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을 살면서 그날을 같이 살고 있습니다.

책 쓰기 3주 차의 기록

by 카리스러브 이유미


책 쓰기 3주 차의 기록을 열었다. 책을 쓰기로 한 선택은 생존 본능이었을까. 나는 책을 씀으로 인해 사건을 객관화할 수 있었고, 사건에서 빠져나와 글쓰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 3주 차는 1장이 끝난 시점이었다. 1장은 아이가 약을 먹고 보낸 응급실에서의 시간, 어려운 선택, 어릴 적 트라우마에 대한 이야기로 진을 빼는 이야기였다면 2장은 하룻밤의 긴 대화를 하연이와 나의 시점으로 나누어 썼다. 아이와 울고 웃었던 대화가 기억나 1장을 쓸 때보다 마음이 가벼웠던 기억이 난다.


글쓰기는 신기하다. 지금을 살면서 사건이 일어난 날, 사건을 기록한 날을 같이 살고 있다. <기록하기로 했습니다> 책에 '기록은 오늘을 미래로 부쳐두는 일'이라는 글이 나온다. 3주 차에 기록해서 부쳐둔 기록이 오늘 나에게 왔다.




3주 차 첫째 날.

오늘 1장을 마무리했다. 글을 쓰려고 스크롤바를 내리면 이제 제법 한참 내려간다. 이렇게 100페이지를 채울 수 있다니 마치고 나면 정말 뿌듯할 것 같다. 출판사 리스트를 찾는 게 생각보다 시간이 걸리지만 출판사 홈페이지를 들어가 보는 건 또 다른 공부다. 출판사 사이트에 내 책이 게시되는 날을 상상해 보니 또 꿈을 꾸는 거 같다.


3주 차 둘째 날.

오늘부터 2장을 쓰기 시작했다. 장이 바뀌면서 나의 시간도 한 구간을 넘어가는 듯하다. 글쓰기는 신기하다. 지금을 살면서 그날을 같이 살고 있다. 조금 더 관찰자 입장에서 쓰려고 노력하고 있다. 독자가 상상의 자유를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책. 아직은 서툴지만 나도 독자가 되어 쓰려고 노력하고 있다.


3주 차 셋째 날.

2장부터는 나와 하연이의 시점이 시작된다. 처음에는 먼저 쓰고 그 글을 보며 하연이가 맞춰 쓰게 하려고 했는데 이미 하연이도 1 꼭지를 쓴 상태였다. 같은 날 나눈 이야기인데 둘의 기억이 참 다르다. 글을 읽어보니 내 글을 먼저 보여주면 하연 이만의 글이 사라지겠구나 싶어 각자 제목만 가지고 쓰기로 했다.


3주 차 넷째 날.

대화가 시작되니 1장보다는 글이 더 잘 써진다. 대화 내용이 내 생각으로 저장되어서 그 말을 아이의 말로 바꾸는 게 어렵다. 최대한 평소의 아이의 말투, 단어들을 기억해내서 쓰려고 노력 중이다.


3주 차 다섯째 날.

15 꼭지를 완료했다. 서점에 가서 출판사 리스트를 찾아야 하고 출판 기획서도 써야 한다. 책을 쓴다는 것은 기업을 하나 세우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1인 기업가. 그 말을 알겠다.


3주 차 여섯째 날.

3주 차가 지나갔다. 매일 같은 일상이 반복된다. 문득 위대한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가 가기 전에 나는 작가가 될 것이고, 내 생에 가장 의미 있는 해가 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꾸준히 글을 쓰며 같은 일상을 살고 있다.




1년이 지나 출간을 앞두고 있다. 그때는 봄인데도 마음은 한없이 춥다고 생각했는데 지나고 보니 무언가에 몰입해서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았던 그날들도 봄날이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