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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Jul 27. 2023

구릴 수 있는 용기


브런치스토리에 365일 동안 매일 글을 올렸다. 비결은 '불굴의 의지'도 아니고 '샘솟는 아이디어'도 아니었다. 그저 '구릴 수 있는 용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떤 일을 쉽게 하지 못하거나 쉽게 그만두는 사람을 보고 의지력이 떨어진다고들 쉽게 말한다. 나는 이 주장에 동의하기 힘들다. 그들에게 부족한 것은 의지력이 아니라 구릴 수 있는 용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 눈에 그들은 완벽주의자다. 완벽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창작물을 절대 보여주지 않는 완벽주의자 말이다. 그래서 새로운 것을 시작하기도 지속하기도 힘든 것이다.


지속적인 창작은 필연적으로 구린 창작물을 토해내기 마련이다. 빈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를 피해 갈 수 있는 창작자는 없다고 본다. 스포츠를 예로 들어보자.   


야구라는 스포츠에 있어서 타율 4할은 기적적인 수치다. 우리나라에서는 역사상 단 한 명(백인천)의 선수 밖에 없는 대기록이다. 그런데 4할이라는 말은 10번 타석에 나와서 6번 실패했다는 뜻이다. 최고의 타자로 불리는 선수도 60%의 확률로 구린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완벽주의자라면 아마 타석에 서지도 못했을 것이다.


글 쓰는 사람으로서 나는 4할은커녕 1할 정도의 타자다. 10번을 쓰면 1번 정도 겨우 마음에 쏙 드는 글이 써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65일 매일 썼다. 90%로 구릴 수 있는 용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구리다는 것은 상당히 주관적이다. 내가 구리다고 생각한 창작물은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은 반대로 외면받는 일이 생각보다 많다. 지금까지 브런치에 쓴 글 중에서 가장 많은 좋아요를 기록하고 있는 아래 글은 사실 내 마음에는 들지 않는다. 구릴 수 있는 용기가 없었다면 세상의 빛을 볼 수 없었을 이다.


https://brunch.co.kr/@kap/916


물론 완벽주의자로서 성공할 수도 있고, 구릴 수 있는 용기 따위 필요 없는 창작자도 있다. 다만 꾸준한 창작을 위해서는 의지력이나 재능보다 구릴 수 있는 용기가 더 중요하다는 나의 지극히도 개인적인 주장이다.


의도적으로 똥글을 쓸 필요는 없지만 간간히 부득이 쓰게 되는 똥글을 두려워하지 말자는 말이다. 똥글이 누군가에게는 금(金)글일 수도 있고, 설령 모두가 인정하는 똥글일지언정 훗날 모두가 찬미하는 꽃을 피우는 거름이 될 테니 말이다.


오늘도 이렇게 구릴 수 있는 용기를 갖고 글을 올린다.


<같이 보면 좋은 글>

https://brunch.co.kr/brunchbook/kaptop7



사진: UnsplashN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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