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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리스러브 이유미 Mar 29. 2022

솔직하고 애처롭고  보면서
우는 엄마들 많을 책

감동적인 첫 서평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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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춘기 부모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책을 썼다고 했지만 처음부터 이런 이타적인 생각이 있었던 건 아니다. 솔직히 다른 사람을 돌아볼 겨를이 없었다. 그저 살아 내기 위해 책을 쓰기 시작했다. 사랑하는 딸이 약을 먹었고, 모든 것이 내 탓인 것만 같았다. 아이가 계속 잘못된 생각을 하면 어떻게 할까 불안했지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 무기력했고, 생각이 엉킨 채로 멈추어서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지만 그래도 뭐라도 해야 했다. 한 겨울 강물처럼 두껍게 얼어버린 심장을 깨고 깨서 다시 움직여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야 다시 아이를 돌보고, 가정을 지킬 수 있었으니까.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는 아이를 다그치지 않기 위해, 온 신경이 아이에게 집중되는 것을 흐트러뜨리기 위해, 가만히 있으면 불안하게 뛰는 심장을 잠재우기 위해 할 일이 필요했다. 그때 책 한 권을 만났다.


사람은 상황이 나쁠 때 그른 일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 현실에서의 모든 일은 좋은 것과 나쁜 것, 옳은 것과 그른 것이 한데 어울려 나타나는 거지. 문제는 우리가 그걸 어떻게 보는가 하는 거야. 자꾸 나쁜 쪽으로 생각하면 더욱더 기운이 빠지고 자신감이 줄어들지 않겠니. 그래서 '나쁜'상황 때문에 힘이 들더라도 무엇이 '옳은'지 반드시 생각해야 하는 거란다. 그러면 그걸 토대로 기운을 내서 행동에 옮길 수 있어." - 스펜서 존슨의 선물 -


나는 무엇이 옳은지 반드시 생각해 내야 했다. 아이가 살아서 내 앞에 기회가 있으니 쓰러져만 있을 수는 없었다. 충격적인 사건은 내 안에 꼬리에 꼬리를 물고 수많은 생각들을 만들어 낸다. 그 짐에 짓눌려 버거웠다. 덜어내고 싶은데 말할 사람이 없다. 아니, 그 말을 내 입으로 뱉어낼 용기가 없었다는 게 더 맞을 것 같다. 손가락을 움직여 글로 쓰는 건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처음부터 써진 건 아니었다. 병원에서의 일을 묘사할 때는 한  장을 다 쓰고 나면 막노동을 하고 난 사람처럼 하루 종일 쓰러져 있었다. 아이의 자살 일기를 필사하면서 가슴이 날카로운 돌로 찢기는 것 같았다. 그럼에도 내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옳은 일이었고 하루를 살아낼 수 있는 방법이었다.


"중요한 건 고통스러운 상황을 겪을 때 그걸 피하려고 자꾸 다른 생각을 하지 않는 거란다. 회피하지 않고 그 고통에서 배움을 얻고자 노력하는 것이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회피함으로 그 상처가 곪지 않기 위해 고통스럽더라도 똑바로 보고 사실을 받아들였다. 글을 쓰는 일은 아팠지만 효과가 있었다. 한 번 더 참을 수 있는 힘을 주었고, 책을 쓰기 위해 아이와 더 많은 대화를 하고, 해결방법을 적극적으로 찾을 수 있었다.




이틀 전에 출판사에서 메일을 받았다. 파일 제목이 <재교_저자 교정분. pdf>. 아직 표지와 제목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처음으로 책 모양으로 편집된 파일을 받았다. 책으로 나오면 다 책처럼 보인다는 말이 실감 나는 순간이었다. 내가 쓴 글이 진짜 책이 될까? 생각했었는데 책으로 편집된 파일을 보니 믿어졌다.


다른 사람에게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는데 이제 마지막 수정이라는 생각에 동생에게 봐달라고 파일을 보냈다. 여동생은 오랫동안 도서관 사서였고, 나와 하연이에게 좋은 책을 소개해 주는 개인 북큐레이터였다. 그러니 동생이긴 해도 책을 다 읽고 어떤 느낌일지 객관적으로 이야기해줄 거라 기대했다.


다음날 톡이 왔다.


언니 어젯밤에 다 읽었어.
이 작가님 축하합니다. 그리고 애썼어요.
폰으로 텍스트 잘 못 보는데 엄청 집중해서 잘 읽었어.
묵직하고 단단한 흐름이 끝까지 잘 이어져서 좋았어.
사건 중심이라 쳐지지도 않고.
솔직하고 애처롭고.
보면서 울 엄마들 많을 듯.
그리고 자기 반성문 자기 일기장 같지 않아서 좋았어.
전문가들 이론 막 끌어다 설명하고 단언하지 않아서 좋았고.
중간에 하연이 그림이 있어서 감정선이 툭 끊어지는데 그게 참 좋더라고.
재미나고 한 숨 쉬어간다고 해야 할까?



다른 사람에게는 어떻게 읽힐까 궁금했다. 다른 사람에게 꺼내보이기 전에 반응을 들으며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던 것 같다. 책은 작가의 손을 떠나는 순간 독자의 것이 된다는 말이 기억났다. 내가 쓴 글을 동생이 읽었고, 다시 독자의 말이 되어 내게로 왔다. '비로소 책은 태어나 자기의 일을 시작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 이 맛에 책을 쓰는 거구나.'


첫맛은 달콤했다. 내게는 소중한 나만의 첫 서평이었다.


우울한 이야기였지만 너무 무겁지 않기를 바랐다. 너무 숨이 막히게 몰아가지 않기를. 삶에는 늘 우울만 있는 건 아니라고. 그 사이사이 즐거움도, 웃음도 분명 숨어있다고 그러니 힘들면 잠깐 쉬어가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연이 그림과 글이 그랬다. 감정을 몰아내지 않지만 잠깐 피식 웃으며 한숨 쉬어갈 수 있게 해주는 책. 그래서 끝까지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되게 감정적인데 객관적이고
자꾸 혼내는 사람도 없는데
스스로 반성하게 하는 책.
그게 책의 힘이지.



이제 보름 후면 책이 세상에 나온다. 이 책이 독자에게 전달되어 슬픔, 아픔, 반성, 답답함, 후회 많은 감정을 주겠지만 그 터널을 지나 마지막 페이지를 덮었을 때 희망과 위로를 마주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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