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고는 언제나 예고 없이 일어난다.

그냥 살아만 있어 아무것도 안 해도 돼#2

by 카리스러브 이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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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학원 선생님의 전화

사고는 언제나 예고 없이 일어난다. 그날도 그랬다.

2021년 2월 9일 화요일.

퇴근 후 가방을 던져놓고 바쁘게 아이들 먹일 저녁을 준비하고 있었다. 메뉴는 된장찌개.

‘하연이가 좋아하는 호박도 얇게 썰어 넣어야지.’

호박을 꺼내러 냉장고로 가는데 식탁 위의 핸드폰이 울렸다. 하연이 미술 학원 선생님이었다. 하연이는 예고 입시를 준비 중이었다.

식탁 의자를 빼서 앉았다. 선뜻 전화를 받기가 망설여졌다. 2주 전 일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날은 학원 수업이 여덟 시간이나 있는 날이었다. 새벽 5시에 하연이 방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컴퓨터를 하며 날을 샌 것이다.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화를 참으며 이를 꽉 다물고 노크를 했다.

“하연아, 오늘 수업 여덟 시간이나 하는 날이잖아. 밤새고 수업 받을 수 있겠어? 이제라도 빨리 자.”

“네.”

네 시간 후 딸을 깨워야 한다. 아무리 반복해도 익숙해지지 않는 일이다. 커피를 진하게 타서 마셨다.

“하연야, 학원 가야지!”

다섯 번쯤 불렀을까, 아이가 힘겹게 일어나 앉더니 울먹였다.

“엄마, 나 예고 안 가면 안 될까?”

“……그래, 그렇게 하자.”

선생님께 연락을 했다.

“선생님, 아무래도 하연이 예고는 포기해야겠어요. 너무 힘들어하네요.”

“어머니, 어제 아이들 몇이 지각을 해서 제가 좀 세게 말했어요. 안 그래도 지각이 좀 잦았거든요. 아마 그래서 그런가 봐요. 입시 미술반 시작 시기에는 아이들이 오래 앉아 있는 거 힘들어해요.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져요. 지금 포기하면 나중에 대입 준비할 때 후회할 수도 있어요. 하연이 재능이 아까우니 제가 잘 이야기해볼게요. 오늘은 푹 쉬라고 하시고, 다음 주에 보내주세요.”

선생님 말씀을 들으니 그런 것도 같았다. 아니, 욕심이 났다. 입시 미술이 마냥 재미가 있을까. 이렇게 쉽게 그만두고 나중에 후회하면 어쩌나.

“하연아, 오늘 학원 쉬고 너 좋아하는 마라탕 먹으러 가자!”

마라탕의 알싸한 국물을 마시고 기분이 좋아진 하연이는 조금만 더 힘내보자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2주간 잘 다니는 것처럼 보였다. 적어도 내 눈에는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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