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담백한 책생활 Feb 08. 2021

하이파이브를 하는 마음

다시 일상, 아이를 보내며

오늘 아침에도 아이가 울었다. 아이가 하는 말 하나하나를 곱씹을 일은 아니지만 요즘은 심심하다는 말과 함께 슬프다고도 자주 해서 마음이 쓰인다. 유난히 나를 닮은 구석이 많은 첫째. 그래서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내 단점을 아이에게서 발견하면 몇 배로 더 속상하다. 꽤 어릴 때 기관에 보냈는데도 곧잘 적응해 늘 고맙고 너무 일찍 오빠 노릇을 하게 해 늘 미안하다.

네 살, 다섯 살 남매를 키우며 직장을 다닌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대기업도 아니고 비교적 퇴근도 이른 편이라 하원 후엔 꽤 오래 아이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지쳐 쓰러지지 않는 날에는 꼭 아이와 자기 전에 오늘 있었던 행복했던 일을 묻는다. 하루는 “오늘은 슬픈 일만 있었어.” 하기에 놀라 이유를 물으니 엄마가 화를 내서 그렇다는 것. 음 내가 화를 내긴 했지. 뭐 대단한 일을 한다고 아이의 마음을 보듬지 못했다. 어쩌면 제일 중요한 걸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체력 탓을 해본다. 몸이 힘들면 사소한 일에도 짜증이 나기 마련이다. 그런데 바쁜 일상에서 바닥을 드러내는 것은 체력뿐만이 아니다. 종종 인성도 바닥을 드러낸다. 한 번 말해서 웬만하면 듣지 않으니 자꾸 목소리도 커진다. 직장에서는 영어를 가르친다. 말은 집에서 더 많이 하는 것 같다. 너도 나도 엄마표 영어를 하는 시대, 집에서도 아이에게 영어로 말을 해주느냐 하면 별로 그렇지 못하다. 한국말로 해도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자기 하고 싶은 거 하기 바쁜 아이들인데 언제 그럴 여유가. 그나마 아이들이 가장 많이 하는 외래어는 플리즈와 노다. 노!!

겸사겸사 올해는 사정상 재택근무가 가능해서 쓰지 않은 연차가 남아 1월에 조금 오래 쉬었다. 건물 공사기간이 겹친 탓도 있다. 덕분에 아이들과 함께한 시간이 늘었다. 아이와 더 시간을 많이 보내면 그만큼 사랑도 가득 충전될 줄 알았는데 아이의 마음은 그 반대인가 보다. 오랜만의 출근, 등원을 도와주러 외할머니가 오셨는데도 엄마가 해달라며 양말을 내민다. 평소 같으면 도와준대도 싫다 했을 옷 입기를 다 해주었다.

안 그래도 바쁜데 어린이집 문 앞에서 아이가 들어오지 않고 시무룩하게 서 있었다. 아무래도 마음이 불편해 어제 즐거웠던 일을 이야기하며 “어제 민이가 엄마 무서울 때 지켜줬잖아.” 했다. 하이파이브도 했다. 반응이 시원치 않아 조금 오버하며 하나 둘 셋 짝! 그걸 세 번이나 했더니 그제야 웃는다.

오래전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영화를 보았다. 유태인 아빠가 수용소로 끌려가던 중, 아이가 슬플까 봐 장난치듯 행진하는 유명한 장면이 있다. 이건 단지 게임의 일부일 뿐이라며. 아이는 창고에 숨어 아빠의 우스꽝스러운 걸음걸이를 지켜본다. 부모가 되기 전인데도 어쩐지 그 마음이 이해돼 영화관에서 엉엉 울었던 기억이 난다.

뭐 고작 4년을 키우고서 그 마음을 어찌 다 알겠냐마는 부모란 그런 존재다. 내가 더 슬프지만 아이를 위해 하이파이브를 해 주어야 하는. 다행인 건 그러면서 내가 더 힘을 얻기도 한다는 것. 에세이가 사람을 성장시키는 장르라면 부모는 사람을 강하게 만드는 장치다.


울지 말고 씩씩하게, 오늘도 하이파이브!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중 출처: 구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