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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Feb 01. 2023

신의 마음은 악마가 가장 잘 안다


프랑스의 대표적 계몽사상가였던 볼테르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예술 분야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자신 안에 악마가 있어야만 한다.



도발적으로 느껴지는 이 말의 의미는 무엇일까?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나는 '무경계적 사고'로 해석한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듯 예술은 창의성이 중요한 영역이고, 이러한 창의성은 어떠한 프레임에도 갇히지 않는, 심지어 도덕이라는 강력한 틀에도 속박되지 않는 자유로운 생각을 요한다. 그래서 예술가는 어떠한 경계도 거리낌 없이 넘나들 수 있는 악마를 자신 안에 품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로 볼테르의 말을 해석하고 있다.


천상 연예인이라 불리는 사람들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미남미녀가 아니더라도, 엄청난 가창력과 연기력이 없더라도, 그들은 하나같이 언어로 명확하게 표현하기 힘든 무언가를 갖고 있다. 우리는 이것을 '연예에 대한 소질이나 재능'을 의미하는 '끼'라고 부르곤 하는데, 이 또한 그들의 무언가를 표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대신에 이것을 볼테르가 말한 '자신 안의 악마'라고 부른다면 어떨까?


끼가 있는 사람은 매력이 있다는 소리를 듣곤 하는데, 이 매력의 뜻을 자세히 살펴보면 '자신 안의 악마'라는 말이 조금 더 설득력 있게 들릴 것이다. 매력은 '도깨비 매(魅)'에 '힘 력(力)'이라는 한자의 조합으로 도깨비가 사람을 홀리는 힘이라고 볼 수 있다. 즉 상대방의 이성적인 힘을 마비시키는 인간을 초월한 힘이다. 다른 말로 인간이 아닌 '자신 안의 악마'가 행할 수 있는 힘이라고도 볼 수 있다.


'자신 안의 악마'를 '무경계적 사고'가 아닌 '파격이나 일탈'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에 대한 힌트는 우치다 다쓰루의 <어떤 글이 살아남는가>에서 얻었다.


파격이나 일탈은 규칙을 숙지하는 사람에게만 가능합니다. 악마는 신학적으로 천사가 타락한 것이라고 봅니다. 신과는 조금도 관계가 없는 곳에서 악마가 고립적으로 태어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신이 정해놓은 모든 규칙을 완벽하게 내면화하지 않으면 신의 의지가 실현되는 모든 경우에 훼방을 놓는 악마의 활동을 펼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신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모르는 악마'는 없습니다. 그런 악마는 실수로 선행을 베풀거나 섭리를 실현하는 데 힘을 보탤지 모릅니다. 신의 의지와 신의 행동 패턴을 철저하게 숙지하는 자여야만 섭리의 실현을 허탕 치게 할 수 있습니다. 언어의 파격이나 일탈도 마찬가지입니다.

- 우치다 다쓰루의 <어떤 글이 살아남는가>(김경원 옮김, 원더박스, 2018) 중 -



그의 말처럼 신의 뜻을 완벽하게 거스르기 위해서는 아이러니하게도 신의 뜻을 완벽하게 알아야만 한다. 그래야만 그가 원하는 것은 하지 않고 원하지 않는 것만 쏙쏙 골라서 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이런 면에서 기존의 예술을 완벽하게 이해함으로써 완벽하게 벗어나는 때로는 완벽하게 부숴버리는 '완벽한 파격과 일탈'을 해낼 수 있는 것 또한 '자신 안의 악마'인 것이다.


참과 거짓을 의미하는 진(眞), 착함과 나쁨을 말하는 선(善), 아름답고 추한 것을 이야기하는 미(美)를 동일하게 보는 분에게 이러한 이야기는 불편하게 들릴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진실이 때로는 아름답지 않고, 아름다움이 때로는 폭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우리는 비로소 예술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 참과 거짓, 선과 악, 아름다움과 추함, 그 어디에도 속하려 하지 않는 예술을. 더 나아가 이러한 구분법을 부수려고 하는 예술을 말이다.



사진: UnsplashSamuele Gigl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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