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eva, Switzerland #09: 올드타운
제네바에서 회의실과 숙소만 오간 지 며칠이 지났다. 여기가 한국인지 외국인지 인식을 못했다가 가끔 창문 밖에 제트분수가 보이면 제네바에 왔다는 것이 기억났다. 이렇게만 지내서는 안 되겠다, 뭐라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의가 끝나면 보통 팀 사람들과 택시를 타고 호텔로 갔는데 하루는 혼자 걸어서 숙소로 가겠다고 했다. 사무실에서 숙소까지 차로는 10분, 도보로는 30분쯤 걸렸다. 구글맵을 켜서 숙소로 가는 길에 들를 수 있는 곳을 찾아보니 올드타운이 눈에 들어왔다. 얼핏 누군가가 올드타운은 한번 가보면 좋다는 얘기를 했던 것 같아서 거기로 가보기로 했다.
올드타운에 도착하니 '내가 유럽에 오긴 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유럽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돌길이 깔려있었다. 울퉁불퉁한 길을 보니 단화를 신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올드타운 길을 걸어 올라가 보니 오래된 건물들에 작고 예쁜 상점들이 쭉 있었다. 손수 액세서리를 제작해서 파는 가게들도 많았고, 명품 가게들도 있었다. 책을 좋아하는 내 눈에는 특색 있는 작은 책방들이 보였다. 'Librairie'라고 적힌 곳이 많아서 '여긴 왜 이렇게 도서관이 많지' 생각하다가 고등학교 불어 시간에 'librairie'가 서점이라고 배웠던 기억이 났다. 불어 공부를 다시 해봐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오르막길을 쭉 올라가니 생 피에르 성당(Cathedrale de St-Pierre)이 보였다. 알고 보니 제네바는 종교개혁의 중심지였다. 종교개혁자 칼뱅이 이 성당에서 설교를 했다고 한다. 성당 앞에 가니 제네바의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든 관광객들이 보였다. 성당 입장은 무료로 할 수 있다. 날씨도 음산하고 성당도 음산했지만 그 웅장함에 입을 벌리고 한동안 멍하니 올려다봤던 것 같다.
성당을 보고 내리막길을 걸어 내려가니 다시 레만호수가 보였다. 운 좋게도 근처에 유명한 영국정원(Jardin Anglais)과 꽃시계(L'horloge fleurie)가 있었다. 꽃시계가 생각보다 작아서 앞에서 사진 찍고 있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없었다면 그냥 지나쳤을 수도 있었다. 명성에 비해 대단한 모습은 아니지만 스위스는 시계의 나라이니 상징적인 꽃시계는 사진에 담아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