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캡선생 Aug 08. 2023

내 '글'이 돈이 될 '상'인가?


지난주에 브런치 작가들을 들썩이게 만든 소식이 있었다. 바로 브런치스토리의 수익화 모델 공개였다.



발표 이후 수많은 브런치 작가들이 이와 관련한 의견을 밝히고 있다. 구독하는 작가 이외의 글은 읽지 않는 편이라 자세한 내용은 모르지만, 제목만 보면 대부분 환영하는 입장인 것 같다.


나는 사실 이 소식에 큰 감흥이 없다.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쓰는 목적 자체가 '꾸준히 쓰기'와 글을 통한 '기회의 확장'에 있기에 직접적인 수익에 대해서는 기대치가 0에 가깝다. 물론 브런치스토리를 통해 매달 수천만 원 이상을 벌 수 있다면야 다른 이야기겠지만, 그것이 현실적으로는 어렵다는 것을 알기에 무덤덤 혹은 시큰둥(?)한 입장인 것이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케터의 관점에서 이를 적고 정리할 필요는 있을 것 같아서 글을 써본다.


일단 '응원하기' 기능이 활성화되면, 브런치스토리에 올라오는 글의 유형도 바뀔 가능성이 높다. 사람들이 단순히 읽고 좋아요를 누르는 글과, 지갑을 열어 돈을 지불하는 글은 다를 테니 말이다.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많은 브런치 작가들이 이를 의식하며 글을 쓰게 될 것이고 결국 브런치스토리라는 플랫폼의 색깔도 바뀔 것이다. 이를 잘 보여주는 예가 페이스북이다.


페이스북은 2018년에 알고리듬을 개편했다. 좋아요는 1점, 감정버튼(화나요, 웃겨요, 사랑해요 등)은 5점, 메시지나 공유 등은 30점을 주는 식이었다. 이 점수가 높을수록 더 많은 사람에게 나의 게시물이 노출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유저들은 앞다투어 자극적이 분노를 자아내는 게시물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페이스북은 어느샌가 가짜뉴스의 온상이자 분노의 장이 되어 버렸다.


브런치스토리도 페이스북처럼 된다는 말은 아니다. 동일한 알고리듬을 반영하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 그 누가 미래를 알겠냐만은 개인적 경험을 기초로 뇌피셜을 적어볼까 한다.


일단 중요한 것은 수익화 모델이 '광고'가 아닌 '유저의 자발적 기부'라는데 있다. 단순히 많은 사람들이 내 글을 읽는다고 해서 돈이 되는 것이 아니라, 글은 읽은 사람이 자발적으로 돈을 지불할 정도의 무언가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이와 비슷한 플랫폼을 경험한 바가 있다. 바로 '팟캐스트(일종의 인터넷 라디오)'다.


내가 운영했던 팟빵의 <후려치기> 채널.


팟캐스트 플랫폼인 팟빵에서는 유저들이 청취한 만큼 비례해서 늘어나는 '광고수익'과 브런치스토리의 응원하기처럼 자발적인 '후원'이 있었다. 그 당시에 어떤 채널이 그리고 어떤 콘텐츠가 후원을 많이 받는지 유심히 지켜보았다. 그리고 세 가지 유형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 모든 유형의 콘텐츠가 겨냥하는 것은 듣는 이의 '감정'이었다.



1. 정치 및 이즘(ism) 콘텐츠


예전에 유튜브의 '응원하기' 기능이라 할 수 있는 슈퍼챗(아프리카TV의 별풍선과 비슷) 수익 국내 1위가 정치 유튜브 채널인 '가로세로연구소'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팟빵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좌우에 상관없이 뚜렷한 정치색을 드러내는 콘텐츠와 채널은 많은 후원을 받고 있었다.


이와 더불어 페미니즘(Feminism) 같은 이즘(ism) 콘텐츠도 구독자수에 비해 많은 후원을 받고 있는 것 같았다.


종합해 보면 사회를 바라보는 뚜렷한(혹은 극단적인) 콘텐츠일수록 사람들의 강렬한 감정을 이끌어내고 이는 후원으로 이어짐을 알 수 있었다. 사회 문제에 대한 '분노'가 후원으로 이어지는 것 같았다.


2. 팬덤 콘텐츠


여기서 팬덤 콘텐츠라고 말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크리에이터가 지속적인 콘텐츠 발행을 통해 팬덤을 형성하는 경우와 연예인이나 매니악한 작품처럼 팬덤이 이미 형성된 콘텐츠를 다루는 경우다.


내가 팟빵에 콘텐츠를 올리던 초기만 해도 후원은커녕 듣는 사람도 별로 없었다. 그러다 조금씩 구독자가 늘기 시작하더니 적극적으로 댓글을 다는 소수의 팬(?)도 생겨났다. 그분들은 콘텐츠도 콘텐츠이지만 그것을 만드는 '나'라는 사람에 대한 관심이 더 커 보였다. 그리고 이러한 관심은 자연스레 후원하기로 이어졌다. 즉 콘텐츠를 후원하는 것이 아닌 콘텐츠를 만드는 크리에이터에게 후원하는 것이었다. '친밀감'이라는 감정이 후원을 이끌어낸 것이다.


그리고 매니악한 콘텐츠일수록 팬덤의 크기는 작지만 강도는 커 보였다. 이런 걸 누가 듣지 싶은 콘텐츠에는 대부분의 경우 많은 댓글이 달려있고 후원하기도 꽤나 활성화되어 있었다. 이 경우에는 '유대감'이 후원으로 이어지지 않나 싶다.


3. 압도적으로 유익한 콘텐츠


매우 드문 유형이다. 내가 달성하고 싶은 유형이기도 하다. 그야말로 너무나도 유익한 정보라서 공짜로 듣기에 미안한 마음이 드는 콘텐츠다. 예전에 사업 관련 콘텐츠를 보다가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내용으로 가득해서 그분이 운영하는 회사의 제품을 구매한 적이 있다. 기부를 할 방법이 없어 소비로 그를 지지한 것이다. 이 경우에는 '감사함' 혹은 '미안함'이 후원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브런치스토리의 '응원하기'기능은 읽는 이의 감정을 흔드는 글에서 활성화될 것 같다. 기존 플랫폼을 참고하자면 '정치적인 글', '이즘(ism)적인 글', '매니악한 글' '압도적인 글' 등이 돈이 되는 글이 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여기서 언급하지 않은 유형 중에서도 읽는 이의 '감정'을 흔들 수만 있다면 돈이 되는 글이 될 것이다. 지금 브런치스토리 메인화면에서 사라지지 않는 '이혼'관련 글처럼 말이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응원하기' 기능으로 브런치스토리의 다양성이 축소되지 않았으면 한다. 일단 나부터 이 새로운 기능에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 기존과 같이 써 내려가볼까 한다.


그래서 '응원하기' 기능을 쓸 수 있다면 쓰지 않을 거냐고? 물론 쓸 것이다. 굳이 마다할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같이 보면 좋은 글>

https://brunch.co.kr/brunchbook/kaptop7


사진: UnsplashMufid Majnun

매거진의 이전글 그래서 퍼스널 브랜딩이 뭡니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