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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백한 책생활 Oct 06. 2020

예민한 아이를 키운다는 것

너의 예민함도 언젠가 빛을 발할 날이 있겠지

예민한 아이의 특성에 관한  오은영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시각에 예민한 아이는 엄마 표정을 살펴 웃지 않으면 손으로 입을 찢어서라도 웃기를 바라며, 촉각에 예민한 아이는 닿는 느낌에 민감해 반팔을 잘 안입는 경우도 있고, 청각에 예민한 아이는 말의 내용보다 말본새에 반응한다. 대략 그런 내용이었는데 하나같이 우리 집 네살꼬마 이야기라 운전하며 듣다 혼자 무릎을 치며 깔깔 웃었던 기억이 난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네살꼬마는 무엇을 그리든 마지막에 반드시 표정을 그리는데, 대개는 웃고 있다. 웃지 않으면  얘는 앵그리냐고 묻는다. 한번은 정말 앵그리한 얼굴의 로봇을 그렸길래 이유를 물었더니 악당과 싸워야 해서 그렇단다. 행복한 얼굴로 악당과 싸울 수는 없지..


촉각의 예민함에 관해서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울  아이는 절대 칠부 바지를 입지 않는다. 한여름에 반바지도  번을 꼬셔 겨우 입힌다. 애가 더우면 나한테 짜증을 내기 때문에 온갖 미사여구로 구슬로 입혀놓으면 결국 자기가 괜찮음을 경험하고 나서야 안심한다. 한번은 바지가 없어 칠부를 입혔는데 틈만나면 바지를 발목까지 내리는 바람에 바짓단이 미어졌을 정도. 마스크를 씌워야 밖에 나갈  있는 요즘같은 때는 아주 난감하다. 이쯤되면 협박에 가까운 바이러스의 위험성에 대한 일장연설을 듣고 결국 쓰기는 하지만 마스크가 얼굴에서 최대한 움직이지 않도록 하느라 목부터 어깨까지 빳빳이 경직된 채로 걷는데 안쓰럽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다.


최근  아이가 심심해, 다음으로 하는 말은 예쁜말로, 인데, 언제나 마음이 바쁜 내가 조금만 재촉하고 싫은 소리를 하면 청각조차 예민보스인  아이는 일단 ‘예쁜말로 해달라 요구한다. 그래 어차피   예쁜말로 하면 좋지 싶어 이를 앙물고 다시 말한다.


그런데  우스운  이러한 특성이 나에게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이다. 지금은 어른이 되어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도 나는 가까운 상대방의 얼굴을 살피고 상냥하게 말해주기를 바라며 그렇지 않으면  화가났을까 하고 혹시 내가 잘못한 것은 없는지 곱씹어 생각한다. 사소하게는 남편. 애정표현은 커녕 감정표현이 별로 없는 부산남자와 사는  이만저만 어려운 것이 아니다. 아직도 가끔은 적응이 안된다.



 이야기를 시작하다 서론이 너무 길어졌다. 결론은  책은 우리  네살꼬마 취향이 아니었다는 . 일단 호랑이의 얼굴이 아주 슬프다.  표지를 보자마자 얘는 표정이  이러냐며 바로 관심을 돌렸다.  책은 늦게 크는 아이, late bloomer  관한 내용이다. 조금 늦더라도 지켜봐주면 언젠가는 꽃을 피워 낸다는 . 아주 뭉클하고 아름다운 내용이지만 호랑이가 슬픈 바람에 엄마만 감동한 책이라 아쉽다.


언젠가 너의 예민함도 빛을 발할 날이 오겠지. 예민한  괜찮아. 그래도 너무 상대방의 반응엔 예민하지 않기를 바란다. 예민함에 주눅들지 말고  당당하게 자신을 표현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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