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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Mar 20. 2023

15년을 검증한 작심삼일 타파법

이 글에서는 '꾸준히 하는 무언가'를 '루틴(routine)'이라 말하고자 합니다. 그래서 루틴, 습관, 리츄얼에 대한 엄밀한 구분은 하지 않고 루틴이라는 말로 통일하여 편하게 써 내려갈 예정입니다.



최근 모임에서 내 '아침 루틴'에 대해 이야기를 했는데, 참여자들의 관심이 생각보다 커서 좀 놀랐다.


물론 참여자들의 높은 관심은 '내가 어떠한 루틴을 갖고 있는지'는 아니었다. 유재석이나 아이유와 같은 전 국민이 아는 성공한 사람이라면 그들이 무엇을 하는지가 궁금하겠지만 나와 같은 사람에게는 그런 것이 궁금할 리가 없을 것이다. 그들이 내게 궁금해했던 것은 단지 '내가 어떻게 그 많은 루틴을 유지하는지'와 같은 방법론이었다. 참여자들은 모두 좋은 루틴을 갖고 싶으나 그게 잘 안 된다고. '작심삼일'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다고 나에게 토로했다.


먼저 여러분이 궁금하든 궁금하지 않든 일단 내 아침 루틴에 대해 간략히 적어보겠다. 설명을 위해 필요할 것 같다.



1. 명상

2. 스트레칭

3. 감사 기도

4. 플랭크

5. 글쓰기

6. To-do list 적기

7. 근력 및 유산소 운동

8. 중국어 쉐도잉(shadowing: 들으면서 거의 동시에 따라 말하기)

9. <The Economist> 'The world in brief' 읽기

10. 주요 경제 뉴스 읽기 등



사람에 따라서 별거 아닐 수도 있고 혹은 대단해 보일 수도 있는 양의 아침 루틴일 것이다. 다만 작심삼일을 밥먹듯이 했던 과거의 나를 생각했을 때는 확실한 발전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는 15년 전부터 시작한 나만의 방법 덕분이다. 이른바 '1/10 전략'이다.




'1/10 전략' 이름대로 목표의 '1/10(10%)'만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매일 책 읽기'라는 루틴을 갖고 싶다고 생각해 보자. 결심할 당시에 '하루에 10페이지는 읽을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생각이 들면 그것의 1/10인 '하루에 1페이지만 읽는 것'이다. 너무 간단한가? 이렇게 하는 이유가 있다.


1. 장기전을 위한 1/10


결심하는 순간의 내가 세운 목표는 대부분 장기적으로 실행불가능하다. 결심 당시에는 가수 에일리의 노래 가사처럼 "보여줄게, 완전히 달라진 나"와 같은 열정으로 뿜뿜하기에, 목표치가 너무나도 높을 가능성이 90% 이상이다(수치의 근거는 없다). 마치 42.195km를 달려야 하는 마라토너가 출발선에서 "100m 전력질주를 꾸준히 해보는 거야"라고 다짐하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 다른 말로 작심삼일을 담보한 목표인 것이다. 그래서 결심할 당시의 목표를 1/10 수준으로 낮추어야만 장기적으로 달성가능한 현실적인 목표가 된다.  


2. 성취감을 위한 1/10


루틴을 이어나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과정에 있어서의 성취감이다. 즉 '내가 꾸준히 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라는 스스로에 대한 신뢰를 획득하는 것이다. 그래서 아무리 쉬운 목표라도 그것을 꾸준히 해나간다면 스스로가 루틴형 인간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된다.


 나는 명상을 절대 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생각했다. 초등학교 때 '앞뒤 참견이 심하고 가만히 있지를 못해서 주위 친구들의 원성을 산다'는 충격적인 가정통신문까지 받을 정도로 태생부터 가만히 있지를 못하는 사람이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명상을 루틴으로 한다는 것은 크나큰 도전이었다. 내가 택한 방식은 '하루에 딱 30초만 눈감고 있어 보자'였다. 나조차도 그걸 누가 못해?라는 수준의 목표였다. 하지만 이렇세 쉬운 목표라도 그것이 한 달, 두 달, 세 달을 넘어가자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생겼다. 나도 명상을 꾸준히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그리고 현재는 매일 15분 넘게 명상을 하는 사람이 되었다.


3. 자극을 위한 1/10


추진력을 얻기 위해서는 자신을 안달 나게 해야 한다. 앞서 말한 '명상'루틴을 지속함에 있어서 30초라는 시간이 너무 짧다는 생각을 계속했다. "이게 무슨 도움이 될까?" "이것을 명상이라고 부를 수나 있을까?"와 같은 생각과 찝찝함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에게 '기다려'라는 명령을 계속했다. 그러다 어느 날 도저히 참지 못하고 스스로가 정한 시간을 넘겨서 아주 긴 시간 동안 명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위에서 말한 대로 이제는 하루에 최소 15분은 명상을 하는 사람이 되었다.


이처럼 사람은 아이러니하게도 하지 못하게 하면 더 하고 싶어 한다. '19세 미만 시청금지'라는 말만큼 19세 미만의 청소년들에게 영상을 보고 싶게 만드는 말이 어디 있겠는가? '1/10 전략'은 이러한 인간의 심리를 자극한다. 아주 쉬운 목표로 시작하면 계속 그 목표치를 늘리고 싶어 지게 되고, 또한 새로운 루틴을 더하고 싶어 진다. 내가 아침 루틴만으로 10개 이상을 하는 것은 이처럼 스스로가 더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게 하는 안달 나게 함이 큰 자극이 되었다. 꽉꽉 누른 스프링이 언젠가는 폭발하듯 솟구치는 것처럼 말이다.



이처럼 '1/10 전략'을 통해 좋은 루틴을 짧게는 1년 길게는 15년 가까이 유지할 수 있었다. 제목처럼 15년을 검증한 전략이다. 그리고 나 혼자만 효과를 본 것도 아니다. 이와 관련해서 지인들에게도 간간히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도움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꽤 많이 들었다.


만약 여러분도 작심삼일의 악순환에 빠져있다면 '1/10 전략'을 한번 활용해 보면 어떨까? 밑져야 본전 아니겠는가?



https://brunch.co.kr/brunchbook/kaptop7


사진: UnsplashJustus Men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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