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논쟁이란 걸 하지 않는다.
나 자신에 대한 비판에는 일절 반론하지 않기 때문에 논쟁이 되지 않는다. 왜 반론하지 않는가 하면 나에 대한 비판은 늘 옳든지 그르든지 둘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비판이 옳다면 나는 반론할 수 없고 해서도 안 된다.
내가 무지하다든지 태도가 나쁘다든지 비인정하다는 비판은 모두 사실이기 때문에 나에게 반론의 여지가 없다. 질책 앞에서 숙연하게 머리를 숙일뿐이다. 그리고 비판이 틀렸으면 더욱더 반론이 필요 없다.
나처럼 알기 쉬운 이야기를 쓰는 사람의 글에 대한 비판이 틀렸다는 것은 그 사람의 지성에 문제가 있다는 증거이다. 부족한 지성을 상대로 사람의 도리와 옳고 그름을 설명하는 것은 소모적인 일이다.
그래서 나는 어떤 사람에게 어떤 비판을 받아도 반론하지 않는 것을 기본 방침으로 삼고 있다. 게다가 내가 아는 한 논쟁에서 정말로 읽을 가치가 있는 글은 '문제의 글'과 '그에 대한 비판의 글' 단 두 가지뿐이다. 그 이후에 쓰인 글은 비판을 반대하는 것이든 거듭 비판하는 것이든 모두 질적인 면에서 처음 두 글을 뛰어넘지 못한다(점점 신경질적이 되고 쓰면 쓸수록 질이 떨어질 뿐이다)
최초의 비판이 등장한 단계에서 논쟁의 기초자료는 이미 갖추어졌기 때문에 여기에 군말을 덧붙일 필요는 없다. 논의의 옳고 그름을 판정하는 것은 당사자들이 아니라 독자 여러분이다.
- 우치다 다쓰루의 <우치다 선생이 읽는 법>(박동섭 옮김, 유유, 2020)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