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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편지 #4 리더의 자격, 우유부단함에서 벗어나라

세상의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선택지는 존재하지 않아

by 강혜진

사랑하는 주원아, 주하야!

오늘 아침엔 우유부단함에 대해 한 번 생각해 보았단다. 우리 주변엔 개성 있고 강렬한 색깔을 지난 사람이 있는 반면에 좀처럼 자시의 색깔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들도 있어. 오늘 점심 메뉴는 뭐가 좋을까 물어보면 자장면이든 짬뽕이든 자기 취향에 따라, 오늘 기분에 따라 딱 정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뭘 먹을지 한참 생각하다가 결국에는 “아무거나.”하고 대답하는 사람도 있지. 예전에는 자기주장을 하지 않는 사람이 주변 사람들을 배려하고 맞춰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한 살 한 살 나이 들어가다 보니 자기만의 의견이 명확한 사람에게 의지하게 되더라. 나 혼자 결정 내리기 힘든 일에 대해 조언을 구할 때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은데 네가 잘 생각해 봐.” 하고 말하는 사람보다는 “내 생각엔 이게 더 좋을 것 같아.”하고 자기 생각에 확신이 있는 사람이 믿을 만하더라고. 왜 이게 더 좋은지 물어보면 거기에 대한 정확한 근거를 제시할 수 있는 사람들이지. 듣는 사람의 반응과는 상관없이 자기 생각을 뚝심 있게 밀고 나갈 수 있는, 확고한 삶의 기준과 자신감, 이유 있는 고집이 있는 사람들 말이야.

엄마는 어땠게? 파스텔톤의 흐리멍덩한 사람이었지. 튀지 않고 살았지. 그저 조용히 있는 듯 없는 듯. 살면서 인생을 좌우할 만한 의사결정도 해 본 적이 없는 것 같아. 진로도 진학도 직장도 물 흐르듯이 그저 흘러가는 대로 선택했고, 결혼도 자녀계획도 육아도 이렇다 할 고집도 신념도 없이 이끄는 대로 했지. 엄마는 그걸 우유부단함이 아니라 그냥 운명에 순응하는 거라고 생각하고 살았단다. 운명 결정론자였지. 내 인생은 이미 정해져 있고 내가 아무리 발악해 봐야 그 운명을 거스를 수 없으니 그저 따르자는 생각으로 살았어. 그렇게 사니까 깊이 고민할 필요도 없었고, 내 주장 끝까지 고집하지 않으니 주변 사람들과 부딪칠 일도 없었지.

그런데 나와 비슷한 사람을 만나니 참 답답하더라. 자장면인지 짬뽕인지 딱 정해주면 좋겠는데 “아무거나.”라니... 그럼 나도 그냥 둘 중 아무거나 하나 선택하면 되는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았어. 자장면과 짬뽕 사이에서도 그렇게 갈피를 못 잡는데 인생 살며 얼마나 오랜 시간 결정도 못 내리고 고민만 하며 시간을 보냈겠니?

우유부단한 사람의 심리에는 두려움이 도사리고 있단다. 실수와 실패에 대한 불안, 내 결정으로 인해 결과가 좋지 않으면 어쩌지 하나 자신감 부족, 그러다 마감이 다가오면 아! 나도 몰라 충동적으로 결정을 내려버리는 일이 반복되지. 그러니 우유부단한 사람은 명확한 견해를 가진 사람에게 자꾸만 의존하게 돼. 어쩌면 우유부단한 사람들은 너무 많은 것까지 세심히 고려하고 완벽한 결과를 내려고 하는 욕심쟁이들 인지도 몰라. 두 마리 토기 중 하나만 선택하고 집중하면 한 마리 토끼는 확실히 잡을 수 있는데, 두 마리 사이에서 어디로 뛰어야 할지 모르는 욕심쟁이, 그러다 둘 다 놓치고 마는, 결국은 우유부단한 사람 낙인이 찍혀버리는 거지.

인생의 우선순위가 명확한 사람은 아주 사소한 선택 앞에서도 우왕좌왕하지 않아. 오래 고민하지 않지. 자신에게 더 중요한 가치를 망설이지 않고 선택할 수 있단다.

세상의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선택지는 존재하지 않아. 누군가의 불만을 들어야 하고 누군가는 희생해야 하는 결과가 따르기도 하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사를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 오면 명확한 기준과 우선순위를 가지고 결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해. 그런 단호함을 가진 사람이 많은 사람이 의지할 수 있는 리더의 자격을 인정받을 수 있단다.

한 번뿐인 인생, 리더의 자격을 갖추어보는 것도 멋지지 않겠어? 오늘부터 명확한 인생의 기준과 우선순위를 정하고 파스텔톤의 색에 강렬한 빛깔을 더해보길. 순둥순둥한 아들, 딸이 아니더라고 엄마는 너희들의 그런 변화가 참 반가울 것 같구나!

2025. 8. 18.

사랑하는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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