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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Mar 27. 2023

악플에 대처하는 크리에이터의 자세


한 4년 전인가? '크리에이터들의 대화'라는 콘셉트의 모임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그 당시 나는 팟캐스트를 막 시작했기에 다른 크리에이터들은 어생각으로 활동을 하는지 궁금해서 모임에 참여했다. 모임에 참석한 대부분의 크리에이터는 유튜버였다. 우리나라에서는 기본적으로 '나이'가 형동생을 나누는 기준이지만, 크리에이터의 세계에서는 '구독자'가 형동생을 나누는 기준이다. 그래서 그 모임의 맏형은 구독자 20만 명을 자랑하는 유튜버였다.


이야기는 어느샌가 모두가 맏형에게 질문을 하는 일종의 'Q&A 세션'이 되었다. 대부분은 어떻게 하면 구독자를 늘릴 수 있는지와 관련된 질문을 했다. 그런데 내가 궁금한 것은 따로 있었다. 어떻게 악플에 대처하는지.


무슨 자신감인지는 몰라도 그 당시에 나는 구독자는 쉽게 늘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와 관련된 내용은 크게 궁금하지 않았다. 오히려 구독자가 수십만, 수백만 명으로 늘었을 때의 상황. 특히나 유명세에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악플에 대한 대처법이 궁금할 따름이었다.


그도 처음에는 악플 하나하나에 큰 상처를 받았다고 한다. 칭찬과 응원의 댓글이 가득해도 악플 하나만 달리면 그것만 보인다는 것이었다. 태평양에 똥물 한 방울은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하지만, 마음이라는 태평양에 똥물 한 방울이 떨어지면 태평양 전체가 똥물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는 다년간의 경험을 통해 본인만의 답을 찾았다고 한다. 바로 '최대한 무시하기'.


답을 듣는 순간 조금 허탈했다. 모르던 바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보다 나은 답을 찾지 못했었는데 역시나 맞았다는 안도감(?) 또한 들었다.


악플을 신경 쓰지 않는 가장 편한 방법은 '댓글 삭제'이지만, 그럴 경우 악플러를 더욱 자극할 수 있기에 그동안 크리에어터들은 그냥 무시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도 몇 년 전부터 다양한 플랫폼에서 이를 보완하는 다양한 기능을 선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유튜브의 '채널에서 사용자 숨기기 기능'이다.


 바로 '채널에서 사용자 숨기기 기능'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악플러를 근절하기 위해서 유튜브에서 만든 신의 기능이다. 이 기능으로 해당 유저를 차단하면 그는 내 채널 안에서는 무슨 짓을 하든 혼자만의 세계에서 떠들고 욕하는 블랙홀에 빠지게 된다.

- 지무비의 <지무비의 유튜브 엑시트>(21세기북스, 2023) 중 -


지금까지 이야기한 것은 악플에 대처하는 방법론(how)이다. 다만 인간은 'how'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다.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감정기복이 심할 때는 'how'를 알면서도 그것을 행하지 못하니까 말이다. '건강하게 사는 법', '공부 잘하는 법'과 같은 'how'를 알면서도 우리가 지키지 못하는 이유는 몸에 절절하게 울리는 'why', 즉 이유를 체감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니체가 "살아야 하는 이유(why)가 있는 사람은 어떻게든(how) 살아갈 수 있다"라고 말한 것처럼 우리에게는 악플에 무반응해야 하는 이유, 즉 강력한 why를 체감할 필요가 있다. 다음의 예시가 이것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인터넷을 통한 악플 대책은 일반적인 불 끄기 작전과 동일하다. 산소를 공급하지 않는 것이다. '산소'란 반론을 말한다. 상대는 반론을 바라고 있다. 그래서 일부러 틈을 만들며 논리 파탄과 사실 무근을 포함한 비판을 퍼붓는 것이다. 이것이 '떡밥'이다. 상대는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흥, 바보 같은 소리!"하고 반응하기를 고대한다

- 우치다 다쓰루의 <대세를 따르지 않는 시민들의 생각법>(바다출판사, 2019) 중 -


지금까지 알아본 바와 같이 악플러에게는 '무반응'이 최선이다. 그들은 그저 당신으로부터 산소를 얻고자 하는 작은 불씨에 불과하다. 그들을 산불로 키우고 싶지 않다면 당신의 산소를 주지 말자. 론 불씨가 과하다면 법이라 불리는 소화기를 써야겠지만.



P.S. 참고로 '크리에이터의 모임'에서 만난 상당수는 유명인이 되었다. 적극적으로 답을 찾아 나서는 사람에게는 높은 확률로 길이 열리는 듯하다.


사진: UnsplashNahel Abdul Ha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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