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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지하철 여행

영유아 교통카드를 만들어주다.

by Karen

아이들에게 지하철 카드를 만들어주었다. 부산 교통공사에서 이벤트 성인지 미취학 아동들 교통카드를 판매했었다.

둘째는 아직 4살이고, 키가 작은 편이라 카드를 찍으나 안 찍으나, 지하철 입구 미닫이랄까? 그 기기에 그냥 고개를 숙이지 않아도 지나 가지는데, 첫째의 경우는 늘... 몰래 타는 느낌이었다. 약간의 의미를 부여하자면 아이의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기분이 들기도 했었다. 아이들에게 지하철 카드를 부여함으로써 당당하게 지하철을 이용하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달까? 의미 있는 구매? 였다.


카드를 발급받자마자 지하철을 타고 어디든 가보자 싶어 몇 코스 타고 왔다 갔다 해보기도 하고, 걸어가도 되는 거리나 차로 10분 남짓한 거리를 일부러 타기도 했다. 아이들은 버스든, 지하철이든 대중교통을 정말 좋아한다.(우리 아이들만 그런가 했더니, 친구에게 물어봐도 다 좋아한다고 했다. 버스의 경우 맨 뒷자리, 지하철의 경우는 노약 좌석^^)

6월 중순, 이제는 해가 제법 길어져서, 이른 저녁(7시 반쯤)에는 해가 중천이다^^ 아이들과 저녁을 먹고 뭐할까? 하다가, 아이들의 의도라기보단 그저 내 의도로... 잠깐 지하철 여행을 다녀왔다. (지하철 타고 어디든 가면, 그게 여행이지^^)

목적지는 돌아올 때 편하게 올 수 있는 남편의 일터 근처! 지하철을 너무 타고 싶다던 둘째와 안 타고 싶다던 첫째와의 의견 충돌이 있었지만, 타자마자 너무 신나 했던 첫째까지! 환승에 환승을 하는 코스였지만, 숫자도 세어가며, 역 주변도 둘러보며, 제법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40분 가까이를 탄 것 같다. 내렸다 타고, 내렸다 타다 보니 이 시간도 길게 느껴지지 않았다. 우리의 목적지는 남편의 일터 근처 중고서점!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아이들과 함께 도서관에 갔는데, 한 2주는 함께 가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서점에 도착하자마자 신난 아이들!

아이들은 중고서점을 정말 좋아한다.^^ 책이 좋아서라기보단, 중고서점에 파는 귀여운 스티커들, 여러 굿즈들, 토이북들에 눈을 빼앗긴다. 그래도 그런 것들 때문에 서점에 가는 기억이 즐거우면, 그걸로도 충분하단 생각에 자주 데리고 온다.

늘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다 보니, 가끔 반납하면 아쉬워했던 책들이 몇 권있다. 다시 빌려다 달라고 했던 책 몇 권을 사고, 타협에 타협을 거쳐 고른 스티커도 사고, 서점 구경에 30~40분 시간을 소요했더니 남편의 퇴근 시간이었다.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숙소 잡고, 일정을 정해서 쭈욱 원하던 루틴대로 가는 장거리, 숙박 여행도 좋은데, 가끔 이렇게 급! 지하철 카드 한 장 들고, 목적지 없이 움직이다가 저기로 가보자~ 하고 도착해서 잠깐 시간을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조금은 낯선 동네에서... 아이들은 나를 의지하고, 나는 아이들을 의지하며,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가 되어 약간의 긴장감이 있는 상태에서 이것저것 둘러보기도 하고, 새로운 주변을 보며 이 생각, 저 생각도 하고, 생각을 이야기 나누기도 하는... 가끔 짜증을 내거나 욱하기도 했지만^^날씨와 시간, 우리 아이들이 어리고 아직 내가 젊어서 가능한 시간에 감사함을 느껴본다.


주말! 우리 아이들과 뭐 하지? 어디 가지? 매주가 고민인 엄마, 아빠들에게... 잠깐 차를 버리고, 함께 지하철을 타거나, 버스를 타보는 건 어떨지 제안해본다. 거기다 잠시 핸드폰을 내려두고, 아이들의 얼굴과 눈을 바라봐주는 건 어떨지도 덧붙여본다.


우리 아이들은 핸드폰과 태블릿을 안 보여 주기 때문에, 지하철을 타도, 버스를 타도 좀 저지하는 게 피곤하긴 한데, 정말 주변에 많은 관심을 갖는다. 이것도 궁금해하고, 저것도 궁금해한다. 일일이 대답해주다 보면 피곤하긴 한데, 시간이 정말 금방 간다. 그리고 생각되는 게 있다. 이렇게 궁금한 게 많은 아이들에게 핸드폰 하나 쥐어주고 눈과 귀, 입을 막는 것! 때리는 것만 학대가 아니라 이것도 학대구나 싶은 생각(다른 사람들을 비난하는 게 아니라, 과거 우리 부부를 비난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더 어릴 때, 그저 우리 편하자고 아이들에게 얼마나 많은 영상을 보여줬었는지... 아이들의 뇌세포? 와 정서에 미안할 따름이다.^^)!

아이들과 잠깐 지하철 여행을 하며, 많은 생각과 의미를 부여해보았다.


이번 주말에도 아이들과 이 여름의 초입, 계절의 변화를 만끽하러 움직여봐야지^^ 세상의 모든 엄마, 아빠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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