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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Feb 21. 2023

'악플'은 애매해서 '마플'이라 부르기로 했다


댓글 알람이 연달아 두 번 울렸다. 동일한 사람의 댓글이었다. 라이킷 없이 댓글만 두 개인걸로 보아 좋지 않은 내용일 것 같았는데 예상이 맞았다. 대충 이런 내용의 댓글이었다.



~를 해본 적이 없으니, 이렇게 밖에 말을 못 하지.



예전에는 이처럼 글 하나만 보고 모든 것을 판단하려는 사람에게는 적극적으로 반론을 펼치는 등의 대응을 했는데, 이번에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해당 댓글을 쓴 사람을 차단했다. 이러한 사람에게 나의 소중한 시간과 에너지를 단 1초, 1줄도 쓰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의 예상과는 달리 나는 '~를 해봤다')


해당 댓글이 악플인지는 모르겠다. 악플이라는 것은 상대적이고 주관적인 개념이라 누군가에게는 악플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건전한 피드백일 수 있으니 말이다. 본인의 의견에 반대하는 모든 댓글을 악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협박이 아닌 이상 모든 댓글이 그 나름의 의미가 있지 않겠냐며 허허 웃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법적으로 '명예훼손', '모욕'에 해당되는 부분이라면 명확히 악플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그 외에 작가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미묘한 수위의 댓글 중 무엇이 악플인지 정확히 집어내는 것은 꽤나 힘들다. 그렇기에 나는 댓글을 관리할 때 '악플'이 아닌 '마플'을 기준으로 보려고 한다.


모든 것에는 음과 양이 있고, 그것을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플러스(+)가 더 클 수도 반대로 마이너스(-)가 더 클 수도 있다. '현재 시점'에서 '나라는 사람'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기준으로 마이너스가 더 큰 리플을 '마이너스 리플', 즉 '마플'이라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마플 중 대표적인 것이 독단적인 시각으로 성급하게 판단하고 일반화하는 부류다. 이런 댓글을 다는 사람과는 건설적인 대화가 힘들다는 것을 지난 10여 년 간의 경험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물론 이 또한 누군가에게는 성급한 일반화로 보이겠지만 그에 대해서는 내가 감수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댓글 자체가 나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더라도 마플은 바로 삭제하거나 차단하는 편이다. 한정된 시간과 에너지를 갉아먹는 뱀파이어 같은 댓글은 초기에 진압하는 것이 최선이기 때문이다. 남의 돈을 중간에서 몰래 가로채가는 것을 은어로 '슈킹(しゅうきん)'이라고 말하는데, 마플은 타인의 돈이 아닌 에너지 슈킹을 목적으로 한다. 그래서 논리적으로 대응을 하건 조롱과 조소와 같이 맞불 작전을 하든 간에 그들의 댓글에 반응을 하는 것 자체가 그들이 설치한 에너지 슈킹의 덫에 빠지는 길이다. 여러모로 마플은 초반에 싹을 자르는 것이 중요하다.


마플우리의 소중한 시간과 에너지를 부하지 말자. 소중한 람들에게만 쓰기도 부족하니까. 



P.S.  '마플'이라는 기준으로 모든 댓글을 대하다 보면 장기적으로 나와 다른 생각을 접할 기회가 줄어들어 편협해질 수도 있기에 이점은 지속적으로 주의를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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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runch.co.kr/brunchbook/kaptop7



사진: UnsplashClint Patter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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