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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Jul 26. 2023

'아프니까 청춘이다', 맞으면서 틀린 말


연말에 늘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로 유명한 김난도 교수에게 따라붙는 문장이 있다. 그의 책 제목이기도 했던 "아프니까 청춘이다"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 꼬리표는 더더욱 부정적으로 인식되고 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패러디한 유병재. 사진 출처: tvN


물론 청춘은 아프다. 처음 경험해서 어려운 것도 많고, 감정의 진폭도 크다. 그렇기 때문인지 '아픔'이라는 단어는 그 어떤 세대보다 청춘에 어울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이 왜 이다지도 청춘들로부터 반발을 살까? 맞는 말이면서도 틀린 말이기 때문이다. 이와 비슷한 사례가 또 있다.


예전에 한 정치인이 아르바이트를 하다 부당대우를 당한 청년에게 "인생에 좋은 경험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가 큰 비난을 받은 적이 있다. 사실 어떠한 일을 겪든 좋은 경험으로 생각하고 열심히 하는 태도는 개개인에게는 득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년을 비롯한 수많은 유권자가 그 정치인을 질타했다.


위 두 사례가 문제가 된 것은 '메신저'와 '메시지'가 부적절하게 조합되었기 때문이다. 사와다 도모히로의 말을 통해 조금 더 자세하게 알아보자.


사회복지를 공부해 보니 두 가지 모델이 있어요. 휠체어를 타는 사람에게 '곤란의 원인은 당신에게 있으니 재활해서 건강한 상태로 만듭시다'가 의료적 모델이고, '곤란의 원인은 사회에 있으니 문턱을 없애고 엘리베이터를 만듭시다'가 사회적 모델입니다.

- 김지수, <위대한 대화>, 생각의힘, 2023. 중 -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기성세대와 정치인은 문턱을 없애고 엘리베이터를 만들 책임이 있다. 즉 그들은 사회적 모델을 고민하고 실천해야 하는 메신저다. 그런 그들이 청년들에게 재활해서 건강한 상태가 되라고만 말하는 것문제다. 본인이 할 도리를 하지 않고 모든 책임을 청년들에게 전가하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에 큰 반발을 사게 된 것이다.


고된 나날을 이겨내는 청춘이 스스로에게 되뇌는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은 맞는 말일 수 있다. 그러나 청춘이 아닌 사람들이 청춘에게 고하는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틀린 말에 가깝다.


이처럼 같은 메시지도 메신저에 따라 맞는 말이 되기도 하고 틀린 말이 되기도 한다.


P.S.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을 쓴 저자의 의도는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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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UnsplashFlorian Schmet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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