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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Feb 20. 2023

번아웃이 아닌 셀프퇴사


난 선생이고, 넌 학생이야



2002년 대한민국을 월드컵만큼이나 들썩이게 만들었던 드라마 <로망스>의 명대사다. 여교사와 남학생의 사랑이라는 금기시되는 주제를 다루었기에 당시에 많은 비판도 있었으나 그만큼이나 큰 관심도 받았다. 여기서 내가 주목하는 것은 '명칭'이다. 수많은 명칭 중에서 '선생'과 '학생'을 선택함으로써 절대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무언가에 어떠한 명칭을 부여하느냐에 따라 결론은 확연하게 달라질 수 있다. 철학자 쇼펜하우어가 "사물에 대한 말의 의미가 우리를 행복하게도 하고 불행하게도 한다"라고 말한 것처럼 말이다.


드라마 <로망스>. 사진 출처: MBC


우리는 일을 과도하게 하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심신이 지쳤을 때를 가리켜 '번아웃(Burnout)'이 왔다고 말한다. 미국의 정신분석학자 허버트 프로이덴버거가 처음으로 사용한 이 용어는 사람을 자동차와 같은 기계에 빗대어 이해하게 만든다. 자동차를 정지상태에 두고 바퀴를 과하게 회전시키면 바닥과의 마찰로 인해 타이어가 타면서 연기를 내뿜는다. 이러한 현상을 '번아웃'이라고 일컫는데, 사람의 번아웃을 이러한 이미지에 빗대지 않았나 싶다.


자동차의 번아웃. 사진 출처 : https://en.wikipedia.org/wiki/Burnout_(vehicle)


자동차가 번아웃으로 부품이 훼손되면 수리기간을 갖고 손상된 부위를 고치듯, 인간도 번아웃이 오면 휴식기간을 갖고 몸과 마음의 치료를 받아야 한다. '번아웃'이라는 명칭에서는 기계처럼 인간도 수리를 해야 하는 대상이 된다. 그래서 나는 '번아웃'이라는 명칭이 근본적인 해결책을 구상하기에 적절한 용어가 아니라고 생각을 한다.


아트스피치앤커뮤니케이션 대표인 김미경씨는 세상에서 가장 싸게 써먹을 수 있는 사람이 본인 자신이라고 말했다. 이것을 조금 더 확장해서 생각해 보면 우리 모두는 스스로의 사장이자 직원이다. 스스로에게 일을 시키는 사람도 '나'이고, 시킨 일을 하는 사람도 '나'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았을 때 번아웃은 셀프퇴사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아무런 대가 없이 그리고 그 어떤 동기부여도 없이 누군가를 일하게 만드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심지어 노예도 이러한 환경에서는 장기적으로 그리고 제대로 일을 할 수 없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은 스스로를 이러한 조건에 두고 일을 시킨다. 열심히 일한 본인에게 그 어떤 칭찬도 하지 않고, 대가도 주지 않으면서 지속적으로 일하라고 명령만 하는 것이다. 지독하게 악독한 사장의 모습이다.


이렇게 악독한 사장 밑에서 일하는 직원은 당연하게도 퇴사를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번아웃이라 불리는 셀프퇴사다. 기업에서는 직원이 퇴사를 할 경우 대체인력을 찾을 수 있지만, 셀프퇴사의 경우 대체 인력을 찾을 수 없다. 직원이 퇴사하면 사장은 그대로 파산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것도 하기 싫은, 더 정확히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에 빠지는 것이다.


번아웃이라는 개념으로 접근했을 때는 '휴식'과 '치료'와 같이 일이 터지고 나서의 수습책을 강구하게 된다. 한마디로 사후대책(Reactive)으로 접근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셀프퇴사라는 명칭을 부여하면 직원이 퇴사하지 않도록 다양한 복지와 동기부여를 고민하듯이, 사전예방(Proactive)적 대책을 고려하게 된다. 이처럼 '번아웃'에서 '셀프퇴사'로의 명칭과 인식의 전환이 조금 더 근본적인 해결책을 생각하게 만든다.


대체불가능한 최고의 인재가 당신이라는 회사에 입사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당신의 역할은 그 인재의 잠재력을 최고치로 이끌어냄과 동시에 퇴사하지 않도록 최 대우하는 데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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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UnsplashChristian Erfu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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