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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Jun 08. 2023

전세금을 올리지 않는 집주인은 위험하다


트레바리 <마케팅-뷰자데>를 운영하면서부터 생긴 원칙이 있다. 그것은 시즌 당 최소 한 번은 미니독서모임을 진행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독서모임은 정원이 10명 이상이다. 그리고 주어진 시간은 3시간 전후다. 참여인원이 10명이고 빈틈없이 3시간 동안 공평하게 발언을 한다고 생각해 보자. 한 사람당 말할 수 있는 시간은 18분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10분도 채 되지 않는다. 모임장이 설명하는 시간, 쉬는 시간, 그리고 이런저런 시간을 제하면 아주 공평하게 나누어도 10분이 되지 않는다. 때로는 한 마디도 못하는(혹은 않는) 참여자도 발생한다.


이 점이 늘 아쉬웠다. 트레바리의 경우 참여자가 15명이어서 이러한 아쉬움이 더더욱 컸다. 그래서 소규모로 조금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미니독서모임'을 매 시즌마다 번개형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대개의 경우 5명 전후의 멤버가 참여하여 편한 분위기 속에서 심도 깊은 이야기를 나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아쉬움을 해소하는 나만의 방식이다.


최근 <나, 브랜드> 멤버분들과 미니독서모임을 가졌다. 각자가 본인이 가져온 책에 대해 설명하고 관련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차례차례 이야기를 하다가 한 분이 가져온 롭 무어의 <레버리지> 차례가 되었다.


레버리지는 말 그대로 지레(lever)를 활용하여 적은 힘으로도 아주 무거운 것을 들어 올리는 것이다. 100만 원을 투자하여 100% 수익을 보면 200만 원밖에 안되지만, 은행에서 돈을 빌려서 1억 원 투자하여 100% 수익을 보면 2억 원이 된다. 이것이 대표적으로 알려진 레버리지다.


나는 시간 관점에서 레버리지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3단계로 나누면 다음과 같지 않을까 싶었다.


1단계.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

2단계. 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쓴다.

3단계. 타인의 시간까지 활용한다.


여기서 3번이 내가 생각하는 레버리지다. 다른 말로 '사업'이라고한다. 큰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나의 24시간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의 24시간을 모아야만 할 것이다. 예외적으로 특출 난 천재가 아니라면 말이다.


미니독서모임에 참여한 모든 분들이 이에 동의했다. 하지만 동의하는 것과 그것을 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기질적으로 타인에게 일을 잘 못 맡기는 사람도 있으니 말이다. 타인에게 온전하게 일을 믿고 맡기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이다. 한 분께서 본인도 타인에게 일을 쉽게 맡기지 못하는 성격이라고 말했다. 일을 맡기고 나서도 계속 확인하고 도와준다고 했다. 어쩌면 '전세금을 올리지 않는 집주인'과 비슷할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처음에는 바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일을 완전하게 위임하지 못하는 것과 전세금을 올리지 않는 집주인이 무슨 관계인지. 그분은 이어서 설명을 했다. "만약에 10년간 전세금을 올리지 않는 집주인이 있다면, 세입자가 이사를 갈 때 꽤나 힘들 겁니다. 그 사이에 모든 집의 전세금이 엄청나게 올랐을 테니까요."


너무나도 맞는 말이었다. 집주인의 선의가 그리고 10년간의 안락함이 세입자를 궁지로 몰아넣을 수도 있는 것이었다. 세입자가 따로 돈을 잘 모으면 되는 거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알지 않는가? 인간은 그렇게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을 말이다. 소유한 주식과 부동산 가격이 오르기만 해도 씀씀이가 커지는 게 인간 아니던가. 따박따박 들어오는 월급에 취해 미래의 위험을 망각하듯, 10년간 전세금이 오르지 않으면 10년 후 이사할 때의 상황에 대해서도 미리 준비하기 힘들 것이다. 누군가의 보살핌을 받으면 받을수록 약해지는 인간의 심리를 너무나도 잘 표현한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에게 일을 시키는 것도 마찬가지다. 행여나 실수할까 봐 사소한 부분까지 도와주다 보면 그 사람이 고민을 통해 성장할 기회를 앗아가 버린다. 그리고 이러한 태도로는 타인의 시간을 레버리지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어린 왕자>의 작가인 생텍쥐페리의 말이 하나의 답이 되지 않을까 싶다.


배를 만들고 싶다면 사람들에게 세세하게 업무 지시를 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 드넓은 바다를 동경하게 만들어라.



<같이 보면 좋은 글>

https://brunch.co.kr/brunchbook/kaptop7


사진: Unsplashchris robe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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