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한 번, 많으면 두 번 정도 자유 수영을 하러 간다. 복잡 복잡한 여름에는 특히 새벽수영을 한다. 더운 날씨에는 다른 계절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수영장에 나오고, 덕분인지 나는 옆 사람과 살을 스치지 않기 위해 몸을 더욱 쭈그릴 수밖에 없다.
이른 아침부터 수영하러 오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아서, 몇 바퀴 돌고 나서 잠시 휴식을 취하다 보면, 들어갈 타이밍을 잡는 게 쉽지 않다. 파란 모자 쓴 사람 뒤로 가자니, 바로 달라붙어 쫓아오듯이 다가오는 노란 수영모가 걸리고, 노란 수영모 뒤에 들어가자니, 속도가 너무 쳐져서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칠까 저어된다. 수영 속도를 보며 최적의 타이밍을 재야 할 정도로 여름의 수영장은 소위 인간으로 “버글”거린다.
곧 인기가 한풀 꺾이는 계절인 겨울이 다가온다. 가을부터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열성 회원들을 제외하고도 드문드문 공간이 생긴다. 본격적으로 부지런을 피울 시기다. 그새 수영용품이 집 안에 쌓여 있다. 무언가를 시작할 때 처음부터 비싼 장비를 구입하는 편이 아니다. 대충 집에 있는 걸 입거나, 돌아다니는 모자를 가지고 운동을 시작한다. 꽤 시간이 지나고 어느 정도 꾸준히 한다는 판단이 들 면 그때부터 하나둘 모으기 시작한다. 시야가 넓게 확보되는 나이키 수경, 알록달록한 문양을 가진 수영복, 통기성이 좋고 건조가 빠른 수영용품 전용 매쉬 가방, 무엇보다도 물속에서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말에 고민고민하다가 선택한 샥즈 오픈 스윔 이어폰.
장비는 무조건 “블랙”이라는 걸 깨준, 짙푸른 바다 빛깔 이어폰이다. 물속이라서 블루투스로는 음악을 듣지 못하고, usb에 음악을 넣듯이 좋아하는 음악을 잔뜩 저장해야 한다. 수영복을 입고, 하나로 묶은 머리 위에 아이들이 사준 모자를 쓰고, 맨 마지막으로 이어폰을 머리에 쓴다. 골전도 형이라 귓구멍이 아닌 귀에 고리를 걸어 귀 바로 위쪽에서 음악을 들을 수가 있다. 밖으로는 음악이 흘러나오지 않고, 뇌 속으로 음악이 흐르는 그런 느낌이다. 마치 커다란 공연장에서 울리는 뮤지컬 같은 느낌이랄까.
물속에 들어가는 순간 팔과 다리를 길게 뻗는다. 아가미가 없는 대신 오른쪽으로 입을 열어 숨을 쉬고, 다시 물속으로 머리를 들이민다. 물, 나, 그리고 음악. 전신으로 짜릿한 해방감이 물결친다. 내가 물이고 물이 나고, 그리고 그 안에 음악이 스며 있다. 우주에서 유영하는 사람들이 이런 기분일까.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고, 단지 내가 존재한다는 느낌만이 오롯이 나를 감싼다.
뒤엉키고 가끔은 이리저리 휩쓸려 산다. 원했을 때도 있고, 원하지 않을 때도 있다. 한창 TV에서 방영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처럼 사람들과 부대끼며 산다는 것이, 내가 원하지 않아도, 원해도 가끔은 예상치 못한 곳으로 상황이 흘러간다. 상처받은 마음, 괴로운 마음을 가끔씩은 홀로 털어버릴 필요가 있다. 신께서 빗어놓은 완벽한 피조물인 우리는 아직도 불안스레 걷는다. 걷는 그 길에 가끔은 위로와 사랑이 본인 내부에서 흘러 나오기를 바라본다. 스스로의 내면에 갇힌 작은 아이를 제 손을 뻗어 위로할 수 있게 되기를.
#수영
#샥즈오픈스윔왜안사
#신세계가펼쳐짐
#알록달록수영복이조아
#물아일체
#수아일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