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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는 '선생님' 아닌 '코치'가 필요해

물고기를 잡지 말고, 낚시를 알려주라는 오랜 말

by Karel Jo


벌써 대학교를 입학한 지도 20년이 지난 지금, 스승의 날이 나에게 주는 울림은 더 이상 크지 않다. 비록 집안에 선생님이 두 명이나 있어 가족 단톡방에서 스승의 날에 고생하시는 누나들을 위한 축하 글이 올라오기는 하지만, 나 자신을 위한 선생님은 이제 더는 보기 힘든 그런 나이가 되어버린 지금, 스승의 날은 이제는 연관을 찾기 힘든 날이 되었다.


그러다가 지금의 회사에서 일하고 있던 어느 날, 팀원 중 한 명이 면담 중에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팀장님은 팀장님이긴 하지만 좋은 선생님 같은 존재기도 해요. 분명 교수를 하셨어도 잘하셨을 거예요. 저에게는 다른 회사에 가도 기억에 남을 선생님이실 거예요."


대학교 시절 CC였던 내가 여자친구와 가장 많이 싸웠던 이유 중 하나가, 선배로서 체코어 과제를 도와주려고 여자친구를 가르쳐 줄 때 "왜 어제 했는데 이걸 몰라"라는 말을 자주 했기 때문인 걸 생각하면, 지금의 찬사는 괄목할 만큼 내가 다른 사람이 되었다는 말일 것이다. 과거에 '오빤 절대 교수님 하면 안 돼'라는 소리를 들었던 기억이 났던 나는, 그 말을 듣고는 그저 대답 없이 미소 지을 뿐이었다.




내가 변화한 계기라면, 내가 팀장이 되기 전에 내 팀장님은 나에게 많은 업무를 믿고 맡겨 주셨다. 속도와 정확성을 둘 다 잡을 수 있는 나는 소위 말하는 '에이스'였고, 그러다 보니 비슷비슷한 시기에 입사한 다른 팀원들보다 업무 범위를 빠르게 확장해 나갈 수 있었다. 그들이 아직 적응하고 있을 단계에, 나는 이미 이 회사를 몇 년 다닌 사람처럼 일하고 있었다.


빠른 시간 내에 입지를 단단히 다지는 건 좋은 일이었지만, 반대로 '쓸놈쓸'에 걸려 당시 많은 혹사를 당한 것도 사실이었다. 그때도 사업계획을 하는 시기였는데, 인원은 빠졌지만 일정은 지켜야 하는 그때에 팀장님께서 "어떡하지?"하고 한숨 쉬시면 "주말에 좀 더 하면 됩니다. 하면 다 돼요"라고 안 되는 일정을 되게 만들어냈다. 그 해에는, 대체휴가가 너무 많아 연차휴가를 하나도 쓸 필요가 없을 정도였다.


그러면서 나는 팀장님에게 다른 팀원들에게도 업무 배분을 해 주셔야 한다는 조금은 주제넘은 소리를 많이 했는데, 내 스스로 팀의 선순환을 위한 분장을 다시 짜서 팀장님께 보여 드리며 내용 검토를 부탁드리기도 했다. 회사는 분명 교육기관은 아니라 할지라도, 일을 할 기회와 가이드가 전면 배제되어 나에게만 몰리는 구조를 깨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결과적으로 내 팀장님은 그 계획을 실행하지 못하고 나에게 바통을 넘긴 채로 다른 곳으로 떠나가셨다. 그리고 나 또한 비슷한 실수를 꽤 오랜 기간 동안 답습하기도 했다. 막상 팀장이 되어 보니, 일이 잘 안 됐을 때의 리스크를 짊어지는 건 생각보다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는 건 그 자리에 앉아보기 전에는 절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다 팀장들을 대상으로 리더십 교육을 진행했을 때, 강사님이 말씀하신 '티칭'이 아닌 '코칭'을 잘할 줄 아는 사람이 팀장으로서 조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간다는 말을 듣고 나도 방향을 많이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내가 입버릇처럼 하는 말 중 하나는 '회사는 교육기관이 아니다'라는 말이다. 대학교는 우리가 등록금을 내고 원하는 강의를 듣는 곳이기 때문에 등록금의 가치를 못 하는 강의가 널려 있다면 응당 불평해야 하겠지만, 회사에서의 나는 돈을 받는 입장이기 때문에 오히려 나의 가치를 입증해 내야 하는 역할이기 때문이다.


회사의 시스템이나 OJT 등 적응에 대한 교육은 당연히 이뤄져야겠지만, 나는 기본적으로는 직무와 관련된 교육은 회사 복지로 있다면 좋은 것이지 교육의 1차적 책임은 직원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직원들에게도 비용이 부담되면 회사 교육비를 아낌없이 쓰되, 교육을 듣는 건 직원 자신이니 스스로를 위해서라도 강의력이 높은 교육을 들으라 말한다.


나 자신도 팀의 가장 최선임이자 리더로서, 내 경험과 지식을 공유할 사내강사의 역할에 대한 준비도 충분히 되어 있어 팀원들로 하여금 나를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도 아끼지 않는다. 다만, 약간의 차이가 있다면 나는 마지막에 항상 그걸 업무로 연결해 준다는 점일까.


예를 들어, 어느 팀원이 PPV라는 개념을 어려워한다고 할 때, 나는 PPV라는 내용이 손익에서 왜, 언제, 어떠한 이유로 발생하는지에 대한 기본 원론을 설명하면서 그게 우리 회사에서는 어떻게 적용되는지까지를 짚어준 뒤, 현재 우리 팀에서 비슷한 로직으로 계산될 수 있는 계정 1개를 찍어 그 직원에게 앞으로 이 방식으로 이 계정분석을 하도록 업무를 새로 만들어 주는 식이다.




업무를 가르쳐준다는 걸 두고 으레 기술적인 방식을 설명하는 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자료를 만들기 위해 어느 시스템에서 자료를 받고, 이렇게 가공해서 저렇게 정리하면 완성된다는 식이다. 그런 식으로 일을 가르쳐주는 사람은 대부분 업무가 막힐 때에도 '아, 이건 여기서 막힌 거니까 여기 가서 고쳐봐'라는 문제 해결에 집중하게 된다.


그러나 흔히 '물고기를 잡아 주지 말고, 물고기를 잡는 법을 알려줘라'라는 말이 있듯이 업무의 기술을 전수하고 해결책만을 제시하는 건 조직을 서서히 망치는 길을 닦는 것과 같다. 회사에 필요한 건, 일을 잘할 수 있는 환경도 중요하겠지만 순환을 위해 일할 사람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만약 지금 이 글을 읽는 독자의 주변에도 코칭이 필요한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의 문제를 직접 해결하려 하지 않고 그들이 스스로 해낼 수 있도록 방향을 잡는 걸 도와주는 것이 어떨까. 그들 안에 있는 나침반을 스스로 깨워, 우리의 한 방향으로 같이 걸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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