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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Apr 12. 2022

팔리는 콘셉트 한 스푼

모임의 콘셉트


신규 모임의 흥행은 '콘셉트'에 달려 있다.


물론 에토스가 있는 모임장이라면 콘셉트와 상관없이 모든 모임을 완판 시킬 수 있을 것이다. 개그맨 유재석이 모임을 만든다면 콘셉트에 상관없이 완판 될 것임을 누구나 예상할 수 있듯이. 아직 '에토스'를 확보하지 못한 모임장이라면 '모임의 콘셉트'로 승부를 볼 필요가 있다. 콘셉트는 '참여자의 니즈(needs)'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구구절절이 설명하는 것보다 구체적 예시를 들어보겠다. 캡선생이 직접 진행한 모임들.



1. <난독해독클럽>


독서모임은 독서가 이미 습관인 사람들참여할 거라는 선입견이 있다. 물론 그런 분들도 꽤 있다. 하지만 그들은 소수다. 다년간 독서모임을 진행하고 참여해 본 결과 독서모임에 참여하는 다수는 "이제부터 독서를 해봐야지"라고 마음먹은 독린이들이다. 다시 말해 독서모임은 '독서광'보다는 '독린이'가 훨씬 많은 비율을 차지다.


"독린이들의 니즈는 무엇일까?"를 알아보기 위해 많은 참여자들에게 직간접적으로 이에 대해 물어보았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다. 쉬운 책 위주로 읽는 그들도 어렵고 분량이 많은 책에 관심이 많다는 것이었다. 독린이들은 텍스트로 정보를 습득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다 보니 '어려운 책'과 '분량이 많은 책'은 읽고 싶어도 읽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심리 때문인지 그런 책을 읽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부러움 심하게는 경외심을 느끼는 것처럼 보였다.


이 니즈를 모임 콘셉트에 반영해 보기로 했다. 분량이 많거나 어려운 책을 읽지 않고도 읽은 것처럼 말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모임. 독서모임은 "책을 읽고 와야 한다"는 기본 전제를 뒤집는 모임. 그렇게 <난독해독클럽>이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난독(어려운 독서를) 해독(해독해 주는) 클럽이라는 의미다)

<난독해독클럽> 6기. 사진 출처: 아그레아블


어려운 책을 단순히 쉽게 설명해 주는데서 그치면 강의와 다를 바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 식의 모임은 듣는 사람 입장에서도 모임 후에 내용을 빠르게 잊어버릴 수 있다 단점도 있었다. 책을 읽고 정리하지 않으면 기억에 잘 남지 않듯이 모든 내용을 나만의 방식으로 해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난독해독클럽>은 어려운 책을 쉽게 설명해 주는 '해독 타임'과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참여자들이 책과 관련해서 자기생각을 이야기하는 '해석 타임'으로 구성했다. <난독해독클럽>이 추구하는 '책을 읽지 않아도 읽은 것처럼 말할 수 있는 모임'이 완성되었다.


<난독해독클럽> 모임 후기. 사진 출처: 아그레아블
<난독해독클럽> 모임 후기. 사진 출처: 아그레아블



2. <비행독서>


'여행'을 뜻하는 영어 단어 'Travel'은 '고생, 고역'을 뜻하는 'Travail'에서 비롯되었다. 현대인들은 신기하게 이 고생스러운 여행을 너무나도 좋아한다(물론 교통수단과 숙박시설이 편해진 덕분도 있다). 대부분의 현대인들은 시간과 돈이 허락하는 한 끊임없이 여행을 해왔다. 코로나19가 터지기 전까지.


강제적으로 여행을(특히 해외여행을) 하지 못하다 보니 사람들은 다양한 형태로 대체 경험을 찾기 시작했다. 이것을 기회로 본 사람들은 다양한 시도를 했다. 외국에 온 것 같은 느낌을 물씬 풍기는 카페와 음식점, 심지어 일본 마을을 구현한 관광지까지도 생겼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도쿄의 지하철 소리' '태국 해변의 파도소리'와 같이 청각으로 해외여행을 체험할 수 있게 만든 어플과 영상들도 큰 인기를 끌었다.


독서모임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여행이라는 대다수의 니즈를 독서모임에 어떻게 연계를 시킬까?" "독서와 여행이 만나는 지점은 무엇일까?"


하나의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비행기에 탔을 때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핸드폰을 비행모드로 하고 책을 읽순간. 구름 위에서 비행기가 만들어내는 백색소음 속에서 책에 빠져드는 순간. 바로 이것을 독서모임 콘셉트로 만들자는 아이디어가 떠오른 것이다. '핸드폰은 비행모드, 우리들은 독서모드' <비행독서>는 그렇게 탄생했다.


비행독서 12회 차. 사진 출처: 남의집


참여자는 입장 시 비행기 티겟 모양의 안내문을 받음과 동시에 핸드폰을 '비행모드'로 바꾼다. 1시간 30분 동안 각자가 비행기에서 책을 읽듯 독서를 한다. 독서를 하는 동안은 백색소음 정도의 노래를 틀어 놓는다. 그 후 1시간 30분간 마치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처럼 각자 읽은 책과 본인의 관심사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눈다. 이렇게 <비행독서>는 여행과 독서의 교집합을 만들었다.

<비행독서> 모임 후기. 사진 출처: 남의집




모임의 본질은 '다양한 개인들'이 '공통의 관심사'로 한데 '모임'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다양성'을 유지함과 동시에 '공통성'을 만들어내는 방법을 늘 고민한다. 도움이 되는 방법 중 하나가 지금까지 말한 '참여자의 니즈'로부터 출발하는 '콘셉트'이다. '콘셉트'이라는 '특수성'을 통해 '공통성'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모임은 과학보다는 예술에 가까운 것 같다. 쉘던 리치먼드(Sheldon Richmond)의 말이 이를 잘 보여준다. 


 과학은 특수성을 모두 포함하는 보편성을 이야기하고,
예술은 하나의 특수성으로 보편성을 이야기한다.


Photo by Louis Hansel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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