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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annie Apr 14. 2020

힐링푸드의 원조를 찾아서

자매의 파리에서 삼시세끼: 일곱 번째 식사

대학원 시절에 스타벅스에서 먹는 크로크 무슈(Croque Monsieur)는 학생 신분이었던 나의 작은 사치이자 힐링푸드였다. 작은 기숙사 방에서 공부가 잘 안 되는 날에는 스타벅스에 가서 크로크 무슈 하나와 아이스 라떼를 시켰다. 크로크 무슈는 꼭 전자레인지가 아닌 토스트 오븐에 바삭하게 데우고, 아이스 라떼에는 시럽을 두 번 펌핑해서 넣었다. 우유를 잘 소화시키지 못하고 커피를 달게 먹는 것을 안 좋아하는 내가 유일하게 라떼와 바닐라 시럽을 먹는 때였다. 이렇게 시키면 가격이 칠천 원 정도 되었기에 학생이었던 나에게는 비싼 음식이어서 주로 아침과 점심을 겸해서 먹었다. 따뜻한 조명의 카페에서 재즈 음악을 백색소음 삼아 공부하며 바삭한 크로크 무슈 한입 먹고 달달한 라떼를 한 모금 마시면 팍팍했던 학교 생활에서 잠시의 여유를 느낄 수 있었다.


이제 직장인이 된 나에게 크로크 무슈는 더 이상 사 먹기 부담스러운 음식은 아니지만, 지금도 나를 위한 힐링이 필요할 때 회사 근처 스타벅스에 가서 따뜻하게 데운 크로크 무슈와 아이스 라떼 한잔을 먹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래서 지난여름 파리 여행을 갔을 때 크로크 무슈는 꼭 먹어보고 싶은 음식 중 하나였다. 좋아하는 음식이지만 본토인 프랑스에서는 먹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내가 먹는 크로크 무슈가 진짜가 맞나 궁금했다.


크로크 무슈는 프랑스인들이 가정이나 카페에서 간단하게 끼니를 때우기 위해 먹는 샌드위치다. 빵 두 장 사이에 치즈와 햄을 넣고, 샌드위치 위에 한번 더 치즈를 뿌려서 팬이나 오븐에 구워서 치즈는 녹아 쫀득하고 빵은 바삭한 샌드위치이다. 하얀 크림소스인 베샤멜소스를 바르기도 한다.


오르세 미술관 근처 카페에서 파리에서의 첫 크로크 무슈를 먹었다. 내가 스타벅스에서 먹은 것과 비주얼부터가 달랐다. 일단 화려했다. 빵, 햄, 치즈가 상당히 고급이었고 신선한 야채가 가득한 샐러드가 곁들여져 있어서 푸짐했다. 몇 개 안 되는 재료인데도 재료의 질에 따라 이렇게 다른 맛이 나다니, 간단한 샌드위치가 아니라 고급진 식사를 하고 온 기분이었다.



파리에서 먹은 두 번째 크로크 무슈는 맥도날드에서 파는 크로크 무슈 메뉴인 '크로크 막도(Croque McDo)'였다. 프랑스 맥도날드에만 있는 메뉴라고 한다. 숙소 근처 맥도날드에서 크로크 막도를 사고 에펠탑 앞에서 피크닉을 하며 먹었다. 잉글리시 머핀과 모양이 비슷하지만 더 담백한 동그란 빵 두장 사이에 미술관 옆 카페에서 먹은 것보다 저렴해 보이는 햄과 치즈를 넣고 구운 샌드위치였다. 이 샌드위치가 내가 평소에 스타벅스에서 먹는 크로크 무슈와 비슷한 맛이 났다. 맥도날드에서 저렴한 재료를 써서 만들어도 프랑스는 일반적인 보급형 치즈와 햄도 워낙 맛이 좋다 보니, 한국에서 비싸게 사 먹는 크로크 무슈와 맛이 비슷했던 것이다. 역시 원조의 나라는 다르긴 다른다는 생각을 하며 먹었지만, 나의 힘든 시간을 함께 해준 한국 스타벅스의 크로크 뮤슈에 대한 애정이 식을 것 같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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