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선곡
M. Ravel
Piano Concerto M.83
Concerto for the Left Hand M.82
Piano/ Seong-Jin Cho
Andris Nelsons - Boston Symphony Orches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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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의 라벨 신보가 발매되었다. 그가 쇼팽, 라흐마니노프, 베토벤, 드뷔시, 헨델, 리스트, 슈베르트에서 보여줬던 완성형 연주의 전형이 이젠 라벨까지 이르렀다. 더 이상 이의를 달 수 없고, 조금도 의심의 여지도 없이, 오롯이 대가의 경지에 오른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라벨 피아노 협주곡> & <왼손을 위한 협주곡>은 새삼스러울 것 없는 완벽한 결과를 도출한다.
안드리스 넬손스가 지휘하는 보스턴 심포니의 서포트는 처음 이 음원을 들었을 때 강한 의구심을 안겼다. 비록 완성형이긴 하나 내 취향과 다소 거리감 있는 조성진의 해석도 그렇지만, 이들의 연주는 두드러지게 협연자에 특화된 노골적인 행보를 보여준다. 탄탄한 구축미 위에 오로지 조성진을 향한 뜨거운 믿음의 찬양을 부르짖는 듯한 열정적인 앙상블을 선사한다.
<라벨 피아노 협주곡>의 1악장, 3악장은 감히 말하건대, '이 음원보다 더 나은 수준의 연주가 과연 가능할까?' 싶을 만큼 완벽하다. 그 어떤 의심도, 비판의 여지도 없다. 이들에 대한 개인적 취향은 이 연주에선 더 이상 무의미하다. 다만 2악장, '아다지오'는 역설적으로 그들의 완전함이 불만이다. '감성적' 터치보다, 정확한 기능미에 중점을 둔 '기계적' 해석은 우리가 이 협주곡의 완서악장에서 기대하는 뜨거운 낭만성의 부재로 느껴져 역으로 애틋한 인간미로 다가오기도 한다.
1악장 도입부터 고막을 울리는 앙상블은 가히 신들린 경지를 선사한다. 실연에서 이 작품을 만날 때마다 '억장이 무너지는' 경험이 얼마나 많았던가. 물론 음반과 실연을 비교하는 것은 무의미하지만 이토록 통쾌하게 무려 수백 번의 클라이맥스를 가슴속에 때려 박는 연주가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조성진의 피아노는 지극히 프랑스풍이면서 '미래에서 날아온 호로비츠' 같다. 그는 훗날, 어쩌면 진정한 호로비츠가 될지도 모른다.
2악장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지나친 '기능성 중심의 해석'이 아쉬움을 남긴다. '멜랑콜리'를 정의할 때 조성진의 피아니즘 형태는 온전히 매칭되지 않는 듯하다. 이것은 그의 쇼팽이나 슈베르트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조성진의 철저한 감정조절은 반대로 독보적인 진중함과 탄탄한 내공을 더욱 공고히 하는, 내면의 연주자로서 확고한 기반을 유지하는 근간이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오히려 음악적 생명력을 강화하는 요소로 볼 수 있을 듯하다.
짧지만 강력한 3악장 '피날레'는 1악장과 마찬가지로 장쾌한 폭발력을 동반한 환상적인 엑스터시의 결정체이다. 완벽하게 한 몸이 되어 이루는 조성진과 오케스트라의 움직임은 최종 코다에 이르면 오르가슴의 쾌감으로 화한다. 가히 이보다 더 좋은 앙상블을 기대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한 카타르시스다.
<라벨 왼손을 위한 협주곡> 역시 해석의 일관성을 유지하며 '조성진을 위한 협주곡'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최고의 연주를 선보인다. 라벨 두 피아노 협주곡을 묶어 하나의 완전무결한 퍼포먼스를 이룬 이 음원은 고금의 수많은 명연과 비교해도 단연코 첫 손에 꼽을 수 있을 최상위의 연주이다. 조성진에게 특화된 서포트를 보여주는 넬손스와 보스턴 심포니의 진한 사운드도 깊은 여운을 남긴다. 이미 완성형의 피아니스트인 조성진이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지 기대와 두려움을 동시에 안겨주는 음반으로 무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현시대의 고귀한 문화유산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