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에 대하여

by 카폐인

너는 거울을 본다. 거울에 깊숙이 닿을 듯이 몸을 기울인다. 조그맣게 솟아난 노란 머리깃, 주황빛 볼털, 헐어버린 콧등. 너는 가만히 거울을 응시한다. 말이 통하지 않아 너의 속마음을 모르는 나는 추측해 본다. 거울놀이를 평생 같이 한 제 짝을 보기 위해 그런 게 아닐까 하고.


나는 기억한다. 오랜 시간 함께한 짝이 세상을 떠나던 순간을 이해하지 못하던 너의 모습을. 갑자기 잠든 짝의 곁을 맴돌던 너는 내가 그 아이를 수건으로 감싸는 걸 지켜보았다. 이윽고 내가 수건에 싸인 네 짝을 들고 방을 나서자, 너는 놀란 듯 크게 소리를 질렀다. 어딜 가냐고, 왜 데려가는 거냐고 묻는 듯이.


그 날이후 너는 밤낮없이 울어댔다. 다가오는 다른 앵무새들을 밀어내고, 끼니도 거른 채 무언가를 확인하듯 방문을 쳐다보았다. “봄이가 몽실이를 찾나 봐.” 너를 보며 나는 가족에게 말했다.


일주일이 지나자 너는 더 이상 방문을 쳐다보지도, 울음소리도 내지 않았다. 대신 너는 거울 앞에 섰다. 일주일 만에 작아져버린 너의 몸, 끝이 갈라진 깃털이 내 시선 끝에 걸렸다. 그런 네가 안쓰러워 조심히 등을 쓰다듬으며 말을 건넸다.


“몽실이는 좋은 데 갔어.”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너는 볼털을 긁어주는 손길에 눈을 감은 채 가만히 몸을 기대었다. 네 깃털을 다듬어 주는 일은 언제나 몽실이의 몫이었다. 이젠 힘없이 내 손길을 받는 네가 가여웠다. 그래서 나는 하루도 빠짐없이 너에게 말을 걸고, 너의 볼을 쓰다듬고, 날개에 가벼운 입맞춤도 건넸다.


내 노력이 헛되지 않은 걸까. 네가 거울 앞에 서 있는 시간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몽실이가 있을 때처럼 스스로 밥을 챙겨 먹고, 기분 좋은 소리를 내고, 가끔 다른 친구들과 화장대 밑을 기웃거린다.


하루가 저물면, 너는 어김없이 거울 앞으로 간다. 조용히 거울을 보며 고개를 이리저리 움직인다. 마치 잃어버린 무언가를 찾으려는 듯이. 그런 너를 보며 나는 문득 궁금해진다. 너는 몽실이가 돌아오지 않는다는 걸 모르는 걸까 아니면 알고도 외면하는 걸까. 네 마음을 알기 위해 나도 너를 따라 거울을 바라본다.



언젠가 글금에서

2인칭 시점 숙제로 한 것이었는데...

생각나서 올려보았습니다.

그리고 이젠 봄이는 짝 잃은 아픔을

조금 이겨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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