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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Mar 01. 2023

좋은 모임장의 말하기와 듣기


수많은 모임과 강연을 진행하면서 다른 사람들은 모임과 강연을 어떻게 진행하는지 살펴보기 위해 다양한 모임에 지속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모임장마다 각자의 스타일이 있었고 그에 따른 장단점이 있었다. 장점은 장점대로 그리고 단점은 반면교사로 삼아서 모든 모임장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 특히 모임장은 어떻게 말하고 들어야 하는지를.


모임장 중에서 '말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비율상 많았다. 극단적으로는 전체 말하기 지분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모임장도 있었다. 그에게 참여자의 말은 코러스에 가까웠다. 마치 노래방에서 누가 노래를 부르건 어느샌가 끼어들어 노래를 독차지하면서 어려운 파트 혹은 본인이 쉬고 싶을 때만 다른 사람에게 마이크를 돌리는 그런 사람처럼 말이다. 가뭄에 콩 나듯 참여자가 용기 내서 말을 하더라도 그가 중간에 말을 끊고 본인의 의견을 전하기 일쑤였다. 하늘아래 두 개의 태양이 뜰 수 없듯 모임 내에서 말을 주도하는 사람은 그뿐이었다.


반대로 소수이긴 했지만 침묵하는 모임장도 있었다. 그는 돌아가면서 참여자들의 이름을 호명하며 말할 것을 요청한다. 한 사람의 말이 끝나면 바로 다음 사람을 지목하는 식이다. 마치 인간 타이머처럼 참여자의 말에 집중하기보다는 언제 끝날지에만 집중하는 것처럼 보였다. 참여자가 적극적으로 말을 하지 않으면 모임공간은 시간이 멈춘 듯 고요해지곤 했다. 이 고요는 마음을 편하게 만드는 고요가 아니라 누구라도 깨부수었으면 하는 정적에 가까웠다. 침을 꼴깍 삼키기도 부담스러운 그런 정적 말이다.


이러한 극단적인 방식의 말하기와 듣기가 좋지 않음은 누구나 알 것이다. 공자는 <中庸(중용)>에서 고대 중국의 전설적인 제왕인 순임금의 지혜를 '양 끝을 잡아 그 가운데를 백성에게 사용했다'라고 표현했다. 이처럼 모임장의 지혜도 양 극단을 잡고 그 가운데를 참여자에게 사용하는 데 있을 것이다. 모임장의 말하기와 듣기도 중용의 미(美)가 있어야 한다.


다만 문제는 중용의 말하기와 듣기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 말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절대적인 기준이 있는 것이 아니다. 상황과 맥락 그리고 참여자의 성향에 따라 유연하게 바꾸어야 한다. 모임장의 말하기와 듣기에는 중용의 미가 있어야 한다는 말은 공자님 말씀으로 그칠 확률이 높다. 그래서 나는 여기에 TSMC의 창업자 모리스 창이 말한 좋은 청자와 화자에 대한 이야기를 덧대고자 한다.


좋은 청자는

1) 정신을 집중하여 경청한다.
2) 남의 말을 도중에 끊지 않는다.
3) 자신을 비판하는 말을 들었을 때 '어떻게 반박하지? 하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좋은 화자는

1) 수시로 청자의 반응을 살피며 내용을 수정한다.
2) 정보 자체를 완전히 이해한다.
3) 상대방의 배경과 호불호를 최대한 알아둔다.
4) 상대방의 전문지식을 높이 평가하거나 그들의 일반지식을 낮게 평가하지 않는다.

- 상업주간, <TSMC 반도체 제국>(차혜정 옮김, 이레미디어, 2018) 중-



앞서 말한 공자의 중용의 미를 구체화한 좋은 예라고 생각한다. 좋은 모임장은 이처럼 좋은 청자이면서 좋은 화자여야만 한다. 일단 나 자신부터 돌아봐야겠다. 



사진: UnsplashAustin Dist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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