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60대에도 30대처럼 건강하고 싶다
사랑하는 주원아, 주하야!
아무리 생각해도 엄마는 욕심쟁이인가 봐. 마흔이 넘은 지금도 하고 싶은 것이 너무너무 많거든. 요즘은 몸매 좋은 근육질의 할머니가 되는 꿈을 꾸곤 한단다. 좋은 음식을 먹고 좋은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는 멋진 노인이 되기 어려울 거라는 생각을 했지. 끊임없이 운동하고 활력을 잃지 않는 할머니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단다. 근육도 근육이지만 맑은 눈빛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선 늘 새로운 것을 배우기를 주저하지 않고, 낯선 것을 접할 때 재미를 느끼는 엄마의 성격이 큰 강점이라는 생각이 들어.
더운 여름에 땀 흘리면서도 목표한 운동량을 채우기 위해 조깅화와 운동복을 챙기는 아빠가 갈수록 멋있어 보인단다. 나도 따라 나가고 싶은데 아직은 아빠 달리기에 방해가 될까 봐 천천히 엄마는 엄마 페이스대로 체력을 길러보려고 해. 지난겨울, 주말마다 주원이와 수영을 다닐 때, 그때 물속에 얼굴을 담그고 몸을 움직이며 물밖에 잠시 얼굴이 나온 찰나의 타이밍에 맞춰 호흡을 하는 것이 참 재미있고 묘하게 스릴이 느껴지더라. 이제 겨우 자유형은 흉내만 내고 평형은 어찌하는지 방법만 익혔지만 시간 여유가 생기면 수영 강습을 배워볼까 하는 생각도 들어. 또 모르지. 엄마도 쉰, 예순에. 철인 삼종 경기에 참가한다고 할지 말이야.
TV를 즐겨보진 않지만 가끔 <무쇠 소녀단에서 예쁜 미인 연예인들이 나와서 운동하는 장면이 나오는 장면을 보면 그렇게 멋있어 보이더라. 화장을 곱게 하고 머리도 단장하고 예쁜 옷에 하이힐까지 신은 모습보다 머리가 헝클어지고 얼굴이 불그레한 그 모습이, 온몸에 땀이 흐르고 옷까지 축축이 젖은 그 모습이 말이지. 여배우의 전형적인 아름다움에 어울리지 않는 모습일 수도 있지만, 나는 화려하게 외모를 꾸민 그 어떤 여자 연예인들보다 운동하는 여배우들이 더 멋있어 보이더라.
엄마도 그렇게 늙어가고 싶어. 돋보기안경을 콧등에 걸치고 안락의자에 앉아 책을 읽고 잔잔한 피아노 연주곡을 틀고 그림 그리는 취미를 갖고 싶단다. 그러기 위해서는 건강이 먼저지. 나이 들어 몸이 아파 병원을 오가며 진료받느라 노후를 보내고 싶지 않아. 부지런히 벌어서 종잣돈을 모으고 경제적으로 걱정이 없을 만큼 자산을 보유하고, 그리고 자식에게 노후를 의지하지 않고 손자 손녀 용돈 정도는 걱정 없이 줄 수 있을 정도의 부는 누렸으면 좋겠다. 아픈 것을 치료할 비용을 쓸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그 돈 저축해 뒀다가 주변 사람들에게 되돌려 줄 수 있을 정도로 건강하고 싶다.
공부하는 데 주말을 알차게 보내는 주원이. 집에 들어와서 한숨 돌리자마자 옷을 갈아입고 피곤한 기색도 없이 축구하러 나가는 주원이를 보면서 멋진 아빠를 닮을 훌륭한 아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외모에 부쩍 관심이 늘어서 다이어트한다는 주하. 건강하게 잘 먹고 운동해서 근육질의 멋진 몸매를 가꿔보는 건 어떨지 한 번 생각해 봐. 주하가 괜찮다면 엄마랑 같이 시간을 내서 걷기부터 시작해 볼까? 이제 가을이 되고 시원한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기 시작하면 운동하기 참 좋을 거란다. 보리 데리고 하루 3km씩 주 3회 걷는 것부터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 우리 둘이 커플 러닝복 하나 구경해 볼까?
생각만 해도 참 좋다. 엄마가 건강하고 멋지게 늙고 싶은 마음에는 아마도 너희와 함께 행복하게 지내고 싶은 욕심이 숨겨져 있나 보다.
언젠가 온 가족이 다 같이 하프 마라톤을 완주하는 날을 떠올려본다. 혼자는 엄두가 안 나고, 같이 해 볼 생각 없어? TV 속 여배우들보다 더 아름다운 우리를 추억에 남겨보는 것 어때? 상상만 해도 행복하구나.
오늘도 건강한 하루 보내고 오렴
2025. 8. 25.
사랑하는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