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eva, Switzerland #02: 제네바에 도착하다
인천에서 출발하여 파리를 경유해서 총 15시간 걸려서 제네바에 도착했다. 피곤해서 얼굴이 노랗다. 역시 경유는 힘들다. 지쳐 보이는 옆사람 기분 풀어주려고 '제네바 오는 직항이 생기면 좋겠네요'라고 말을 걸었다. '이렇게 작은 도시에 직항이 생길 리 없다'는 진지한 대답에 할 말을 잃었다. 나도 안다. 그냥 해본 말이다.
공항 밖으로 나오니 어두컴컴한 저녁이다. 우리는 공항에서 숙소까지 운전해준 사람이 있었지만 제네바 공항에서 제네바 중심지인 꼬르나방(Cornavin) 기차역까지는 기차 타고 15분이면 갈 수 있다. 심지어 공항 도착시간으로부터 일정 시간 내에 기차표를 사면 기차표가 무료이다.
호텔은 꼬르나방 기차역 근처 비즈니스호텔이 비교적 가격이 비싸지 않고 다니기 편하다. (여기서 '비교적'이라 함은 제네바 내 다른 호텔들과 비교하는 것일 뿐 제네바에는 모든 것이 비싸다.) 차를 이용하지 않고 도보로 다닐 사람은 꼬르나방역 근처에 숙소를 잡아야 편의시설이나 식당에 대한 접근성이 좋다. 조금 더 고급스럽고 뷰가 좋은 호텔을 선호한다면 제네바 호숫가에 있는 호텔을 잡으면 된다.
호텔에 들어가서 체크인을 하면 제네바에 머무는 동안 사용할 수 있는 무료 대중교통 이용권을 준다. 그것을 들고 트램이나 버스를 타면 된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는 우리나라처럼 표를 찍는 기계가 있는 것이 아니라 수시로 검표원이 다니면서 표 검사를 한다. 검표원은 랜덤으로 차를 타서 표검사를 한다는데, 난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검표원을 만나면 호텔에서 받은 이용권을 보여주면 된다고 한다.
체크인을 하고 나면 마트에 가서 물을 산다. 호텔 물은 정말 비싸기 때문에 마트가 문을 열 때 물을 미리 사서 방에 넣어두는 것이 좋다. 마트에 가면 모든 제품 설명이 불어로 되어있기 때문에 불어를 못한다면 유의해야 한다. 잘못하면 나처럼 2리터짜리 탄산수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탄산수를 사는 바람에 숙소에서 물을 마실 때마다 뱃속이 간질간질했던 기억이 있다. 탄산수를 안 사려면 'gazeuse'라고 되어있는 물을 피하면 된다. 가스가 들었다는 뜻이다. 물을 샀으면 먹을거리를 사둬도 좋다. 유럽의 납작 복숭아가 꽤 맛있다. 숙소로 돌아간다. 재앙이 일어나도 방에 물이 있으면 어떻게든 살 수 있다고 생각하니 안심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