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를 임신하고, 초기를 살짝 넘어섰을 때 즈음 인가? 임신 4개월? 5개월 정도였던 것 같다. 임산부라면 다 간다는 태교 여행을 다녀왔다.
우리 부부는 아니 사실 나는, 휴양지에서 힐링하며 수영하고, 호텔에서 조식 먹고, 만찬 먹고, 이런 류의 여행보다, 걷고, 보고, 그야말로 관광 형태의 여행을 좋아한다. 전투적으로 걷고, 보고, 또 걷고 뭐 이런 식이랄까? 첫째 때, 다녀온 태교 여행지는 홍콩이었다.
2017년 초입의 홍콩ㅡ첫째 임신중 태교여행♡
정말 많이 걷고, 또 걸었다. 야시장 구경도 하고, 마카오로 넘어가는 배도 타보고, 백화점 구경도 잔뜩 하고, 홍콩 여행 리스트에 나와있는 웬만한 곳은 다 보고 왔다. 하루에 2만 보도 우습게 걷고, 또 걸었다. 호텔에 돌아와 잠자기 직전 배를 만지며, 많이 걷게 해 미안하다며 뱃속 아기에게 이야기하다 잠들기도 했다.
당시 태교여행이란 이름하에 홍콩 여행을 하면서, 딱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아~ 이제 온전히 마음 편하게 둘이서만 하는 여행은, 한 20년 동안은 없겠구나~! 아쿠아루나에서 홍콩의 야경을 만끽하며 들었던 생각이라 뭔가 더 감성적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첫째 때, 태교 여행을 다녀온 이후로 주번 임산부나 결혼을 하고 임신을 준비하는 친구들에게!!! 태교여행 반드시 다녀오라고, 둘만의 마지막 여행일 수도 있다고, 그렇게 노래를 부르고 다녔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왜 그렇게 말하고 다녔었을까?^^ 임산부들도 다 케. 바. 케인데. 적어도 내 몸만 봐도 확 다른데^^)
첫째 때는 확실히 몸도 따라줬다. 그때도 뭐 노산이었지만, 우리나라 나이로 32살 초반, 만으로 30살이었다. 첫째는 임신 중기부터 아이가 크다고 의사 선생님이 많이 움직이라고 해서, 임산부 다이어트로 4kg이나 뺐고, 잠시도 엉덩이를 붙이고 앉거나 누워있지 않았다. 밤에 잘 때 빼고는 계속 움직였다.(크다던 첫째는 그렇게 움직여서인지, 아이 키가 커서 무게 측정이 잘못됐던지, 낳고 보니 3.0밖에 되지 않았다. 그리고 임신 중 너무 움직여서인지, 6살인 지금도 한시도 가만있지 않고, 아주 극단적으로 활동적이다.)
그리고 둘째! 첫째가 13개월 오사카 여행을 하던 중, 몸의 변화를 느끼고 알게 된 둘째! 시작부터 난관이었다. 처음 시작부터 착상혈인지 계속 비치는 피! 흥건하게 하혈을 한 것도 몇 번! 둘째 때는 거의 누워 지낸 것 같다.
극 초기를 겨우 지나고, 11주 끝 무렵! 임신 초기를 겨우 지났을 때쯤, 몸이 좀 괜찮아졌다 느꼈던 건지, 여행 욕구가 스멀스멀 피어올랐던 건지, 제주도 여행을 떠났다. 임신 중이었으니 역시 태교여행이란 이름을 붙였다. 당시 두 살이던 첫째는 새로운 장소에 와서 그저 신났는데, 아마 당시의 나는 몸이 썩 좋지는 않았겠지?(어린 첫째와 임산부가 함께하는 태교여행은... 어떤 면에서는... 여행이라 하기 힘들다.^^) 여행하면서는 힘들다 생각도 크게 없었고, 그냥 그냥 즐겁게 보냈었는데, 문제는 여행의 중반쯤 되던 날 발생했다. 임신 중이라 웬만한 일정은 최소화했었다. 웬만하면 조식 먹고, 숙소에서 한참 쉬고, 또 이른 저녁에 돌아오는 그런 일정이었다.
두살 아기와♡ 둘째 태교여행ㅡ다사다난?했던 제주 태교여행
그러나... 그것도 힘들었던 걸까? 여행이 잘 무르익어가던 여행의 중반쯤, 차를 타고 이동을 하고 있었는데, 배가 좀 아프기 시작했다. 그냥 좀 아픈 거겠지 하고 식당에 밥을 먹으러 갔다. 그때부터는 등을 펼 수가 없었다.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등이 안 펴지고, 배는 쪼이고, 임신 중이고, 숨이 턱턱 막혔다. 그 길로 겨우 차에 타서 산부인과를 찾는데, 제주도에 산부인과는 왜 그렇게 안 보였던 걸까? 거의 1시간 이상을 돌아 돌아 딱 반대편에 있는 산부인과를 찾았다.
병명은 위경련! 태어나서 처음 겪어본 그 고통은 위경련이었다. 덕분에 12주에 둘째의 성별까지 알게 되었다.(첫째에게 너 언니 된 거 같다!라고 하셨는데, 그 말이 맞았음) 살면서... 그렇게... 아팠던 경험은 처음이었다. 정말!!! 첫째, 둘째 모두 자연진통 없이 촉진제 써서 낳은 케이스라... 아기 낳는 것보다 위경련이... 더 아팠다. 정말
물론, 임신 중이라 약을 먹는 건 쫌 걱정됐지만, 그래도 의사 처방 약을 먹고 나니 한결 편해졌고, 저녁에 흑돼지도 먹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봐도 둘째 태교여행은... 아찔했다. 다행인 건, 거기가 제주여서! 말이 통하는 우리나라여서 다행이었단 거다. 만약 해외였다면, 외국에서 그렇게나 배가 아프거나, 몸이 너무 불편했다면 어땠을까? 생각만으로도 아찔하고 끔찍하다. 둘째 태교여행 이후에는... 태교여행 전도사에서, 신중하라는 말을 하는 부정론자? 조심론자?로 바뀌었다. 정말 호되게 겪었어서, 주변 지인들도 혹시 이런 일이 없으란 법은 없으니까... 웬만하면 조심하고, 꼭 가고 싶으면 국내로 가라고 이야기했다.
태교여행은 둘만의 마지막 여행? 이란 이름을 붙여 정말 소중한 시간이고, 의미 있는 여행인 건 확실하다. 하지만... 임산부라는 핸디캡 때문에 아무래도 조심해야 할 부분이 많은 것 같다. 대부분은 안전하게 행복한 기억을 안고 다녀오지만, 우리 둘째처럼 급작스런 위경련 같은 통증이 찾아올 수도 있고, 알 수 없는 수많은 변수가 존재할 수 있기에... 이제 곧 해외여행이 더 자유로워지겠지만... 태교여행만큼은... 국내로 가는 게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