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섯리조또
출퇴근 시간이 왕복 네 시간이 걸리던 직장에서 왕복 한 시간 다닐 수 있는 직장으로 이직이 됐다. 하루에 세 시간의 여유가 더 생기게 된 것이다. 갑자기 생긴 시간을 무언가로 채워야 한다는 생각에 자기 계발을 할 수 있는 방법도 찾아보고 사람도 많이 만났다. 그런데 어느 토요일 아침에 눈을 뜨니 왕복 네 시간 출퇴근하던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피로감이 몰려왔다.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왕복 네 시간 걸리는 직장에 다니기 전에 내 삶은 항상 분주했다. 집에서 쉬는 날이 한 달에 하루나 이틀밖에 안 될 정도로 밖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이런저런 활동들을 하느라 바빴다. 시간, 돈, 감정, 체력을 밖에서 다 쏟았다. 직장이 멀어지면서 주중은 온전히 직장 다니는 데 시간을 써야 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이런 모임들을 끊어야 했고, 내 분주한 습관도 끊어진 줄 알았다.
하지만 다시 여유가 생기니, 나의 습관이 상황 때문에 잠깐 억제된 것뿐이지 바뀌지는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삶에 비워두는 부분이 있어야 새로운 것이 들어올 수 있다고 한다. 내 일상의 일정 부분을 남겨두는 연습을 통해 여유시간을 천천히, 정말 알차고 좋은 것으로 채워 넣고 싶어 졌다.
일단 사람은 정말 그 사람을 만나고 싶거나 만나야 할 용건이 있을 때 만나기로 했다. 내가 외로워서, 심심해서, 나만의 필요 때문에 누군가를 만나는 것은 자제하기로 한다. '함께'하는 것이 목적이 아닐 때 누군가를 만나는 것은 그 사람에게도 실례인 것 같다.
생각해보니 나는 먹고 싶은 게 있는데 혼자 먹기 싫을 때 친구를 자주 불러냈다. 한참 버섯리조또를 좋아했을 때 여러 사람을 파스타집으로 불렀다. 고맙게도 다들 나와줬지만 돌이켜보니 나 때문에 시간과 돈을 많이 써준 친구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어느 날 텔레비전에서 한 이태리 셰프가 리조또를 만드는 것을 보고 집에서 따라 해 봤는데 맛이 괜찮았다. 이제 버섯리조또 먹고 싶을 때는 집에서 만들어 먹고, 남겨둔 시간은 더 의미 있는 자리, 더 중요한 일을 위해 아껴두기로 한다.
버섯리조또 (1인분)
재료
버섯(새송이, 느타리, 양송이 등 취향껏) 두 줌
양파 1/3개, 마늘 4톨
흰쌀 1/2컵, 물 500ml, 치킨스톡 한 조각
화이트와인(또는 소주) 30ml, 올리브유
버터 1/3Ts, 소금, 후추, 파마산치즈가루
만드는 법
1. 후라이팬 두 개를 준비한다. 후라이팬 하나에 편으로 썬 마늘, 채 썬 양파, 가늘게 다듬은 버섯을 올리브유에 볶는다.
2. 다른 후라이팬에 물에 씻은 흰쌀을 올리브유에 볶다가 화이트와인이나 소주를 부어 비린내를 없앤다.
3. 물 500ml에 치킨스톡 한 조각을 녹인다. 이 물을 쌀을 볶고 있는 2번 팬에 한국자씩 넣으며 쌀을 익힌다. 물이 없어지면 한국자씩 추가하는 방식으로 쌀이 밥이 될 때까지 중간불에 천천히 저으며 익혀준다.
4. 2번 팬의 쌀이 먹을 수 있은 밥 상태가 되면, 1번 팬의 볶은 양파, 버섯, 마늘을 2번 팬의 밥에 섞는다. 야채와 밥을 함께 볶다가 버터를 조금 넣어 풍미를 살려주고 소금, 후추로 간을 한다. (치킨스톡 때문에 이미 간이 어느 정도 되어있을 테니 소금은 간을 봐가며 넣는다.)
5. 접시에 담고 파마산치즈가루를 뿌려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