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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Sep 13. 2022

초대받지 못한 손님


혼자 카페에 가서 책을 읽거나 읽은 책을 정리하곤 한다.


이때 나의 소소한 원칙(?)은 작은 카페의 경우 2시간 넘게 있지 않고 웬만하면 가장 비싼 원두의 아메리카노 혹은 드립 커피를 주문해서 마시는 것이다. (1일1식을 하는지라 라테류나 디저트는 못 먹기 때문에 가장 비싼 커피 한잔을 킨다) 작은 카페를 운영하는 지인으로부터 자영업자의 고충을 들었기 때문에 이런 원칙을 더욱더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최근 내 원칙과 동일하게 카페 이용이 2시간으로 제한된 카페 방문했다. 읽은 책들을 태블릿으로 정리하고 내 기억으로는 1시간 40분 정도 된 시간에 마무리를 하고 나오는데 사장님으로 보이는 분이 같이 따라 나왔다. "저희 매장이 협소해서 태블릿을 이용하실 거면 다른 카페를 이용해주시면 좋겠습니다"라는 말을 했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어서 꽤 당황스러웠다. 태블릿을 사용하지 말라는 카페 규정도 없었고, 2시간을 넘게 있지도 않았기 때문에 나름의 반론(?)을 펼칠 수도 있지만 그냥 고개를 끄덕이고 나왔다. 사장님이 그런 말을 하는 이유를 굳이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 같아서. 혼자 오는 나 같은 손님보다는 회전율이 높고 커피에 디저트까지 주문하는 커플 손님 더 나을 테니 말이다. 자영업자에게 생계와 직결되는 문제일 테니.


카페와 관련해서는 유독 이러한 문제가 많은 것 같다. "몇 시간을 이용하는 게 맞는지", "어떠한 목적으로 활용해야 하는지" "노키즈존이 옳은지" 등등 다양한 이슈로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끊임없이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으니 말이다.


나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문제라 크게 생각을 안 했었는데 막상 벌어지니 참 난감했다.


막연하게 생각했을 때는 카페마다 세부적인 규정을 만들면 해결될 것 같지만 그 또한 충분치 않을 것이다. 라틴어 격언 중에 "법이 많아지면 정의가 적진다"(summum ius, summa iniuria)는 말처럼 세세한 규정이 오히려 더 많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이렇게 작아 보이는 문제일수록 해결하기가 참 어렵다. 인간관계처럼 말이다. 답은 뻔한 말이긴 하지만 서로가 서로의 입장에서 조금 더 생각해보는 것 밖에는 없어 보인다.


나는 일단 이번 경험을 두 가지의 계기로 삼기로 했다. 내가 공급자로 일하는 분야에서 소비자를 이와 비슷하게 대하지는 않았는지 반성의 계기로, 그리고 혼자 방문하는 나를 친절하게 반겨주었던 카페 사장님들을 향한 감사의 계기로 말이다.


초대받은 손님으로만 살아가면 알 수 없는 좋은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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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Annie Spratt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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