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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Jun 26. 2023

당신은 이 게임을 하시겠습니까?


새로운 게임이 있다. 당신을 포함하여 10명이 함께 게임을 한다. 단, 당신을 제외한 9명이 게임의 규칙을 정한다. 당신은 불만 없이 규칙을 따라야 하며 그에 대한 대가로 게임을 할 때마다 다른 9명이 갖지 못하는 혜택이 당신에게만 주어진다. 당신은 이 게임을 할 것인가?


아마도 규칙이 얼마나 불리한지와 혜택이 얼마나 이로운지에 따라 결정을 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다음의 경우는 어떠한가?


규칙의 불리함과 혜택의 이로움을 따져보았을 때 게임이 할 만하다고 당신은 생각한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당신에게 주어진 혜택을 없애자다른 9명의 선수가 주장하게 된다. 불공정한 게임이라는 명분을 들이대면서 말이다. 다수결에 의해 혜택이 사라진다. 당신은 그래도 게임을 지속해서 할 것인가? 아마도 게임을 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말한 바를 곰곰이 생각해 보면 비슷한 것이 있다. 바로 '촉법소년'문제다.

촉법소년’은 형벌을 받을 범법행위를 한 만 10세 이상∼14세 미만의 형사미성년자로, 형법 제9조는 ‘14세가 되지 아니한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들은 형사책임능력이 없기 때문에 형법에 저촉되는 행위를 하더라도 형사처벌을 하지 않고, 가정법원이 소년원으로 보내거나 보호관찰을 받게 하는 등 ‘보호처분’을 할 수 있다.  

- [네이버 지식백과] 촉법소년 (시사상식사전, pmg 지식엔진연구소) 중 -


만 14세 미만의 청소년들이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질러도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사람이 분노를 표출했다. 특히나 그들 중 상당수는 자신들의 특권을 인지하고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에서 촉법소년에 대한 법개정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일부는 아예 없애야 한다는 말도 하고 있다.


나도 이러한 기사를 접할 때면 많은 사람들처럼 안타까움을 넘어 분노가 일기도 한다. 그런데 독서모임에서 만난 분의 말을 듣고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그녀는 위에서 말한 것처럼 성인과 동등한 처벌을 하려면 적어도 그들에게 규칙을 정할 권리도 주어야 하지 않냐고 말했다. 그들에게도 사회의 규칙인 법을 제정하는 국회의원을 뽑을 투표권을 주고 폐지여부를 이야기해야 맞지 않냐는 이야기였다. 나는 딱히 반론을 제기할 수 없었다.


청소년에게 투표권을 주지 않는 이유를 요약하면 '그들이 올바른 투표를 할만한 가치관이 형성되어 있지 않다'로 귀결되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같은 논리로 우리는 촉법소년을 제정한 것 아닐까? 그들이 올바른 판단을 하기에는 미성숙하기에 성인과는 다른 잣대로 대해야 한다고 말이다.


이 문제에 관해서 무엇이 옳고 그른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다만 문제를 너무나도 단순화해서 바라보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이 문제 다양한 측면을 고려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당신은 규칙을 정할 수도 없고 혜택도 없는 게임을 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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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UnsplashErik Mcl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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