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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Feb 28. 2023

고객은 '종횡무진'이다

※ 인물과 브랜드를 특정하지 않기 위해 일부 각색하였습니다.



대개는 생각이 정리되면 말을 하지만, 때로는 말을 하면서 생각을 정리할 때가 있다. 혹은 정리될 때가 있다. 오늘은 그렇게 정리된 생각을 적어볼까 한다.


며칠 전에 중견기업 대표님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대표님은 B2B(Business to Business: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비즈니스)에서는 큰 성공을 거두었으나, 소비자 대상으로 하는 신규 B2C(Business to Consumer)에서는 오랫동안 헤매고 있었다. 수억 원짜리 컨설팅을 받기도 했고, 나름 비싼 비용을 들여서 광고도 해보았으나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면서 답답한 마음을 털어놓았다.


이야기를 묵묵하게 듣고 있던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브랜드'라는 화두를 던졌다. B2B에서는 크게 중요치 않았던 '브랜드'가 B2C에서 무조건 필요하다고. 브랜드라는 지향점 없이 진행하는 마케팅은 목적지 없이 하늘을 배회하며 연료를 낭비하는 비행기와 같다고 말이다.


화두를 던지고 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즉흥적으로 이어나가다 보니 어느샌가 이야기의 흐름이 '고객'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고객은 이내 세로축과 가로축으로 쪼개지게 시작했고, '세로와 가로의 다함이 없다'는 뜻의 종횡무진이 되었다.



1. 종(縱; 세로; vertical)


먼저 세로축으로 생각해 보자. 박종윤의 <내 운명은 고객이 결정한다>에 따르면 고객은 소비자, 고객, 단골, 팬으로 나눌 수 있다. 세로의 가장 밑단계에는 소비자가 있다. 우리 브랜드를 모르는 혹은 알지만 관계를 아직 형성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이들이 구매 혹은 경험을 통해 우리 브랜드와 관계를 형성하면 한 단계 위로 올라가 고객이 된다. 그리고 고객이 지속적으로 우리 브랜드를 구매하게 되면 단골이 된다. 세로축의 정상에는 팬이 존재한다. 팬은 우리 브랜드 없이는 살 수 없는, 우리 브랜드가 너무 좋아서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주변에 적극적으로 알리는 사람들이다.


브랜드의 성과는 이처럼 고객을 세로축으로 보았을 때  '소비자', '고객', '단골', '팬'의 비중이 어떻게 되는지에 달려있다고도 볼 수 있다. 다른 말로 '브랜드를 고려한 마케팅은 나를 모르던 소비자를 나 밖에 모르는 팬으로 만드는 과정'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2. 횡(橫; 가로; horizontal)


세로가 단계 혹은 수준의 영역이라면, 가로는 범주 혹은 유형의 영역이다. 이와 관련해서 나는 예전부터 커피 고객의 예시를 들곤 했다. 커피 고객을 뭉뚱그려 보면 카페인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 대부분의 성인일 것이다. 단순무식하게 말하면 성인 절반 이상이 커피 고객인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고객을 단순하게 생각하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 메가커피 같은 저가 브랜드의 커피를 주로 마시는 사람과 블루보틀과 같은 스페셜티 커피를 고집하는 사람은 전혀 다른 고객이기 때문이다. 나는 전자를 연료(Fuel)형 고객, 후자를 음미(Flavor)형 고객이라 부른다.


커피 브레이크(Coffee Break)라는 말처럼 연료형 고객에게 커피는 잠시 쉬는 시간에 빠르게 피로를 회복하는 데 도움을 주는 음료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에게는 고용량의 카페인을 싸고 빠르게 제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와 다르게 음미형 고객에게는 커피 브레이크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는다. 따로 긴 시간을 내서 일정한 절차를 따라 천천히 차를 마신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티 타임(Tea Time)이 더 어울린다. 이들은 차를 마시듯 커피를 음미하는 커피 타임(Coffee Time)을 갖는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커피 본연의 맛뿐만 아니라 그것을 온전히 즐길 수 있는 환경이다. 블루보틀은 커피에 집중하는데 방해가 되는 모든 편의시설(콘센트 충전, 와이파이 등)을 제거하면서 본인들은 고객을 명확히 했다.


내가 커피 고객을 예로 들면서 고객을 두 부류로 나누자, 가만히 듣고 있던 중견기업 대표님은 한 가지를 더했다. 바로 음식(Food)형 고객이었다. 아침과 점심 사이 혹은 점심과 저녁 사이에 출출한 시간 때에 간식 먹듯이 달달한 믹스커피를 먹는 유형이다. 졸음을 깨우기 위한 것도, 맛을 음미하기 위한 것도 아닌 단순히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한 음료로 커피를 마시는 것이다. 예전에는 나도 음식형 고객이었는데 왜 생각을 못했을까 싶은 유형이었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식욕과 심심한 입을 달래줄 맛과 하루에도 여러 번 나누어 먹을 수 있게 제공되는 형태다.


이렇게 커피고객도 가로축으로 쪼개보면 Fuel(연료형), Flavor(음미형), Food(음식형)의 3F 고객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커피 브랜드라면 여기에서 어떤 F를 주로 타깃팅할지를 고민해 볼 수 있다. 이처럼 가로축으로 쪼개면 브랜드가 조준할 목표시장이 명확하게 보인다.



다시 말하자면 고객을 세로로 나누면 단계 혹은 수준과 같은 '브랜드 성과지표'가 보이고, 가로로 나누면 3F 커피 고객처럼 '브랜드 목표시장'이 보인다. 고객은 이처럼 가로축과 세로축으로 무한하게 쪼개볼 수 있다.


그래서 '고객은 종횡무진'이다. 가로로도 세로로도 무한하다.



https://brunch.co.kr/@kap/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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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UnsplashAbsolutVi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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