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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annie Mar 21. 2020

'아는 맛'에 끌리다

자매의 파리에서 삼시세끼: 여섯 번째 식사

지난여름에 여동생과 간 파리 여행 우리가 직접 일정과 계획을 짠 자유여행이었지만, 파리 외곽으로 나가는 일정은 1일 투어를 신청했다. 미술을 좋아하는 동생은 로드 모네의 생가와 정원이 있는 지베르니(Giverny)와 빈센트 반 고흐가 작품 활동을 하다가 생을 마감한 오베르 쉬르 우아즈(Auvers-sur-Oise)를 보고 싶어 했다. 그래서 이 두 곳을 방문할 수 있는 투어를 신청했다. 이동 수단이 빠르고 깔끔했고, 한국인 가이드분들의 설명이 유익하고 재미있어서 투어로 신청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파리 개선문 근처에서 출발하는 투어버스에 탑승하고 당 충전을 위해 과자를 꺼내 먹기로 했다. 파리 여행 중에 마트에서 사 먹었다가 너무 맛있어서 파리를 떠나기 전에 몇 상자 더 샀던 엠앤엠즈(m&m's) 비스킷이었다. 달콤한 비스킷 위에 초콜렛을 바르고 허쉬 엠앤엠즈를 콕콕 박아놓은 이 과자는 엠앤엠즈의 유럽식 재해석과도 같았다. 이 비스킷은 프랑스에서 유명하다는 마들렌, 버터 쿠키를 제치고 우리의 1등 과자가 되었다. 역시 사람은 아는 맛에 끌리나 보다.



고흐와 모네는 인상파를 대표하는 화가들이.   투어 가이드의 설명에 따르면, 그리스 로마 화의 신이나 천사와  눈에 보이지 않는 대상을 정확한 기법으로 그린 그림들이 높이 평가받던 대에 상주의 가들의 작품은  조롱리였다고 한다. 어디에서나   있는 변의 풍경이나 장면들을 정교한 테크닉이 아닌 주관적인 느낌으로 해석한 이들의 작품은 당시에  그린 그림으로 평가받았다고 한다. ' 인상적이네'라고 소적으로 이들의 그림을 평가한 론가의 말을 따서 이들이 '인상파' 되었다. 하지만 역시 익숙한 맛에 끌리는 우리는 현실과 동떨어진 소재들이 아닌 실제 사람들의 삶의 모습과 풍경을 담은  인상주의 화가들의 작품을 지금까지도 사랑하고 있다.


모네는 40여 년간 꾸며 살았던 지베르니의 정원에 주로 작품 활동을 했다고 한다. 지베르니에 가보니 모네의 그림을 실사판 영화로 보는듯한 느낌이었다. 빛과 색채를 고려해서 화려하고 감각 있게 가 모네의 정원에서 모네의 정성과 애정이 느껴졌다. 그 애정이 결국 그림에 담기고,  그림을 보는 사람들에게전해진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얼마 전에 '금요일 금요일 밤에'는 프로그램의 '신기한 미술나라' 코너에서 어떤 풍경이 한 개인에게 의미가 생기고 그림으로 남겨지려면 그 풍경이 나의 것, 우리의 것이라는 소유의 개념이 생겨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모네가 자신의 정원에서 그렇게 훌륭한 작품들을 많이 탄생시킬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을 것 같다.



고흐 마을이라 불리는 오베르 쉬르 우아즈는 고흐가 소유했던 장소는 아니다. 고흐는 이 마을의 한 여인숙에 조그마한 방 하나를 구할 돈 밖에 없었지만, 고흐가 동생에게 보낸 편지에서 그가 이 마을을 얼마나 좋아했는지를 알 수 있다고 한다. 고흐가 제로 소유한 적이 없었음에도 이제 오베르 쉬르 우아즈는 사실상 고흐의 것이 되었다. 고흐의 작품에 담긴 장소들이 마을 곳곳에 표시가 되어있다. 유복했던 모네와는 달리 극심한 가난과 우울을 겪었고 살아생전에 인정받지도 못했던 고흐가 살았던 마을은 어둡고 우울할 줄 알았다. 하지만 실제로 가보니 그렇지 않았다. 모네의 화려한 정원과는 달리 소박하기는 해도, 따뜻함과 고요함이 느껴졌다. 짧은 시간 동안이었지만 고흐의 사랑과 관심을 듬뿍 받았던 곳이라 그렇지 않았을까.



주로 교육적 목적으로 그림을 그렸던 시대에 일상에서 보는 풍경을 자신만의 해석과 시선으로 그린 인상주의 화가들의 작품이 등장하면서 사람들은 익숙하고 평범한 매일의 장면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깨닫게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생과의 프랑스 여행도 그랬다. 물론 새로운 볼거리도 많았지만, 결국은 익숙한 것들을 더 사랑하게 된 여행이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아침마다 엄마가 기독교 방송을 틀어놓으신 부엌 한 편의 액자 속에 있었던 밀레의 '만종'을 실제로  수 있었고, 동생이 따라 그릴 정도로 좋아하는 고흐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었으며, 어렸을 때부터 먹었던 과자도 더 맛있게 먹어보고, 무엇보다 께 간 동생을 더 이해하고 고마워하게 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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