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기간이지만 업무와 겹쳐 미리 현장에서 지내다 보니 아픈 어머님과의 시간을 가질 수 없었다. 남들은 휴가차 서울에서 강원도로 향하는데 우리는 나흘간의 일정을 마치고 일찌감치 삼척을 출발해 서울로 향했다.
고속도로를 원활하게 달릴 수 있었다. 연휴까지 겹치긴 했어도 역주행이라선지 강원행 방향 쪽이 종종 막히는데도 서울로 가는 길은 무난했다. 오히려 평소보다 빨랐다. 점심시간 즈음해서 성남에 도착해 어머님 좋아하시는 찐 옥수수를 사 가지고 찾아뵈었다.
처형과 처남이 집에 와 있었다. 우리가 도착하자마자 점심식사를 가자고 해 함께 나왔다. 맛있다는 한정식집을 찾아간 시간이 두시가 넘어 바로 식사를 할 수 있을 거라는 예상은 다섯 팀이 대기 중이어서 너무 놀랬다. 그래도 기다려 받은 밥상을 보니 그럴만했다. 정갈한 반찬들과 돌솥밥이 기다려서라도 먹을만했다.
어머님은 미식가다. 그래서 식사를 함께 갈 때는 신경을 써서 선택해야 한다. 미식가라고 맛난 것만 고른다는 뜻이 아니고 제대로 준비한 밥상인지 아닌지를 잘 구별하신다는 얘기다. 그래선지 평가가 엄정하다. 제대로 챙기지 않은 음식으로 손님을 맞는 음식점을 기억했다가 다시 가지 않으신다.
그런 분이시기에 그냥 아무 음식점이나 모실 수가 없다. 만족해하시는 곳은 그런 점에서 우리도 그런 구별하는 미각을 가지고 판단해 기억하게 된다. 그만큼 맛에 대한 집안 교육의 시간이었던 것이다. 요리를 배우는 학습 과정도 있지만 맛을 구분하는 학습 과정도 있다. 부모님께서 가진 지혜와 판단력을 이렇게 전달하기도 하는 것이다.
어른은 어른다운 내공이 있다. 어른이 그냥 어른이 아니라는 것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가정에서 배우는 것은 지식보다 깊이 있는 지혜다. 그래서 스펙이 아니고 감동일 때가 많다. 가정에서의 내리사랑은 이런 드러나지 않는 내공일 경우가 많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