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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Aug 23. 2023

독립서점으로 흥할 수 있는 꿀팁?


최근에 지인을 통해 조언을 구해온 분이 있었다. 요새식으로 말하면 아는 형님의 아는 동생의 아는 친구 정도 되려나? 아무튼 독서모임을 만드려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이야기를 세히 들어보니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다. 독서모임을 넘어 어떻게 하면 공간을 잘 운영할 수 있을지에 대한 문제였다. 독서모임이라면 그래도 수많은 플랫폼에서 수백 번도 넘게 진행하고 운영해 본 경험도 있으니 조언을 드릴 수는 있었지만, 공간 운영은 전혀 다른 이야기였다. 그래서 내가 경험한 범위 내에서만 조언을 드렸다.


조언을 해드렸지만 개운하지 않았다. 모르는 바를 함부로 말하면 안 되겠지만, 그렇다고 미지의 영역으로 두기에는 답답했다. 그래서 공간 중에서도 '독립서점'을 염두에 두고 한번 생각을 해보았다. 어떠한 좋은 아이디어가 있을지. 세 가지 정도의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사실 나의 아이디어라기보다는 책이나 모임을 통해 알게 된 아이디어.



1. 시공간을 확장


독서모임에서 알게 된 분이 최근에 심야 독서모임에 다녀왔는데 재미있었다고 이야기를 했다. 홍대입구역 근처에 위치한 '북티크'라는 독립서점에서 진행하는 심야서점 모임이었다. 밤 9시에 시작해서 첫 차가 돌아다니는 아침 5시에 끝나는 그야말로 심야서점이다. 각자 책도 읽고 중간에는 모여서 독서모임도 하는 형태였다. 술집이나 클럽을 제외한 대부분의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죽은 시간으로 생각하는 심야시간을 잘 활용한 아이디어다.


위에서 말한 사례가 시간을 늘리는 방법이었다면, 공간을 늘리는 방법도 있다. 바로 온라인 모임을 진행하는 것이다. 현재 대부분의 오프라인 독서모임에서는 zoom과 같은 앱을 통해 온라인 모임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공간적 한계를 넘어서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온라인 독서모임을 하는 것 외에도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다. 이를테면 오프라인 모임을 온라인으로 생중계할 수도 있고, 아니면 주인장이 매일 책 한 권을 소개할 수도 있다. 오프라인 매장이어서 하기 힘든 것이 있다면 온라인으로 확장하는 것을 생각해 보면 좋다.


2. 중고서적의 재정의


중고서적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그 가치는 천차만별이 될 수 있다. 이를테면 대부분이 막연하게 생각하듯 '헌 책'으로 정의 내린다면 '새 책'의 50%도 안 되는 가격으로 판매할 수밖에 없다. 알라딘이 정의하듯 '헌 책'이 아니라 '이 광활한 우주에서 이미 사라진 책을 읽는다는 것'으로 정의한다면 이야기는 전혀 달라진다. 새 책의 수배에 달하는 금액으로도 판매할 수 있다. 물론 희소성이 담보된 책이어야 하겠지만.


희소성을 능동적으로 만들어낼 수도 있다. 이를테면 개그맨 유재석이 밑줄을 그으면서 읽은 '말하기에 관한 책'이라면? 이동진 평론가가 책에 포스트잇을 붙여가며 읽은 '영화 관련 책'이라면? 아마도 그 가치는 적게는 새책의 수십 배에서 많게는 수백 배에 달할 것(수천 배도 가려나?)이다. 누군가의 흔적으로 값어치 있는 희소성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꼭 엄청나게 유명한 사람이 아니어도 된다. 소수의 독자라도 관심이 있고 궁금해할 만한 사람의 중고책이라면 충분하다. 니시노 아키히로의 <혁명의 팡파르>에 나온 내용을 참고한 아이디어다.


3. 큐레이션의 아웃소싱


온라인 서점의 경우 대부분 목적형 구매가 이루어진다. 명확하게 구매하고자 하는 책 혹은 분야가 있어서 검색어를 통해 책을 찾고 구매하는 것이다. 다른 말로 내가 아는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책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대형 서점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책이 너무나도 많은 것은 장점임과 동시에 단점이 다. 방대한 선택지 앞에서 고객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역설적으로 '베스트셀러' 코너 혹은 '관심 분야의 매대(책이 누워서 진열된 곳)'로 한정되기 때문이다. 온라인 서점과 비슷하게 내가 아는 혹은 관심 있는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독립서점은 이와 다르다. 대부분의 경우 독립서점은 고객이 온전히 둘러볼 수 있는 크기다. 기존의 관심분야를 벗어나 독립서점이 엄선해서 선정한 책에 나를 던져볼 수 있는 것이다. 다른 말로 독립서점은 스스로가 모른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영역으로 나아가는 탐구의 공간인 것이다.


그만큼이나 독립서점에 있어 책을 선정하고 진열하는 큐레이션은 너무나도 중요하다. 이는 독립서점을 운영하는 대표의 역량에 전적으로 달려 있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전혀 다르게 보인다. 큐레이션을 다른 사람에게 맡겨 보는 것이다. 단순히 나의 시간과 돈을 아끼는 실용적인 차원이 아니라 창의적인 차원으로 말이다. 대만의 한 독립서점의 사례를 참고해 보자.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책을 선정하나요?  

10명이 각각 다른 장르를 담당해요. 예를 들어 입구 근처의 건축 관련 책을 고른 사람은 건축계의 대표적인 인물로 대학에서 강의도 하는 칼럼 작가인 리칭즈고, 바로 저기에 있는 사회학 관련 책은 타이완 대학 교수인 리밍총이 '시대감'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골랐어요. 디자인 관련 책은 대만판 <지큐(GQ)>의 두쭈예 편집장, 정치 관련 책은 '해바라기 학생 운동' 출신의 정치가, 과학 관련 책은 과학 사이트의 편집장이 고르고 있어요. 대학에서 중국문학을 전공한 저는 문학 관련 책을 담당하고요. 북셀렉션에 대해서는 페이스북의 '파랑새 선서인'이라는 메시지 그룹에서 리스트를 공유해요. 그리고 이렇게 분류한 도서를 입고해서 책이 팔리면 추가해요. 이 '선서인'은 모두 바빠서 회의는 온라인에서 하지만 각각은 자주 서점을 방문해요. 방송 같아 보이는 건 이 '선서인'들의 영상인가요? 각 개인이 왜 이 책을 골랐는지, 이 책을 고른 이념은 무엇인지를 '오늘의 대행자'라는 제목으로 파랑새서점의 페이스북 사이트에 업로드하고 있어요. 10인 10색으로 평균 1만 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어요. 기본적으로 북셀렉션에 대해서는 비용을 지급하지 않는데 이분들에게는 때때로 사례를 하고 있어요. 모두 책을 아주 좋아해서 저에게 열심히 하로고만 하시죠. 이분들은 본업으로 돈도 잘 버시니까.   

- 우치누마 신타로, 아야메 요시노부, <책의 미래를 찾는 여행, 타이베이>, 컴인, 2020. 중 -


독립서점을 운영하는 분이라면 이미 이러한 아이디어를 접했거나 생각했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이 누군가에게 새로운 생각의 단초가 되었거나 실행의 계기가 된다면 그것으로 만족스러울 것 같다.


조언이 덜 끝난 것 같은 찝찝함이 다소 사라진 것 같다.


<같이 보면 좋은 글>

https://brunch.co.kr/brunchbook/kaptop7




사진: UnsplashAshley By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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