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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Sep 19. 2022

하루에 한끼만 먹어도 괜찮아? (1부)

1일 1식(OMAD)

※ Disclaimer

: 본인은 전문 의료인이 아니고 이 글은 순전히 본인의 경험을 공유하는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1일 1식을 하기 전에 자문이 필요하다면 의료인의 자문을 받아 적절하게 판단하기를 바랍니다.



나를 꽤나 자유롭게 키우셨던 부모님이 강조했던 몇 안되는 말 중 하나가 "끼니는 거르지 말고 밥은 남기지 마라"이다.


어렸을 때부터 이런 말을 듣고 자라서인지 끼니를 거를 것 같은 상황이 생기면 최선을 다해 어떻게든 입에 무엇이라도 넣었다. 그것이 몸에 좋고 나쁘고는 나중 문제이고 끼니를 거르지 않는게 가장 중요했다. 그리고 밥을 먹을 때 음식이 남는 것을 보지 못해 어떻게든 (심지어 배가 아파도) 다 먹으려고 했다. 이 두 가지를 지키지 못하면 하늘이 무너지기라도 하듯 말이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이 부분에 있어서 어느정도 강박이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친구들이나 직장동료들은 내가 원래부터 잘 먹는 사람 더 나아가서 식욕이 왕성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한 선배는 나와 처음 식사할 때를 잊지 못한다고 했다. 살면서 짬뽕을 홍합껍질빼고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다먹은 사람은 처음 봤다고. 심지어 본인 눈에는 고춧가루조차 보이지 않았다고.


그러던 내가 돌연 1일 1식을 선언하니 주위에서는 다들 믿기지 않아하는 눈치였다. 심지어 1일 1식을 한 지 2년 가까이 된 지금도 "요새도 진짜 하루에 한끼만 먹어?"라는 질문을 종종 들을 정도이니 말이다.


나는 원래 소화기계통이 좋은 편이 아니었다. 자주 배탈이 나고, 많이 먹으면 몸이 아프다는 느낌을 받곤 했다. 그런데 그 탓이 많이 먹기 때문이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해서, 더 좋은 음식을 먹거나 영양제 혹은 운동으로 대응을 하려 했다. 그러나 그것도 한계가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간헐적 단식'이라는 개념을 알게 되었고, 이어 2016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오스미 요시노리 교수가 밝혀낸 '오토파지 매커니즘'도 '간헐적 단식'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2016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오스미 요시노리. 사진 출처: www.nobelprize.org


오토파지는 세포 내 불필요한 단백질이나 손상된 소기관을 분해하는 현상으로, 이 기전에 이상이 생기면 암이나 신경난치병이 발생한다. ‘세포 내 청소부’ 역할을 하는 유전자를 발견한 것이다.

오토파지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말로, ‘자신’을 뜻하는 ‘Auto’와 ‘먹는다’를 뜻하는 ‘phagein’이 합쳐져 ‘스스로를 먹는다’는 의미다.

세포는 오토파지를 통해 빠르게 에너지를 얻을 수 있으며, 세균 등에 감염됐을 때 오토파지를 통해 세포 안에 들어온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없앨 수도 있다. 배아의 발달 과정에서도 오토파지가 필수적이다. 우리 몸의 노화를 억제하는 조절자로도 작용한다.

오토파지는 최근에는 파킨슨병이나 알츠하이머병 등에 공통된 신경세포에서의 이상단백질 축적을 막는 역할을 하며 암세포 증가나 노화 억제에도 관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 https://www.dongascience.com/news.php?idx=14082 중 -


오토파지를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세포 내에 불필요하거나 손상된 부분을 '뚝딱뚝딱' 고쳐서 건강한 세포로 새롭게 쓰는 과정을 말한다. 그리고 이렇게 우리 몸에 다방면으로 좋은 오토파지를 촉발시키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단식'이다.


말이 좀 길어졌는데 아주 단순무식하게 이야기하면 '적당한 단식은 몸에 좋다'이다.


그러나 "끼니를 절대 거르면 안된다"는 강박이 있었던 나에게 이러한 노벨상 수상자의 말도 바로 받아들이기는 힘들었다. 그래서 바로 1일 1식을 하기 보다는 하루에 16시간을 금식하는 간헐적 단식을 조심스럽게 시작함과 동시에 책과 인터넷을 통해 '단식'과 관련된 정보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은 인간은 잠을 못자면 생각보다 빠르게 사망할 수 있으나, 단식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었다. 극단적인 예이긴 하지만 382일 동안 단식을 했던 사람도 있으니 말이다.(가장 오랫동안 잠을 안 잔 사람의 기록이 단 11일이다)


앵거스 바비에리 단식 전(왼쪽), 후(오른쪽). 사진 출처: en.wikipedia.org
앵거스 바비에리는 1965년 6월부터 1966년 7월까지 382일 동안 단식을 했던 스코틀랜드 사람이다. 그는 집에서 생활을 하며 차, 커피, 소다수, 비타민 만을 섭취하며 살았고 건강 검진을 위해 자주 병원을 방문했다. 그는 125kg을 감량했고 최장 기간 단식으로 기록을 세우게 되었다.

- en.wikipedia.org 중 -
* 본인 번역



단식은 앵거스 바비에리와 같이 특별한 케이스만 있는 것이 아니고 수천년동안 수억 명을 대상으로 한 일종의 대규모 임상 결과도 있다. 바로 '라마단'이다.


라마단(Ramadan)

라마단 중의 단식은 신앙고백·기도·희사(喜捨)·성지순례와 함께 이슬람 5대 의무 중의 하나이다. 전 세계 30여 이슬람국가와 그 밖의 나라에 거주하는 8억 이슬람교도들은 이 기간 중 하루에 3번 또는 5번 성지 메카나 메디아를 향하여 기도하고 철저히 절제된 생활을 한다. 해가 떠 있는 동안 일체 음식과 물을 먹지 않지만, 다만 여행자·병자·어린이·임산부 등은 이 의무가 면제되는 대신 후에 별도로 수일간 지켜야 한다  

- [네이버 지식백과] (시사상식사전, pmg 지식엔진연구소) 중 -


이렇게 다량의 정보를 접하면서 조금씩 용기내어 '간헐적 단식'의 시간을 늘려갔고 어느새 1일 1식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의 삶은 드라마틱하게 변화기 시작했다. 매우 좋은 쪽으로.


어떤 것이 좋았는지는 다음 편에서 자세히 적어보도록 하겠다.


<다음 글>

https://brunch.co.kr/@kap/436



<같이 면 좋은 글>

https://brunch.co.kr/brunchbook/kap11



Photo by Photos by Lanty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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