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eannie May 23. 2020

어디 가나 하나쯤 있는 전(煎)

자매의 파리에서 삼시세끼: 아홉 번째 식사

동생과 파리를 여행하면서 며칠이 지나니 비싼 파리 물가가 슬슬 피부로 와 닿기 시작했다. 특히 식비가 만만치 않았다. 매 끼니를 사 먹기는 해야겠고, 여행까지 왔으니 맛있는 것을 먹고 싶은데, 그러다 보면 돈이 많이 나갈 수밖에 없었다. 그런 우리에게 간단하지만 든든하고, 맛이 좋으면서도 가격이 쌌던 음식이 크레페였다. 파리에서 꼭 크레페를 먹어보고 싶었는데, 센 강가를 거닐다가 점심시간이 되어 가게를 둘러보던 중에 작은 크레페 집을 발견했다.


크레페 집에 들어가서 보니 메뉴가 크게 '크레페'와 '갈레트'로 나뉘었다. 크레페는 밀가루 반죽을 아주 얇게 부쳐서 그 위에 크림, 과일, 초콜렛 등 달달한 토핑을 올려 디저트 같았고, 갈레트는 메밀가루 반죽을 얇게 부친 후 햄, 계란, 치즈, 야채 등을 올린 식사 같은 음식이었다. 단짠 조합을 사랑하는 한국인 자매인 우리는 누텔라와 바나나를 올린 크레페 하나와 토마토, 양상추, 계란, 햄이 올라간 짭조름한 갈레트 하나를 시켰다. 가격은 저렴했지만 양은 푸짐했다. 든든하게 식사도 되고 후식까지 겸할 수 있어 여행자에게 딱 좋은 한 끼였다.



어디를 가도 전(煎) 같은 음식이 하나쯤은 있기 마련이다. 전은 영어로 팬케이크(pancake)인데 말 그대로 팬에 구워 먹는 케이크다. 위키피디아에 펜케이크를 검색해보니 세계 여러 나라의 팬케이크가 소개되었다. 여기에는 미국과 영국에서 브런치로 먹는 팬케이크, 프랑스의 크레페와 갈레트, 일본의 오꼬노미야끼, 한국의 전과 호떡 등이 소개되었다. 어느 나라 사람이든지  밀이나 다른 곡물로 된 가루를 반죽해서 얇게 부쳐먹을 생각을 한 번쯤 해본 모양이다.


내가 그동안 인상 깊게 먹어본 팬케이크가 무엇인지 생각해봤다. 스위스 제네바로 출장을 갔을 때 같은 팀 동료가 에티오피아 식당에 한번 가보자고 했다. 거기서 나온 음식은 큰 쟁반에 얇고 넓게 부친 반죽 위에 각종 야채와 고기, 콩 등을 얹은 '인제라'라는 요리였다. 손으로 밑에 깔린 부침개를 뜯어서 위에 있는 토핑을 얹거나 소스에 찍어 먹었다. 발효를 한 반죽이라 구멍이 숭숭 뚫려있었고 질감이 아주 쫀득했던 기억이 난다. 먹고 나서도 밀가루를 먹은 것처럼 더부룩하지 않았다.



한국의 팬케이크 중에서는 물론 부침개도 좋아하지만, 나의 영원한 사랑은 호떡이다. 특히 기억에 남는 호떡은 대구 서문시장에서 먹었던 호떡이다. 온 가족이 대구에 모였을 때 서문시장에서 멸치 국수를 한 그릇 먹고 후식으로 호떡을 먹은 적이 있다. 호떡을 반으로 접어 종이컵에 끼워주니 걸으면서도 먹을 수 있었다. 파리 여행 중 동생과 나는 식당에 들어가서 크레페를 먹었지만, 서문시장에서 먹은 호떡처럼 크레페를 콘처럼 말아 종이에 끼워서 길에서 먹는 사람들도 많이 보였다. 늘 새로운 것을 볼 기대로 외국에 가지만, 결국은 사람 사는 모습도, 밥 먹는 모습도, 참 비슷하다는 것을 많이 보게 된다.


이전 08화 타지에서 먹는 라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