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팀장을 포기할 수 있는 용기

잘하려고 하면 할수록 무엇을 잘해야 하는지를 모르는 우리에게

by Karel Jo


2021년 8월 말, 지금 직장으로 이직했던 때에 나는 팀장이 아니었다. 평범한 경력의 과장으로 입사했고, 내 위에는 당시의 팀장님이신 차장님이 한 분 계셨다. 다년간의 외국계 회사 경험과 좋은 학력을 가지신 그분은 지금 생각해 봐도 내가 어떻게 따라갔는지 모를 정도로 항상 두 세수 앞을 보고 계신 분이었다. 같이 일을 하면서 그분의 시야를 따라가기에도 급급했던 나는 이 분과 함께라면 나 스스로가 좀 더 성장할 수 있다는 강한 믿음이 있었고, 그렇기에 그 당시에 머슴을 자처하며 궂은 일을 도맡아 기꺼이 해 내었던 것 같다. 필요하다면 야근하는 데 주저함이 없었고, 기한이 촉박하면 주말출근도 불사하고 정말로 일에만 미친 상태로 집중해서 일을 했었다.


물론, 지금 생각하면 그 당시 나 자신이 일종의 각성 상태에 있었기 때문에 스스로가 얼마나 갈려나갔는지, 얼마나 다치고 있는지도 모르는 채로 성취감만을 좇아 머릿속에 도파민이 가득한 상태에서 일해 왔었던 것 같다. 그래서 2022년의 그 어느 여름날, 팀장님께서 본인은 더 이상 버티질 못하겠다며 이제 자기는 회사를 떠나 보다 마음 편해지겠다고 말씀하셨던 그날, 그 말씀 한 마디는 아직도 기억에서 잊히지 않는다.


"과장님, 내가 왜 불렀는지 알 것 같아요?"

"저는 그 이유만은 아니길 바라고 있긴 합니다만, 아무래도 그 이유일 것 같네요."

"과장님은 참 눈치도 계산도 빨라요. 그래서 나는 안심이 많이 돼요"


그렇게 말씀하신 팀장님의 얼굴엔 그 몇 달 동안 볼 수 없었던 웃음이 선히 어려 있었다. 사람이 모든 걸 포기하면 웃는다고 했던 말처럼, 또는 정말로 더 이상의 부담감을 지지 않을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오는 안도감이었을 수도 있겠지. 말씀 끝에 팀장님께선 내가 괜찮다면, 내가 욕심이 있다면 본인의 뒤를 이어 팀을 맡아 주었으면 한다는 말씀을 하셨고, 당시의 나는 정말 당연하게도 내가 해야 하는 일이라고만 생각하여 그 이후로 몇 개월간 임시 팀장 역할을 수행하면서, 정식 팀장으로 선임되는 과정을 거쳐 그 해 가을에 팀장이 되었다.


그때는 팀장의 역할에 대해 특별히 깊게 고민하고 수락한 것은 아니었다. 당시 나를 제외하고 남은 팀원은 대리 1명, 사원 1명, 육아휴직을 결정한 과장 1명이었고 그 상황에서 나는 내가 할 일은 팀을 올바르게 꾸려 가는 게 주된 목적이 아닌, 팀을 새롭게 재건하기 전의 밑바닥을 충분히 다져놓는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소위 말하는 소방수 역할이 가장 중요시되는, 아직 꺼지지 않은 불부터 먼저 진화하고 난 뒤에야 팀의 역량이든, 팀원의 미래든을 고민할 수 있는 시기라 생각해, 여전히 머슴처럼 일하는 방식을 고수했다. 문제가 생기면 가장 먼저 달려가 급한 불을 끈 뒤에 팀원들과 사례를 공유하였고, 모든 일은 나의 통제 하에 이뤄졌다.


버틸 수 있을 거라는 자만을 넘지 못하고 그 해 겨울 나는 무너졌다. 무기력함을 넘은 무감각함 속에 새벽길 아침을 걸어가다가도, 퇴근길 꽉 막힌 사람들 안의 지하철 속에서도 이유 없이 흐르는 눈물은 닦아도 멈출 새가 없었고, 그때의 나는 내가 살아있어야 하는 이유를 생각하는 게 아닌, 죽을 결심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두려운 상태에 싸여 그저 자신이 또 하루를 그렇게 흘려보낼 수 있는 걸 지켜보기만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아내의 조언을 받아 정신과 진료를 보면서 항우울제를 복용하고 점차적으로 스스로의 감정선을 정상으로 되돌리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였고, 지금은 그래도 이따금씩 내려앉는 스스로를 건지기 위해 여전히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그때 가장 힘들었던 것은 팀장의 역할을 오해하고 있던 나 자신의 책망이었다.


'나는 좋은 팀장이 되어야 하고, 좋은 팀장이란 팀원 개개인의 요구사항을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사람이다'


맞는 말이면서도 다른 측면에서 굉장히 오만한 이 생각은, 내가 이 생각을 실현할 수 있을 거라고 믿은 자신에 대한 과한 믿음에서부터 비롯되었다. 그래봐야 4명 되는 팀원, 아무리 개개인의 성향과 생각이 다르다 한들 맞춤형으로 충분히 각각을 대응할 수 있다고 믿었다. 팀이란 개인이 묶어서 이루어진 것이기에, 각각의 성취감이 높아지면 팀 전체의 성취감도 높아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었다. 물론, 결과론적으로 보면 '조화'라는 것을 완전히 무시한, 초보 팀장으로서 으레 할 수 있는 실수를 나 또한 반복했을 뿐이었지만.


팀장 역할을 수행한 지 3년이 넘은 지금은, 이제 개개인의 성향이나 욕구는 고려하지만, 내가 세우고자 하는, 내가 이끌고자 하는 팀의 밑그림은 온전히 나에게 맡겨둔 채로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을 팀에게 제시하는 방향으로 과거 나의 잘못을 바로잡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다시 말해, 팀장으로서 팀원들에게 그 방향이 때로 독단적이고 모두의 공리를 생각하지 않았다는 미움받을 불안도 감당하면서, 더 이상 좋은 '사람'이 아니라, 좋은 '팀장'이 되기 위한 노력하고 있다.


여전히 때로 그런 불안은 갖고 있다. 지금 나의 방향이 팀원들에게 대체로 합리적으로 여겨지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갈등과 불만을 피하고 숨기고 있는 것이 아닐까, 나만 괜찮다고 거짓 속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은 나의 성향상 절대로 없어지지 않을 불안이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혹시라도 지금 이 시간에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좋은 팀장이란 무엇일까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렇게 말해 주고 싶다.


중요한 것은 내가 옳은 게 무엇인지를 생각해야 하지, 남의 의견이 나의 의견으로 대체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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