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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완다 커피 이야기

비굴함에 대하여 - 1

by Coffee Sustainabilist


이틀 전, 5년만에 르완다에 도착했다.

‘아프리카? 르완다를 왜가요? 3주나? 가서 뭐하게요?’ 란 질문에 답을 하지 못하고 그냥 도착했다.

머릿속에 다른 모든 수식어와 핑계를 빼고 생각한 첫번째 이유는 이거다. ‘키부에 가봐야 겠다.’ 무언가 열심히 고민하다 풀지 못하고 놓고 온것이 있는 듯, 그리고 오기 전 이전의 글과 사진을 뒤지다가 페이스북에 길게 썼던 르완다 커피 이야기가 보여서 저장해뒀다. 키부에 아직 가기 전인데 그 이야길 풀어보려 한다. 이미 썼던 같은 글이고, 다시한번 기억하기 위해 옮겨 둔다.


2019.02.19. 페이스북에 쓴 글.


요즘 내 머릿속을 꽉 채워 잠도 설치게 하는 우리 협동조합 한 곳이 있는데, 이름하여 기시타커피(Gishyita Coffee) 협동조합이다. 기시타 조합은 89명의 멤버들이 2010년에 처음 설립했고, 지금까지 르완다 내수 생두기업에 커피 파치먼트(커피 생두 전단계)를 팔아왔다. 우리는 2017년 12월, 처음 이 협동조합을 방문했고, 이전에 Kivu Arabica Coffee(KAC, 현재 Dorman Rwanda의 전신기업)와 일을 하며 기시타 조합이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나에게 설명했었고, 이에 당시 함께 방문했던 KOICA 직원, 우리 현지직원들과 다짐하며 우리가 힘들게 하는 내수기업보다 더 좋은 바이어 찾아줘야겠다 다짐했던 협동조합이다.


기시타커피(Gishyita Coffee) 협동조합 간판


이후 그 내수 거래처였던 KAC와의 관계가 틀어진 후, 기시타 조합은 새로운 내수 커피기업 RTC로 2018년 작년부터 거래처를 옮겼다. KAC가 산정한 빚이 7백만프랑정도 남아있었는데, RTC가 그 빚을 KAC에 대신 갚아주기로 하고, 그 대신 이제부터는 조합이 파치먼트를 계속 RTC에 팔기로 한 것이다. 크게보면 KAC와 RTC는 같은 내수 생두 대기업으로 이 조건은 오십보백보, 도긴개긴이지만, 미시적으로 보면 또 오십보와 백보는 큰 차이이기도 하다. 우리 같은 내수기업이 아닌 외국 공정무역 바이어 입장에선 RTC를 지지할 수도 없지만, 또 이들이 농부들의 커피를 주로 다 사는 큰 내수기업인 상황에서 현장에 있는 내게 이들은 함부로 평가하고 막 대할 수 없는 곳이기도 하다. 그런데 사단은 이제부터다.


2018년은 아름다운커피가 기시타커피 협동조합과 처음으로 프로젝트를 함께 시작한 해이다. 나는 이 조합의 커피를 한국 등 여러 곳에 샘플로도 제법 보냈고, 우리를 도와주시는 여러분들과 함께 테스트하고 그분들에게 자문을 얻기도 했다. 우리는 르완다에서 기시타커피 조합을 포함 4개 조합과 사업을 시작했는데, 이 중에서 가장 매니지먼트(경영능력)가 약하고, 커피 가공시설 관리가 취약한데도 이상하게 외국 바이어에게 가장 높은 품질 점수를 항상 받는 곳이 기시타조합이었다. 현지 전문가가 아닌 내가 방문해서 보기에도 커피 가공시설인 워싱스테이션 관리나, 협동조합 사무실 관리 등 눈에 딱 보기에도 부족한 곳이 많은 조합이었는데, 그래도 품질테스트를 하면 가장 좋은 퀄리티의 평가가 나와서 늘 신기했다. 그런데 아니나다를까, 이러한 week management capacity는 사고를 치고 말았다. 2018년 첫 거래에서 RTC의 심기를 크게 거슬려서 2019년 올해 바로 수확시즌 시작과 함께 더 이상 거래불가하다는 통보를 RTC로부터 받은 것이다!


작년 말부터 이런 열악한 상황을 우리도 살짝 파악하고는 있었는데, 거래불가 통보까지는 받지 않은 상황이라 우리는 내부적으로 왜 이 협동조합은 이 모양인가 이슈를 파악하고 있던 중이었다. 우선 긴시간인 8년을 책임져 온 협동조합의장이 작년 10월 조합 총회에서 갑자기 조합원들에 의해 교체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조합 멤버들은 조합의장이 계속 거래에서 손실을 내고 수익을 내지 못한다, 이제 지칠만큼 지쳤다며 당장 의장 교체를 요구했다, 심지어 공식 임원선거는 다음해 3월에 치뤄야 함에도 지난 10월에 말이다. 우리는 시즌이 지나고 정식 총회인 3월에 의장을 교체해도 늦지 않다, 현재의 문제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그간의 조합의장이 필요하다 설득했지만, 조합원들은 당시에 막무가내였다. 조합의장은 나름 그런 분위기가 불쾌했는지 ‘그럼 니들 맘대로 해’라며 인수인계도 없이 손을 털어버렸다. 이후 새로운 임원들이 바로 선출되고 뚜껑을 열어보니 정말 상황은 엉망징창, RTC에게 갚아야할 빛이 2천만프랑정도가 있으며, 더 따져보니 RTC와 계약한 커피 물량을 작년에 다 맞추지도 못했고 품질도 낮은 것을 공급했던 것. 거기다 RTC를 더 열받게 한 것은, 그 와중에도 RTC에 줘도 모자랄 소량의 최고급 커피를 다른 외부 바이어에게 몰래 팔아버렸던 것. 이에 RTC는 분노하고, 더 이상 이 조합과 거래를 하고 싶지 않다 피력했다. 여기서 더 가관은 이런 돌아가는 사정을 제대로 모르는 새로 선출된 임원과 조합원들은 RTC가 이렇게 또 우리를 잡아먹으려 한다며, RTC를 지방 법원에 고소하겠다고 결심하기 이르렀던 것이다. 이것이 지난 12월까지 상황…..


기시타커피(Gishyita Coffee) 협동조합 사무실과 건조대(African Bed) 모습


여기서 엎친데 덮친 격으로 르완다 외부 상황은 더 악화된다. 2018년 브라질 생산량 폭등은 지금 커피인들 모두가 이야기하는 가격폭락을 가져왔다. 10년만에 최저 가격으로 내려가고, 여러 커피 생산국들이 피해를 입었지만 르완다도 피해가 엄청난 나라 중 하나인 것 같다. 르완다 현지에만 해도 아직 팔리지 못한 2018년도 커피가 30%가 적체되어 있다. 이는 고스란히 내수기업들에게 피해로 돌아가는 것도 사실이다. 올람(olam)같은 다른 주요 커피 기업도 올해는 현지에서 자기들이 직접 커피를 생산해서 파는 비즈니스를 접고 거래 연결만 한다고 선언했다. RTC, 도르만 등 다른 내수 기업은 작년의 손실을 메우고자 긴급 전략을 취하기 시작했다. 하나는 커피 파치먼트 공급자 생산자 파트너들을 줄이는 것, RTC의 경우는 설립후 르완다 커피 비즈니스 역사상 처음으로 전체 거래하는 곳 중 21개 협동조합과 거래를 끊기로 결심한다. 이 21개 블랙리스트에 우리 4곳 조합 중 처음에 2곳 조합이 들어가 있었다. 두번째 조치는 생산자조합 공급자들에게 이전과 같이 working capital(선급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이다. 두 조치 모두 소농들과 협동조합들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조치였다. 어떻게 2019년 시즌을 시작할 것인가, 이들이 주던 커피열매를 살 선급금 자금 없이….


이 와중에 다행히도… 우리 4개 조합들 중 RTC 블랙리스트에 오른 두 곳 중 하나인 카로라(KARORA) 커피 조합은 우리 아름다운커피 르완다가 프로젝트에서 사무실도 지어주고, 저장창고도 지원해주고 공정무역 인증도 이번에 받게되어 처음에 거래 불가 조합에 들었다가 재평가되어 다시 RTC가 거래하는 조합으로 복귀되었다. 즉 RTC가 다시 공급자를 재평가하고 아름다운커피로 인해 이들의 거래역량이 향상되었다고 신용도를 높게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괘씸죄에 걸린 기시타 커피 조합은 여전히 거래불가 리스트에 남게 되었다. 카로라커피와 같은 지원을 아름다운커피가 똑같이 했어도 말이다. 아무튼 RTC는 이번에 전체 거래 조합과 공급자를 모두 불러서 지난 주 이 결정을 전체 공표하는 미팅을 하게 된다. 여기에 참여한 우리 현지직원이 RTC 담당자를 아주 긴 시간 설득하는 작업이 진행되었다. RTC가 다시 기시타커피 조합과 거래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서. 결국 RTC는 아름다운커피가 보장한다면, 그리고 기시타 커피가 그간의 잘못된 행동을 사과하는 레터를 직접 보낸다면 다시 논의는 해볼수 있다는 상황까지 올라오게 됬다.


기시타커피 협동조합 멤버들


동시에 나와 우리 현지직원은 기시타 커피조합 임원들을 계속 설득하고, 오늘은 협동조합 신임 회장과 부회장을 키갈리에 부르기까지 이르렀다. 그리고 이들이 지난 주 다시 스스로 조합원 총회를 열었고 지금 문제의 상황을 공유하고, 이전에 RTC를 고발하려 했던 조치를 철회하고 다시 RTC에게 자신들을 거래처로 받아 달라고 설득하기로 내부에서 결정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나마 말이 통하지 않던 이 농부들이, 새로운 조합 임원들이, 문제의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고 그동안 오랫동안 설득하던 우리 말을 듣기로 결심한 순간이었다. 오늘 임원들과 미팅하며 다시 한 번 재차 확인했다. 그리고 나름 사과레터 초안도 가지고 우리에게 왔다. 이에 우리도 새로운 임원들과 조합원들에게 조건을 걸었다. 무슨 조치를 해서라도 RTC와 다시 거래를 이번에 다시 성사시켜라, 우리는 당신 조합들이 해외바이어, 공정무역 바이어를 찾도록 도와주려고 왔다. 이미 기시타 조합 당신들은 이전에 도르만(KAC)을 거래처로 잃었고, RTC와 새로 거래했으나 그들의 신뢰를 잃었고, 그래서 이번 시즌에 커피를 가공할 자금을 얻을 곳도 없다. 이런 상황이면 우리도 당신들을 믿고 도울 수 없다. 준비되지 않은 사람들에게 무턱대고 기회를 줄 수는 없다며 몇 가지 조건을 걸었다.


첫째, RTC에게 아름다운커피 이름을 맘껏 팔아도 좋다, 무릎을 꿇던 무얼 하던 할수 있는걸 다 해서 RTC와의 거래를 회복해라. 고소는 없던 일로 하고 사과를 해라.

둘째, 문제의 근원이 된 협동조합의 매니저를 교체해라(회장은 이미 교체됨). 이건 RTC가 요구하지 않아도 우리가 요구하는 조건이다. 그리고 매니저 뽑을 때 우리가 자격을 심사하겠다.

셋째, 아름다운커피가 작년 시즌 기시타커피 조합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고, 돈은 어디로 갔고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 이번에 사업감사를 진행할 것이다. 협조해라. 그리고 그 리포트 제출해라.


이 모든 조건을 수용하고 우리 가이드를 따른다면 우리도 RTC와 다시 논의하고 계속 도와주겠다. 그리고 사과레터를 우리가 다시 검토할테니 필요하면 수정해서 보내라. 이제부터 우리의 컨설테이션을 거절하지 말고 믿고 따라야 한다고… to be continued : 2편


#lifeinRwnada #rwanda #beautifulcoffeerwanda #GishyitaCoffee

All photos by 공감아이/임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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