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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놀이에는 규칙과 연결, 엉뚱한 파괴가 공존한다

볼링 놀에서 배우는 규칙과 계산식

by 카리스러브 이유미


굴러가는 공에 눈이 반짝였다.


초등학교 2학년이던 막내와 함께 처음으로 볼링장에 갔다.

처음 가보는 곳이라 구경만 하겠지 싶어 간식이나 챙겨주면 되겠다 생각했다.

그런데, 굴러가는 볼과 올라가는 점수에 금세 눈을 떼지 못한다.

승부를 좋아하는 막내에게 이기고 지는 팀 게임은 무척 흥미로웠던 모양이다.


볼링은 어른도 막상 해보면 점수 계산이 쉽지 않다.
10개의 핀을 모두 쓰러뜨리면 끝인 줄 알지만, 스트라이크와 스페어마다 합산 방법이 다르다.
더하기도, 곱하기도 아닌 복잡한 점수표를 아이는 보고 또 보았다.

볼링 놀이에 눈이 반짝이는 아이

작은 무게의 볼을 들고 게임에 합류했다.
대부분 골로 빠질 줄 알았는데, 제법 굴러가 핀이 쓰러졌다.
첫 볼링이었지만, 아이에겐 충분히 신나는 경험이 되었다.


총 과녁놀이에 응용한 볼링 계산식


집에 돌아온 아이는 놀이에 볼링 점수 계산법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이전까지는 단순한 점수 계산이었지만, 이제는 종이에 10칸이 그려진다.


공기총 놀이와 결합해 창문 바둑판에 점수를 붙이고,
한 프레임마다 두 번의 기회를 주는 볼링 룰을 그대로 가져왔다.


마지막 10프레임에는 보너스 타임까지 설정한다.
이후엔 점수를 모두 합산해서 승부를 낸다.

아이는 자신이 이해한 방식으로 점수 계산 규칙을 재구성하며 놀았다.


찰흙으로 만든 볼링 놀이

며칠 후, 스마트폰 게임 시간이 끝난 아이는 엄마를 졸졸 따라다니며 "심심해"를 반복한다.


“심심할 때도 있는 거야.”


나는 그 말만 해주고 기다려준다.

아이는 언제나 자신만의 놀잇감을 결국 찾아낸다.
이 날도 마찬가지였다. 찰흙을 꺼내 무언가를 만들기 시작하더니
곧 볼링 핀 하나를 빚어낸다.


아이디어가 떠올랐는지, 볼링 게임을 하자고 한다.
나는 아이의 놀이 초대에 언제나 응한다. 그게 내가 정한 규칙이다.

5분에서 10분.
그 짧은 시간만 함께 신나게 놀아주면,
아이는 금세 자신의 세계로 깊이 빠져든다.


방으로 들어가 보니, 핀 10개가 레일 위에 삼각형으로 세워져 있다.
자연스럽게 4-3-2-1의 구조를 배우며.
손으로 굴리는 대신, 찰흙으로 만든 대형 망치로 공을 '퍽' 치는 방식이다.

찰흙 공과 망치가 휘고 붙고 엉뚱한 장면이 나오면
우리는 키득키득 웃는다.


그 웃음소리에 사춘기 둘째도 방에 슬쩍 들어온다.

그러면 또 셋이서 게임을 하고, 중학교 형의 업그레이드된 규칙이 하나 더해지기도 한다.


이번에는 대형 망치를 만들어 한 방에 날려버리려다가 망치가 부러지고 말았다.

그래도 신난다.


걸레질 놀이로 마무리


놀이 후 걸레질하는 아이

다 놀고 난 후, 막내가 엎드려 방바닥을 기어다닌다.


“뭐해?”


“찰흙 굴러다닌 데가 미끄러워서 닦고 있어.”


엄마도 미끄럽다 느꼈는데, 아이가 먼저 알아차리고 닦는다.


아이는 그렇게 걸레질놀이를 또 열심히 하고 깊이 잠이들었다.



아이의 놀이에는 규칙과 연결, 그리고 엉뚱한 파괴가 공존한다.


아이의 놀이에는 자신만의 규칙과 생각하지 못 한 것들의 연결,

그리고 어른은 차마 깨지 못하는 파괴가 공존한다.


그 속에서 아이는 수학을 배우고, 원리를 이해하며,
세상과 자기 마음을 천천히 익혀간다.


놀면서 배우고, 웃으며 자라고,
하루를 다 살고 평화롭게 잠드는 아이.


아이의 놀이가 커서도 계속되면 좋겠다.


그 안에 자연스럽게 배우고, 즐기고,

다시 행복한 하루를 보내고 편안히 잠드는 어른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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