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Money Talks

트럼프 이름값으로 이틀 만에 249% 폭등하는 마법

사업 계획보다 대통령 성이 더 중요한 시대, 월스트리트의 솔직한 민낯


https%3A%2F%2Fsubstack-post-media.s3.amazonaws.com%2Fpublic%2Fimages%2F1c80ed93-6bf6-4a8b-8be9-f48cf19f199d_1292x1074.heic 출처: Bloomberg


트펌프 이름값만으로 주가가 세 배 뛴다

2024년 11월 27일, 이름도 생소한 회사 Unusual Machines가 발표 하나를 냈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Donald Trump Jr.)가 고문으로 합류한다는 소식이었다. 그로부터 이틀 만에 주가는 249% 폭등했다. 거래량은 6,000만 주로 폭발했고, 주가는 20달러(약 2만 8,000원)까지 치솟았다가 다시 빠졌다.


3개월 뒤인 2025년 2월 11일, 또 다른 무명 회사 Dominari Holdings가 비슷한 발표를 했다. 이번엔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에릭 트럼프(Eric Trump) 둘 다 고문으로 들어온다는 내용이었다. 역시 이틀 만에 111% 급등. 거래량 폭발. 그리고 다시 하락.


두 회사의 공통점은? 사업 실적이나 제품 혁신이 아니라 성(姓)이 '트럼프'인 사람이 고문으로 이름을 올렸다는 것뿐이다.


펀더멘털은 없고, 연줄만 있다

이 두 사례가 보여주는 건 명확하다. 시장은 때로 펀더멘털이 아니라 '접근권'에 돈을 건다. 특히 소형주 시장에서는 정치적 연결만으로도 투기 광풍이 일어날 수 있다. 실제 비즈니스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수익은 나는지, 제품은 팔리는지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백악관에 전화 한 통이면 될 것 같은" 느낌이다.


Unusual Machines는 드론 관련 회사로 알려져 있지만, 트럼프 주니어가 들어오기 전까진 주가가 5달러(약 7,000원) 아래를 맴돌았다. Dominari Holdings 역시 비슷하다. 사업 내용보다 트럼프 패밀리와의 연결이 더 큰 가치를 만들어냈다.


투자인가, 도박인가

차트를 보면 전형적인 펌프 앤 덤프(Pump and Dump) 패턴이다. 발표 직후 폭등, 거래량 폭발, 그리고 급락. 누군가는 이틀 만에 두 배 이상의 수익을 냈겠지만, 대부분은 고점에서 물렸을 것이다. 이건 투자라기보다 카지노에 가까운 게임이다.


문제는 이런 일이 합법이라는 점이다. 트럼프 아들들이 고문으로 이름만 올리고, 주가가 뛰고, 거래량이 터지고, 그리고 빠진다. 누가 수익을 냈는지, 누가 손실을 봤는지는 나중 문제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 SEC)가 조사할지도 모르지만, 일단 주가는 이미 움직였다.


한국도 비슷하다

한국도 다르지 않다. 정치인이나 재벌 2세가 특정 회사 이사회에 들어간다는 소식만 나와도 주가가 요동친다. "저 사람 아버지가 누군데", "저 사람 인맥이 어떤데"라는 기대감만으로 주식을 산다. 실제 사업이 잘되는지는 나중 문제다.


차이가 있다면 미국은 이런 일이 더 노골적이고, 차트로 명확하게 드러난다는 점이다. 트럼프 패밀리는 이름값만으로 돈을 만드는 법을 완벽히 체득했다. 호텔, 골프장, 소셜 미디어 플랫폼, 그리고 이제는 무명 회사 주가까지.


월스트리트가 가장 솔직한 순간

이 차트가 보여주는 건 월스트리트의 민낯이다. 효율적 시장 가설? 가치 투자? 펀더멘털 분석? 그런 건 교과서에나 있다. 실제 시장에서는 "누구 아들이 들어왔다"는 한 줄짜리 보도자료가 사업 계획서 100페이지보다 강력하다.


트럼프 아들들이 고문으로 간다는 소식만으로 이틀 만에 249% 오른다. 이게 2025년 자본시장의 정직한 모습이다. 슬프지만, 부정할 수 없다.


한줄평

사업 계획서 100페이지보다는 트럼프 성 5글자가 낫다. 자본주의는 이렇게 효율적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칩 하나 파는 회사가 제약산업 전체보다 더 비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