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왜 그랬어? 진짜 죽으려고 한거야?

그냥 살아만 있어 아무것도 안 해도 돼 #4

by 카리스러브 이유미

병원 응급실 주차장에 주차하는 사이 딸은 가만히 의자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다행히 속이 많이 아프다거나 어딘가 불편해 하지는 않아서 안심이 되었다. 오늘 길에 통화한 이모에게서 문자가 왔다.

“내가 아는 약사에게 전화해서 물어보니까 타이레놀은 괜찮대. 이상 없으면 하루 푹 쉬면 된다더라.”

다행이다. 순간 고민이 되었다. 응급실 가서 뭐라고 하지? 아이가 약을 먹었다고 하면 어떻게 볼까? 이것저것 물어보고 검사하고 그러면 아이가 더 힘들지는 않을까? 집에 가서 잠이나 푹 자라고 할까? 코로나 때문에 병원 출입도 자유롭지 못한데 집에 있는 아이들은 어쩌나?

집으로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하지만 검색해본 내용이 마음에 걸렸다. 친구네 집에 간다는 아이를 잡아놓을 명분도 필요했다. 숨을 한 번 크게 내쉬었다.

“하연아, 병원 다 왔어. 들어가자.”

맏이인 하연이 때부터 밤에 갑자기 아픈 일이 생기면 오는 낯익은 병원이었다. 응급실이 어디 있는지, 접수 절차를 어떻게 밟아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늘 대여섯 명의 환자가 대기하고 있었고, 차례가 되어야 치료실로 들어갈 수 있었다.

접수처 직원이 물었다.

“어디가 아파서 오셨어요?”

“아이가 타이레놀을 열세 알 삼켰대요.”

눈이 마주쳤다. 난감한 표정을 지었지만 곧 익숙하게 자신이 해야 할 말을 했다.

“고의로 약을 먹은 경우에는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요. 병원비가 백 퍼센트 자기 부담이에요. 나중에 정정 신청 하실 수 있어요.”

“네.”

접수를 하고 대기 환자들 사이에 앉았다. 오늘은 얼마나 기다려야 하나.

“하연아, 진료 받으려면 네가 왜 그랬는지 알아야 해. 왜 그랬어? 진짜로 죽으려고 한 거야?”

“그러려고 한 건 아니야. 아빠 때문에……. 내 생각이 너무 무서워서……. 너무 힘들어서……. 생각이 정리되면 얘기해줄게.”

짧게 끊어지는 말 속에서 아빠 이야기가 계속 나왔다.

“지난 일요일에 아빠한테 혼난 거 때문에 그래?”

일주일 전 일요일 아침. 그날도 딸은 아침에 제때 일어나지 못하고 침대에 누워 있었다(우리 집은 교회를 다니기 때문에 일요일에도 일찍 일어나는 편이다). 새벽까지 구부정한 등으로 모니터를 보던 게 생각났다.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심호흡을 크게 하고 “하연아, 일어나야지. 교회 가자”하고 깨웠다. 아이는 “5분만 더” 하며 계속 누워 있었다.

다른 가족들의 준비가 다 끝났는데도 하연이는 일어날 기미가 안 보였다. 몇 차례 더 이름을 부르다가 급기야 빨리 일어나라며 큰소리를 쳤다. 그제야 하연이는 어기적어기적 눈을 비비며 일어난 것도 아닌 누운 것도 아닌 자세로 침대에 걸터앉았다. 눈은 반 감겨 있었다. 이상한 분위기를 눈치 챈 아래 두 아들의 발걸음이 빠르다. 재빠르게 가방을 챙겨 매고 신발을 신고 신발장 의자에 앉아 나갈 준비를 한다. 결국 남편이 딸 방으로 왔다.

“엄마가 몇 번을 불러야 일어날 거야? 다른 가족들은 준비 다 끝냈는데. 매주 너 때문에 늦잖아!”

격양된 아빠 목소리에 아이는 귀찮다는 듯 침대에서 일어났다. 아빠가 딸의 팔을 툭 쳤다.

“빨리 준비해.”

그날도 결국 늦게 출발했고, 가는 차 안에서 아빠의 잔소리가 시작됐다. 숙제는 했는지, 양치는 했는지, 손톱은 요즘도 뜯는지. 어제 책상 좀 치우라고 했는데 오늘 아침에 보니까 그대로더라, 대체 몇 시에 잤느냐, 그렇게 매일 컴퓨터 하면서 늦게 자니까 못 일어나는 거 아니냐, 네가 첫째면 먼저 일어나서 동생들 챙겨야지, 둘째는 막내 잘만 챙기는데 너는 가족으로 하는 일이 뭐 있냐, 그럴 거면 나가 살아라…….

결국 하연이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 남편이 아니었다면 내가 했을 잔소리. 엄마의 마음을 대변하는 아빠에게 원망과 분노가 향하고 있었다. 원래는 그렇게 사이좋을 수 없는 부녀였는데, 어쩌다 그리 된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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