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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리스러브 이유미 Apr 04. 2022

엄마에게 10대 팬이 생겼습니다.

특별한 10대 서평 부대


사춘기 딸과 책을 쓰고 출간을 앞두고 있다. 딸 하연이는 이제 고1이 되었다.


"엄마! 친구들이 엄마 글이 너무 슬프대."


코로나 확진으로 학교를 쉬고  있던 딸에게 교정본을 보냈다. 공동 저자인 딸도 한번 더 읽어보고 잘못된 내용은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딸의 이야기가 아이의 생각과 다르게 들어갈까 조심스러웠고, 책으로 인해 아이가 다른 상처를 받지 않도록 빼고 싶은 내용은 빼도 된다고 이야기했다. 읽었던 글을 또 읽고, 잘못된 맞춤법을 찾는 일은 참 지루하다. 아이들은 지루한 걸 싫어한다. 그래서 지루한 일도 재미있게 할 수 있는 방법을 기가 막히게 찾아낸다. 


학교생활로 한동안 온라인 친구들을 만나기 어려웠는데 격리기간 온라인 모임이 다시 열렸다.  10대의 온라인 커뮤니티는 우리의 모습과 사뭇 다르다. 비디오, 오디오, 화면을 종일 켜 놓고 서로 일상을 공유하며 그룹대화를 하고, 하나의 그림을 공유하고 이야기하거나, 같이 그림을 그리며 수다를 떤다. 이 날 공유된 것은 그림이 아니라 책이었다. 또래가 책을 썼다는 말에 호기심이 발동했나 보다. 하연이는 온라인 친구들 5~6명과 같이 읽으며 마지막 점검을 하기 시작했다. 첫 장부터 같이 읽어 내려가며 아이들은 난리가 났다고 한다.


"야. 너희 어머니 맘 아프다. 너 왜 그랬냐? 네가 진짜 이렇게 했어?"


아이들은 집중해서 읽다가, 같이 손발을 오그라뜨리고 소리를 지르다가 하연이가 넘기면 아직 다 못 읽었는데 왜 넘기냐는 둥. 하연이가 코로나 약 먹어야 한다고 하니 "너는 앞으로 약 먹는다는 소리는 하지도 말아라. 앞으로 아무 약도 먹지 말아라. 아프면 그냥 버텨라." 했다고 하니 웃음이 났다. 반응이 신기했다. 책을 쓰면서 10대 아이들도 같이 봐주길  바라긴 했다. 그저 하연이 컷 만화에 웃고, 글에 공감하며 내 마음도 이랬다고 말해주길 바랬다. 모두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으니 잘 버티자고 그런 말을 하고 싶었다. 그런데 아이들은 엄마의 마음을 읽으며 공감하고 있었다.


내가 물었다.

"아이들이 엄마 이야기를 궁금해해? 신기하다. 니 그림이랑 글에 관심이 있을 줄 알았는데."

"원래 그랬지. 그런데 앞부분부터 같이 읽으면서 엄마 어떻게 하냐고. 슬프다고 막 그러더라고. 하긴 학교에서도 엄마와 관련된 영상을 보면 아이들이 그렇게 집중하고 울기도 해."


아이들이 겉으로는 반항을 하면서도 엄마에게 미안한 마음도 있고 엄마가 속으로는 어떤 마음인지 궁금해하기도 했었나 보다. 자신의 처지가 힘드니 엄마에게 투정 부리고 엄마니까 이 정도는 당연하지 하면서도 자신의 지나친 행동을 알 건 다 아는 거였다. 귀여운 녀석들.


딸이 말했다.

"아이들이 서점에 가서 이런 책을 직접 사서 보지는 않겠지만 기회가 돼서 보게 되면 재밌게 읽을 것 같아."

"와~그럼 엄마 10대 팬 부대 생기는 거야?"

"엄마. 팬 부대가 뭐야? 팬클럽이지."

"뭐든 좋다."


하연이의 온라인 친구들은 나를 편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하연이가 스스럼없이 엄마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보통은 안 하거나 욕을 한다고 함) 책을 같이 쓴다는 것도 신기할 테고, 집으로 놀러 오면 같이 SNS 수다도 하니까 이상한 나라의 이방인이 아니라 동족으로 받아들여준 것 같다.


"어머니! 얼룩말 좋아하신다고 해서 제가 그렸습니다." 하고 편지와 함께 재미있는 그림을 보내주기도 하고, 하연이에게 서운한걸 나에게 이르기도 한다. 내가 "그렇지? 걔가 좀 그렇지?" 맞장구 쳐주면 이른 아이는 손뼉 치며 좋아한다. 그렇게 마음을 열고 만난 10대 아이들은 순수했다. 아이들의 분주한 말과 움직임 뒤에 외로움과 불안함이 보여 짠하기도 했다. 그런 아이들에게 '엄마들은 너희들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응원하고 있다'라고 하는 마음이 닿을 수 있다면 이보다 더 보람된 일이 있을까. 


책 쓰기는 내가 생각지 못한 많은 경험을 하게 한다. 출간 후 많은 딸들이 생길 것 같은 기분 좋은 예감이 든다. 내 글을 공감해주고 새로운 깨달음을 준  특별한 10대 서평 부대들.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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