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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Feb 09. 2023

행복해서 불안하다면


너무 행복하면 불안해졌다. 불안이라는 단어로 충분하지 않은 것 같다. 두려움. 그래 두려움이라는 단어가 더 적절할 것 같다. 곧 사라질 행복의 자리에 찾아올 불행에 대한 두려움 말이다.


어느 정도의 경험과 지식이 쌓인 후가 아닌 어렸을 때부터 이렇게 느낀 걸 보면, 이는 인간의 본능이거나 나의 기질인 것 같다. 이러한 두려움이 행복을 온전히 즐기지 못하게 만들었다. 더 나아가 작은 불행이라도 빨리 찾아와서 두려움을 해소해 주길 바라기도 했다. 인간은 행복을 추구한다고 하던데 나는 불행을 추구하는 인간처럼 보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책과 영상을 살펴보았으니 크게 도움 되는 답을 찾지는 못했다. "인간은 모든 것이 변화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해 고통스럽다"는 부처의 '일체개고(一切皆苦)',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든다"라는 니체의 명언, 그리고 "범사에 감사하라"는 신약성경의 구절 등이 힘이 될 때도 있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어주지는 못했다. 이러한 큰 말을 담기에 나의 그릇이 너무나도 작았는지도 모른다.


그러다 하나의 구절이 벼락같이 나에게 내리쳤다. 중국 한나라의 7대 황제 한무제의 말이다.


환락극혜애정다(歡樂極兮哀情多)
환락이 극에 달하니 슬픔만이 가득하구나.



한무제는 그 당시 인간이 누릴 수 있는 모든 기쁨을 누렸던 사람이다. 그 누구도 부럽지 않고 그 무엇도 부족하지 않았던 삶을 산 사람이다. 그런 그에게 최종적으로 남은 감정이 '슬픔'이라니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그렇다. 긍정적으로 여겨지는 감정도 극에 달하면 반대의 감정으로 변하기 마련인 것이다. '모든 것은 극에 달하면 반드시 반전한다'는 물극필반(物極必反)이라는 말처럼.


한무제의 실수는 다름 아닌 환락이 극에 달할 때까지 가만히 넋 놓고 있었던 것이다. 본인의 즐거움을 조금 더 주위 사람에게 나누고 백성들과 함께 했다면 그에게 최종적으로 남는 것은 '슬픔만이 가득한 삶'이 아니었을 것이다.


이러한 깨달음으로 삶을 되돌아보니 답이 보였다. 행복해서 두려울 때, 이 두려움을 없애주었던 것은 늘 주위사람에게 도움을 주었던 순간이었다. 10년 전부터 꾸준히 해온 금전적 기부뿐만 아니라 나의 조그만 재능으로 타인에게 도움을 주었던 순간순간마다 행복이 손잡고 온 불행이 슬며시 도망가곤 했다. 행복이 내 안에서만 넘치기 전에 주위에 나누니 두려움이 사라졌던 것이다.


이때부터 행복해서 두려울 때면 어떻게 행복을 나눌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정기적인 후원 말고도 일시 기부를 하기도 했고, 재능기부를 할 수 있는 영역을 찾아보기도 했다. 다양한 방법으로 세상에 행복을 나누어 줄 방법을 고민하다 보니 두려움은 차츰 잦아들었다. 행복이 가득 차 터지곤 했던 행복 풍선이 알맞은 수준으로 유지되었다.


행복해서 불안하다면, 행복을 나누면 된다는 지극히도 간단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진: UnsplashDebby Hud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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