 불확실한 자료로 펼치는 주장을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한다고 해요. 혼자만의 경험, 우리 반 친구들 몇몇의 의견, 한두 사람의 주장이 모두를 대표할 수 없어요.  

- [네이버 지식백과] 내 주장에 잘못된 것이 없나 살펴요 (토론이 좋아요, 김정순, 이영근, 조하나) 중 -


나 포함 대부분의 사람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는 이유 중 하나는 그것이 편하고 대부분 맞기 때문이다.


2002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대니얼 카너먼은 인간의 사고를 '직적이고 즉각적인' 시스템 1과, '분석적이며 숙고하는' 시스템 2로 나누었다. 스템 1은 큰 노력을 요하지 않지만 시스템 2는 꽤나 많은 노력과 정신적 에너지를 요한다. 게 말하자면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이렇게 손쉬운 시스템 1에 가까운 사고인 것이다.


상황에 따라서 시스템 1로 사고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수 있다. 소설 <삼국지>에서 나온 "닭 잡는데 소칼을 쓸 필요가 없다"는 말처럼 말이다.


그러나 사람을 판단하는 일은 시스템 1로 사고하기에는 적절하지 않 영역이다. 세상 그 무엇보다 알기 힘든 게 사람 아니던가?


그렇기 때문에 하나를 보고 열을 아는 나의 직감이 얼마나 높은 확률로 맞든 간에 우리는 오랜 시간 숙고하면서 사람을 알아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다면 10~20%의 확률로 틀렸을 때의 엄청난 손실 혹은 피해 을 경험하게 될 테니 말이다.


그래서 앞서 말한 바를 아래와 같이 다시 정리하고자 한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도 있으나 하나도 제대로 모를 수도 있다



<같이 보면 좋은 글>

https://brunch.co.kr/brunchbook/ka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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