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사를 요청한 사람은 나와 함께 <비행독서>를 쓴 로히였다. '타인에게 부탁을 잘 못하는 성격이기에 그나마 친밀하면서도 글 쓰는 것에 두려움이 적은 나에게 이야기를 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리고 이번 책이 우리 둘이 함께 만든 독립출판사 '소피스트'의 첫 작품이다 보니 두 사람의 흔적이 모두 들어가는 게 의미 있지 않을까 하는 그녀의 세심한 배려라는 생각도 들었다.
추천사 요청을 받고 두 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보았다. "추천할만한 책인가?" 그리고 "내가 추천할만한 사람인가?"
첫 번째 질문에는 쉽게 긍정할 수 있었다. 우리 출판사의 첫 책이라서 그리고 지인이 쓴 책이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독자의 입장에서 읽었을 때 나를 행동하게 만드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떤 책을 추천함에 있어서 나의 기준 중 하나는 '책이 독자를 움직이게 하느냐?'인데 <회사가 나아요, 가게가 나아요>는 이 기준을 충족하고 있었다.
두 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다소 머뭇거리게 되었다. 책을 단 한 권밖에 쓰지도 않았고, 아직 사회적 영향력도 미미한 나의 추천이 그녀의 책에 도움이 될까 싶었기 때문이다. 다만 오늘의 나는 추천할만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내일의 나는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와 함께 'yes'라고 스스로에게 답했다.
그리고 아래와 같이 추천사를 쓰게 되었다.
"회사 때려치우고 카페 차릴 거야"라고 말하는 사람은 많으나,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은 드뭅니다. 제가 다니던 회사는 더더욱 그러했습니다. 삼성이라는 대기업의 단단하고 안전한 울타리를 벗어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았겠죠. 그런데 홀연히 그것을 행동으로 옮긴 동기가 있었습니다. 바로 로히였습니다.
회사를 다닐 때는 같이 일할 기회가 없어서 그녀에 대해서 잘 몰랐습니다. 차분하고 조심스러워 보이던 인상의 그녀가 퇴사 후 카페를 차린다는 이야기를 듣고 의외라는 생각을 했을 뿐입니다. 그리고 2022년에 <비행독서>라는 책을 같이 쓰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의외라고 생각한 모습이 사실 그녀의 본래 모습이라는 것을. 그녀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증명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증명하지도 책임지지도 않는 그럴싸한 말이 난무하는 시대에 말없이 행동으로 증명하는 보기 드문 희귀종이 바로 로히였습니다.
에릭 와이너는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에서 정보, 지식, 지혜를 다음과 같이 구분했습니다. 정보는 사실이 뒤죽박죽 섞여 있는 것. 지식은 뒤죽박죽 섞인 사실을 좀 더 체계적으로 정리한 것. 그리고 지혜는 뒤얽힌 사실을 풀어내어 이해하고, 결정적으로 그 사실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 것. 이 정의에 따르면 <회사가 나아요, 가게가 나아요>는 지혜를 담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종이에 박제된 글이 아닌 뜨겁게 살아 숨 쉬는 글이고,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행동하게 만드는 글이니까요.
저에게 와닿은 작가의 진심과 지혜가 이 책을 읽는 모든 분들에게도 닿기를 바랍니다.
캡선생 (아이디어오븐 이사, 소피스트 공동대표)
2023년 1월, 숙녀미용실이 있었던 자리와 멀지 않은 곳에서
로히의 <회사가 나아요, 가게가 나아요>는 퇴사와 창업을 준비하는 분들께 큰 도움이 될 책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