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것처럼 밑천이 드러나는 계절

by 알펜


주르륵 핸드폰 화면에 상품들이 떴다.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100만원을 넘는 고가의 코트에서부터 할인에 할인을 더한 6만원대 가격대까지.


제일 저렴하고 그나마 디자인도 마음에 드는 상품을 클릭해서 들어갔다. 나이도 경험이라고 그동안 입어왔던 코트의 재질을 떠올리며 함유량 화면을 가만히 들여다봤다.


울 60, 폴리에스터 40.


코트를 보지 않아도 대충 짐작이 갔다. 보들보들한 재질이 아닌 뻣뻣한 재질에다가 조금만 입어도 보풀이 듬성듬성 올라오는 재질일게 틀림없었다. 한숨을 쉬고 조금 더 가격이 있는 상품을 클릭했다.


울 80, 폴리에스터 20.


물가는 그동안 꾸준히 치솟았는지, 캐시미어가 함유된 울코트를 사려고 하면 최소 30만원 이상을 지불해야했다. 마음에 쏙 들만한 재질을 찾고자 하면 캐시미어가 최소 10프로 이상은 섞여있어야 매끄러운 재질의 코트를 구할 수 있는데, 가격은 그와 비례해서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갔다.


겨울은 계급이 드러나는 계절이라고 쓴 글을 읽은 적이 있다. 한여름이나 간절기에 주로 입는 얇은 티나 블라우스 등은 가격이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았다. 대부분 면 100프로거나, 폴리에스터 재질이니까, 디자인의 차이는 있을 지언정 품질에서 크게 차이가 나지는 않았다.


하지만 겨울은 다소 다른 모양을 하고 있다. 거위털의 함유량에 따른 온기의 차이, 캐시미어 함유량에 따른 코트의 매끈한 윤기가 그 사람의 재력을 은근히 드러낸다. 힐끔 내려다본 내가 입은 코트의 겉면을 손으로 쓸어본다. 거칠 것 없이 부드러운 울이 아니라, 보풀이 조금 일어난 직물이 손가락 지문에 거슬거슬 따라 붙는다.

비싼 코트를 사고 싶다.

세속적인 욕망이 속살거린다. 나도 멋진 코트를 입고 거리를 활보하고 싶다고. 부들부들한 캐시미어 100프로가 섞인 코트로 이 추운 겨울을 나고 싶다고 비밀스럽게 욕망한다.


그러나, 결국 나는 조금 저렴한 상품을 고른다. 현실과 이상을 어느 정도 타협한 결정을 내린다. 중요한 건, 내 알맹이라고, 적당한 가격에 새 옷을 샀다고 위안 삼으면서. 뭐, 100프로 캐시미어가 아니면 또 어떤가. 언젠가는 나도 살 수 있겠지.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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