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할 정도로 성실한 도시

Geneva, Switzerland #01: 시작하는 글

by Jeannie

업무차 출장을 가게 되면 유명 해외여행지는 가기가 힘들다. 미국에 갔을 때는 워싱턴 DC를 가고 뉴욕은 경유했다. 터키에 갔을 때는 앙카라를 가고 이스탄불은 경유했다. 해외출장으로 제일 많이 간 곳은 스위스 취리히가 아닌 제네바였다. 몇 차례 제네바로 출장을 간 날 수를 합산해보니 35일쯤 됐다. 왜 제네바에 이렇게 정이 들었나 했더니 한 달 이상 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스위스 제네바는 주요 국제기구들이 모여있는 국제도시이다. 여러 국적과 인종의 사람들을 볼 수 있지만, 이들은 관광객이 아니라 제네바에서 일을 하기 위해 세계 각지에서 온 사람들이다. 국제 무역분야에 종사한 나는 항상 회의차 세계무역기구(WTO)를 방문했지만, 이외에도 제네바에는 국제연합(UN) 유럽본부, 국제적십자위원회 본부 등 많은 국제기구들이 소재하고 있다.


제네바는 관광도시가 아니고 자신이 관광도시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는 듯하다. 화려하지 않고 화려하려고 노력하지도 않는다. 국제협력과 외교의 중심지인 제네바는 지루할 정도로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다. 그저 세계 각지에서 일을 하러 온 사람들이 자신의 일을 잘 해내고, 잘 대화하다가 갈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주는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고, 그 역할에 만족하는 듯하다.


이런 제네바이기에, 일부러 제네바를 가기 위해 여행 계획을 세울 것을 권하지는 못하겠다. 하지만 다른 곳을 여행하다가 제네바를 들를 수 있는 상황이 되면 충분히 한 번쯤 가볼만한 매력이 있는 곳이다. 사람은 자기 일을 할 때가 제일 멋있다고 하듯, 제네바도 조용히 자기 역할을 성실하게 수행해온, 그런 멋진 도시다.


약 한 달간 알고 지냈던 제네바를 기억하며 제네바에 대한 이야기를 써보려고 한다. 사실 매번 업무차 방문했던 곳이라 사진을 찍을 여유가 별로 없었기에 사진 자료 부족으로 글로 쓸 수밖에 없기도 하다. 불어가 주 언어인 그곳 사람들이 '쥬네브'라고 부르는 제네바를 통해 바라본 스위스에 대한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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