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순수한 것을 생각했다 중 by 은유
가을이다. 일요일 오후 낮잠을 잘까 잠시 고민하다가 책을 들고 밖으로 나왔다. 창밖으로 구름 낀 하늘 아래 공기가 시원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바스락거리는 마른 나뭇잎 향이 발끝으로 올라온다.
맥문동이 피워내는 보랏빛 꽃대가 아파트 화단을 가을마다 가득 피워올린다. 오죽하면 이쪽 지역으로 이사 온 후에는 여름이 끝났다는 것을 수양버들처럼 가늘게 휘어진 녹빛 이파리 사이에 보라 꽃대가 비죽이 올라오면 알아챈다.
빈 벤치에 자리를 잡았다. 날이 선선하니 산책을 하는 사람,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학생들과 재잘대며 지나가는 어린아이들이 스친다. 적당한 온도와 바람이 살랑인다.
한 꼭지만 읽어내려가던 책 속에서 마음을 건드리는 문구를 발견하고 벅차올랐다.
Therefore my age is as lusty winter _shakespear
그러므로 나의 나이는 만개한 겨울과 같다.
우리는 순수한 것을 생각했다 中 by 은유
번역본을 선호하지 않는 나에게 원문보다 더 아름다운 번역이었다. lusty 자체는 건강한, 튼튼한, 활기찬 정도의 단어인데, 은유님이 인터뷰한 “새벽”님의 인터뷰 속에서 "만개한"으로 번역된 문장은 원문보다 훨씬 마음을 건드리고 빛났다.
“그러므로 나의 나이는 만개한 겨울과 같다.”
언제나 나이라는 한계에 갇혀 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력서에서부터 나이 제한을 하고, 결혼할 나이, 아이를 낳을 나이, 공부할 나이, 무언가를 하기엔 이른 나이, 지금 하기에는 늦은 나이까지 나이에 많은 형용사를 붙여서 한계를 규정한다.
너는 여기까지만 하라고.
만개한 겨울과 같다는 문장은 무언가를 하기에 머뭇거리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준다. 무엇보다도 나이 때문에 못한다는 말을 인생에서 배제시키는 나에게도 특별하다.
이른 나이에 학교를 들어가다.
이른 나이에 결혼을 하다.
늦은 나이에 어학연수를 가다.
늦은 나이에 공직에 입문하다.
늦은 나이에 글을 쓰기 시작하다.
“늦은 나이에”로 시작되는 완성된 문장을 만들어 간다.
난 또 얼마나 늦은 나이에 다양한 문장을 만들 것인가.
그리고 당신은 어떤 문장을 만들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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